하락폭 2.21%p 그리스 이어 두번째
우리나라의 ‘구조적 재정수지’가 흑자를 유지했지만, 지표가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조적 재정수지는 경기 상황에 따른 변화를 빼고 구조적인 관점에서 나라살림이 어떤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구조적인 적자 상태에 빠질 수 있는 만큼, 건전성을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7일 OECD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구조적 재정수지는 잠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0.86% 흑자로 추정된다.
구조적 재정수지란 일반정부 재정수지에서 경기 변동에 따른 정부 수입·지출 변화를 제거한 지표다. 올해 이 지표가 플러스라는 것은 세입·세출 구조만 놓고 보면 정부가 소폭 흑자를 내는 수준으로 재정을 운영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의 구조적 재정수지는 2007년 2.35% 흑자에서 2008년 0.84% 흑자로 줄어들었다. 2009년에는 정부가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출을 크게 늘려 0.57% 적자를 냈다가 2010년에는 0.12% 흑자로 올라섰다. 이후 정부의 재정 건전성 관리 덕에 2018년에는 흑자가 3.37%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2019년에는 2.14% 흑자로 낮아지더니 올해에는 작년보다 1.28%포인트 하락한 0.86% 흑자를 기록했다.
구조적 재정수지 자체는 해외 기축통화국보다 양호한 편이다. 미국은 이 지표가 6.54% 적자다. 법인세는 깎아주고 건강·의료 분야 정부지출을 늘렸기 때문이다. 일본도 3.44% 적자다. 독일은 잠재 GDP 대비 0.36% 흑자로 선진국 중에서는 재정을 긴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의 구조적 재정수지 지표의 하락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올해 한국의 구조적 재정수지 지표는 한 해 전보다 1.28%포인트 나빠졌는데 이보다 더 빠르게 악화한 곳은 그리스(2.21%포인트)뿐이다.
그리스는 2009년 구조적 재정수지가 17.47%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최악의 재정상태를 보였다. 결국 구제금융을 신청해 2016년 구조적 재정수지를 잠재 GDP 대비 7.36% 흑자로 끌어올리는 등 긴축재정을 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코로나 경제위기로 재정적자가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재정이 구조적인 적자 상태에 빠지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구조적 재정수지 지표가 나빠졌다는 것은 정부가 기초연금 등 재량적인 지출을 늘렸다는 의미"라며 "외국보다 한국의 재정 건전성이 양호한 상황이지만, 지표가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는 만큼 건전성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