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I저축銀 금리, 줄땐 1%대 받을땐 20%?... 헌신짝 된 정진문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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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I저축銀 금리, 줄땐 1%대 받을땐 20%?... 헌신짝 된 정진문 약속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0.05.2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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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책임 강조하던 목소리 반년 만에 실종... '서민 膏血' 논란 재점화
정진문 사장, 지난해 "대출금리는 낮추고 예금금리는 더 드릴 것" 강조
자산 8조6,000억, 2위 OK저축은행과 1조원 이상 격차... '부동의 1위'
SBI저축은행 임진구·정진문 사장. 사진=SBI저축은행 제공
SBI저축은행 임진구·정진문 사장. 사진=SBI저축은행 제공

SBI저축은행이 최근 1%대 예금금리에도 불구하고 15~20% 수준에 이르는 대출금리를 챙기면서 '서민 고혈(庶民 膏血)'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지난해 정진문 사장이 공언한 고객 중심 경영 방침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선 "곧 있을 1분기 공시로 경영진의 언행일치(言行一致)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4분기 기준 SBI저축은행의 총자산은 8조6,876억원으로 업계 1위를 차지했다. 2014년부터 단 한해도 1위를 놓친적이 없다. 2위 OK저축은행의 총자산과는 1조3,958억원의 격차를 두고 있다.

예금보험공사 제공. 사진=양일국 기자
SBI저축은행 총자산 추이. 사진=양일국 기자

최근 3년간 은행 건전성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들도 양호한 모습이다. 연체율은 2017년 말 5%대 후반에서 지난해 말 2%대로 개선됐다. 같은 시기 고정이하여신비율도 6%에서 3%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에서 SBI저축은행을 '적수없는 1위'라고 부르는 이유다. 

SBI저축은행의 건전성 지표. 사진=양일국 기자
SBI저축은행의 건전성 지표. 사진=양일국 기자

그러나 업계 1위를 향한 찬사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금융권 내에서는 "SBI저축은행이 기록적인 성장세에 걸맞는 사회적 책임을 실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4분기 기준 20% 이상의 고금리대출잔액 부문에서 업계 2위를 기록했다. 대출잔액은 은행이 향후 고객으로부터 상환받아야 할 금액을 말한다.

사진=양일국 기자
저축은행별 고금리대출잔액. 사진=양일국 기자

같은 시기 신규대출금리도 18.7%를 기록, 업계 전체에서 7번째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두고 저축은행을 찾는 고객들이 일반적으로 신용이 충분치 않은 약자들이라는 점에서 배려가 충분치 않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사진=양일국 기자
저축은행별 가계신용대출 신규금리. 사진=양일국 기자

27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대형 저축은행 가운데 JT친애저축만 예금금리 2%대를 유지했고 나머지는 모두 1%대로 내렸다. 정부의 저금리 기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은 28일에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5월 정례회의를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기준금리가 더 내려갈 경우 예금금리가 1.5%선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BI저축은행은 이달 12개월 예금기준으로 연 1.80%의 금리를 적용했다. 산술적으로 15~20% 금리의 대출상품을 이용할 경우, 많게는 예금이자의 10배 이상을 요구하는 셈이다.

이를 두고 저축은행의 설립취지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호저축은행법 제1조에 따르면 저축은행은 '서민과 중소기업의 금융편의를 도모하고 거래자를 보호하며 신용질서를 유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사진=양일국 기자
국가법령정보센터. 사진=양일국 기자

정진문 SBI저축은행 사장 역시 지난해 12월 저축은행의 '고금리 장사' 논란을 언급한 바 있다.

정진문 사장은 "(과거 저축은행들이) 연 3% 이자를 주고 예금을 받아 연 30% 금리로 되파는 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축 이자는 한푼이라도 더 주면서 대출금리를 낮추는 금융기본에 충실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6개월 만에 언행불일치 논란이 불거졌다. 현재 SBI저축은행의 행보를 두고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 드러난 수치를 봐서는 정진문 사장의 말과 행동이 과연 일치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영진의 철학이 수치상으로 드러나기까지 갭(gap) 있을 수 있는데 올해 1분기 실적을 보면 금방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예금금리는 정부시책에 따라 신속히 낮추면서도, 기존 고금리 대출상품들을 천천히 손본다면 코로나19 위기에 따가운 눈초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금융감독원 역시 지난 3월 "저축은행의 신규 취급기준 평균금리가 18%로 여전히 높은데 금리 부담 완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최근 중금리 대출상품들의 금리를 2% 가까이 내렸다. 가계신용대출금리도 지속적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 책임을 주문하는 여론을 깊이 새기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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