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수수료의 불편한 진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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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수수료의 불편한 진실①
  • 김흥수 기자
  • 승인 2017.04.29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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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소득세, 부가가치세 그리고 카드세
사진=픽사베이

매번 선거철이면 위정자들은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를 공약으로 들고 나온다.

이에 발 맞춰 외식업 중앙회를 비롯한 소상공인 연합회 등 수수료 관련 여러 단체들이 수수료 인하 압박 운동을 벌인다.

금융당국과 카드사들은 이러한 압박에 수수료율을 참새 눈물만큼 내려주면서 갖은 생색은 다 내려고 든다.

왜 신용카드 수수료는 매번 선거철만 되면 동네북이 되어 뭇매를 맞으며 이해 쌍방간에 줄다리기 놀음을 벌이게 하는 것일까?

자영업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세금은 크게 종합소득세와 부가가치세이다. 그런데 여기에 카드세(稅)라고 하는 웃지 못 할 세금(?)이 추가된다.

종합소득세와 부가가치세는 후불(?)이지만 카드세는 원천징수되기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카드 수수료를 세금이라고 부르며 비아냥댄다.

우리나라 카드 회사들의 마케팅 능력이 세계 최고임은 말할 나위 없고 세계 최고의 서비스답게 수수료율 또한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우리나라의 현행 카드 수수료율은 0.8~2.5%수준이다. 신용카드 산업이 발전한 세계 어느 나라를 가 봐도 우리나라처럼 비싼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는 카드 가맹점은 없다.

2004년 신용대란이 발발하면서 어느 학자가 신용카드 수수료를 어음할인과 비교해 눈길을 끈 적이 있다.

카드 매출 전표가 어음의 구실을 하고 카드 회사는 어음할인업자이며 가맹점은 어음소유권자에 비유하며 카드 회사들이 최고 70%의 어음할인 수수료를 받는 고리대금업자라고 설명한다.

예컨대 카드회원이 카드로 결제하고 보름 후 신용카드 결제일에 카드 대금을 납입하게 되면 카드 회원은 보름짜리 어음을 발행한 사람이 된다.

가맹점은 회원으로부터 어음을 받아 카드회사에서 어음 할인을 하고 2.5%의 수수료를 부담하며 카드회사는 이 대금을 2일 만에 가맹점에 결제해주고 13일이 지난 후 회원에게서 대금결제를 받는다.

이 과정을 연리로 계산하면 카드 회사가 받은 어음할인 수수료는 연리 70%를 상회한다.

명동에서 어음할인을 해 주는 사채업자들도 연리 70%짜리 어음을 할인해 주는 일은 없다.

그것은 자금융통의 역할을 하는 금융이 아니고 곤궁에 빠진 사람을 착취하는 강도질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선거철만 되면 고개를 드는 카드 수수료 인하 공약은 왜 없어지지 않는 것일까?

현역에서 은퇴한 지 10여년이 지난 한 은행의 전직 부행장은 이런 현상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을 한다.

“정치인들은 신용카드 수수료를 가맹점의 입맛에 맞게 조정하는 짓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이다. 선거가 한 번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고 다음 번 선거를 생각하면 유권자들에게 카드수수료만큼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소재가 없기 때문이다”

수백만 자영업자들의 등골을 휘게 하는 카드 수수료가 위정자들의 선거를 위한 소재로 전락해 버렸다는 역설이다.

외식업중앙회의 관계자는 우리나라 자영업의 대명사라고 부를 수 있는 외식업의 경우 대개 영업이익율이 30%내외라고 한다.

월급쟁이들은 매년 초 연말정산을 통해 ‘13월의 보너스’를 받지만 자영업자들은 1년 동안 열심히 일해서 11개월치의 수익만 가져가고 나머지 1개월치는 카드회사에게 고스란히 상납한다며 불평한다.

자영업자들이 카드수수료를 호랑이보다 무서운 세금이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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