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에 배당도 못한 한화손보, 그룹에 '한화' 이름값만 235억 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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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에 배당도 못한 한화손보, 그룹에 '한화' 이름값만 235억 지출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0.06.08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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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228억, 적자 돌아선 19년에도 235억 지불
당국 "지나친 브랜드 사용료가 수익성 악화 요인"
보험업계 "실적 저조로 임원 급여 반납하는 처지에 과도한 지출"
한화손해보험 사옥. 사진=한화손보 제공
한화손해보험 사옥. 사진=한화손보 제공

한화손해보험이 매년 이름값 명목으로 그룹에 지불하는 브랜드 사용료가 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한화손보의 브랜드 사용료가 회사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보고 지급 규모를 줄이라는 취지의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한화손보의 실적이 저조했던 점을 들어 향후 보다 탄력적인 브랜드 사용료 산출방식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9년 한화손보의 실적은 지속적으로 하향세를 보이다가 4분기 당기순이익과 영업이억에서 각각 600억원, 73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배경은 저금리와 손해율 상승이었다. 2018년 4분기 당기순이익과 영업이익이 각각 823억원, 1,220억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역대급 손실이었다.

그래프=양일국 기자
그래프=시장경제신문

한화손보는 이러한 실적 부진으로 올해 1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관리대상으로 지정됐다. 한화손보는 4월부터 임원 34명중 사외이사 4명을 제외하고 급여의 10%를 자진반납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사내 설계사 교육생 성추행 사건과 초등학생에게 구상금을 청구해 구설수에 오르는 등 악재가 이어졌다. 

금감원은 지난달 8일 한화손보가 한화그룹에 매년 지불하는 브랜드 사용료를 삭감하도록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다. 지난해 한화손보의 저조한 실적을 감안할 때 현재와 같은 사용료 부담은 무리라는 취지다. 또한 당국은 한화손보가 브랜드 사용료와 별도로 한화그룹에 공동광고비용을 부담하는 점도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는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취재진이 전자공시를 통해 확인한 결과 한화손보는 적자를 기록했던 2019년에 브랜드 사용료로 약 235억원을 지불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매출이 비교적 양호했던  2018년 사용료에 비해 7억원이 증액된 수치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사진=양일국 기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사진=양일국 기자

한화손보의 공시자료에는 매출액에서 광고선전비를 제외한 금액에 0.3을 곱해 브랜드 사용료를 산출한다고 명시돼있다. 다른 경쟁사들도 매출액을 기준으로 브랜드 사용료를 책정하지만 한화손보에 비해 사용요율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은 0.15%, 미래에셋생명 0.0575%, 흥국화재 0.00065% 수준이다.

이 외에도 금감원은 브랜드 사용 효과가 크지 않은 '투자영업수익'과 '영업외수익' 항목이 제무제표상 매출액에 포함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가급적 매출액 가운데 한화 브랜드 사용으로 이익을 거둔 항목을 선별해서 사용료를 책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5일 "실적 부진으로 배당도 못하는 회사가 브랜드 사용료를 인상했다면 이를 이해할 주주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한화손보가 주주보다 그룹 이익을 우선하는 듯한 모양새로 구설수에 오른다면 브랜드 가치에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한화그룹은 올해 포춘 선정 500대 글로벌 기업 순위에서 261위, 국내 기업중에는 8위로 그에 상응하는 브랜드 사용료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계열사가 적자에 허덕이는 예외적인 상황이라면 사용요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당국의 이번 권고안에 대해 어떤 입장을 말씀드리기는 곤란하다. 현재 담당부서에서 적절한 대응을 검토중인 것으로 안다"고 짧게 답변했다.

한편 금감원이 그룹내 계열사의 브랜드 사용료 지출액을 문제삼은 것은 최근 복합금융그룹 관리감독 강화를 시사한 것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앞서 4월 29일 금융감독원은 '금융그룹의 감독에 관한 모범규준'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은 복합금융그룹의 소유·지배구조,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체계 등 8개 부문 25개 항목을 공시하도록 했다.

주요 공시사항으로는 △소속 금융회사 주주·출자·임원 현황 △금융그룹 내부통제기구 운영현황 △금융그룹 내부거래 현황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에 대한 출자·신용공여 현황을 들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5일 "이번 개정안은 그룹내 계열사의 악재가 타 계열사로 전이되는 것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협조해 달라는 권고"라고 설명했다. 그는 "모든 브랜드 관련 관리감독은 국제규정의 '평판위험 관리' 항목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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