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상생 어떻게?"... 삼성 사장단, 前민노당 대표 불러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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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상생 어떻게?"... 삼성 사장단, 前민노당 대표 불러 물었다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0.06.02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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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 초청, 3년만에 외부 강연
이재용의 '경청' 리더십 행보... 노사관계 해법 모색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 사진=이기륭 기자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 사진=이기륭 기자

삼성의 핵심 계열사 사장들 사이에서 '미래지향적 노사관계'가 경영 화두로 등장했다. 지난달 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기자회견에서 "외부의 질책과 조언을 열린 자세로 경청하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대국민 약속'을 발표하면서, 삼성 전 계열사가 이를 이행하기 위한 행보에 동참하고 나선 것이다. 

삼성은 1일 오후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을 초청해 사장단을 대상으로 건전한 노사관계에 대한 강연을 열었다고 밝혔다. 경기도 용인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열린 강연에는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이영호 삼성물산 사장,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등 계열사 사장단 2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미래지향적 노사관계 형성'을 주제로 ▲한국노동운동의 특징과 역사 ▲노사관계의 변화와 전망 ▲건전한 노사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방향 ▲삼성 노사관계에 대한 외부의 시각 ▲바람직한 노사관계를 위한 제언 등을 강의하며, 노사관계에 대한 삼성 경영진의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특히, 문 위원장은 경영진이 직접 직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먼저 변화하는 것이 미래 지향적 노사관계의 출발점임을 강조했다. 강연이 끝난 이후에는 문 위원장과 삼성 사장단이 글로벌 기업에 걸맞은 새로운 노사관계 확립 방안 등의 의견을 교환했다. 

문 위원장은 '노사관계에 대한 삼성의 입장과 계획을 듣고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는 평소의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7월 삼성 계열사 인사팀장들은 문 위원장으로부터  '상생의 노사관계 구축 방안'에 대한 특강을 들은 바 있지만, 삼성 사장단이 외부 강사의 강연을 들은 것은 2017년 2월 이후 3년만에 처음이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삼성 사장단 강연 나선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누구?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사노위는 기존 노사정위원회를 대체하는 기구로 2018년 11월 출범했다. 이 기구의 수장인 문성현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노동정책 멘토'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문 위원장은 노동운동 1세대로 30여년 간 노동운동에 투신해 온 인물이다. 전국노동조합협의회 공동의장, 민노총 금속연맹위원장, 민주노동당 대표 등을 역임했다. 노동운동에서 강성투쟁 행보를 걸어온 탓에 '문전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경사노위 위원장으로서의 행보는 180도 다르다. 문 위원장은 투쟁일변도의 노동운동 방식에서 벗어나 사회적 대화와 교섭을 통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면서 '대화를 우선시하는' 온건파 시민운동가의 길을 걷고 있다. 

반면, 오랜 노동운동으로 다져진 '강골' 기질은 문 위원장이 맡은 '중재자' 역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문 위원장은 2017년 9월 노사정위 위원장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노사정위에 전경련과 경총도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노동계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불참 의사를 밝힌 데 대해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사노위는 대화하고 의견을 조율하기 위한 곳이지 투쟁하는 곳이 아니"라며 명확히 선을 긋기도 했다. 

'적대적 노사관계'를 청산하고 선진적 노사관계 구축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문 위원장은 노사협력의 실마리로 노·사·정 공동 노력을 강조한다. 기업과 노동자, 정부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상호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삼성이 '노사관계'에 대한 강연자로 문 위원장에게 'SOS'를 보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삼성이 합리적 노사관계 해법을 모색함에 있어, 노동계와 경영계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해 온 문 위원장의 조언이 가장 적합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나아가 이 부회장이 구상하는 '뉴 삼성' 행보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의 잘못과 완전히 단절하고 글로벌 기업에 걸맞는 새로운 경영문화를 안착시켜,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앞서 지난달 6일 이 부회장은 '대국민 사과문' 발표를 통해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 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 3권을 확실히 보장해 노사 간 화합과 상생을 도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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