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최근 2년간 안전·환경사고 기관제재 19건... 안전불감증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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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최근 2년간 안전·환경사고 기관제재 19건... 안전불감증 '심각'
  • 배소라 기자
  • 승인 2020.05.20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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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촉매연구개발센터서 '쾅'... 올해만 2번째 폭발사고
지난해 7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과태료 1억3천만원
지난해 페놀 유출 사고 후 1407억원 안전투자 계획 '무색'
19일 오후 2시20분경 국내 3대 석유화학단지인 충남 서산 대산공단 내 LG화학 공장에서 폭발로 추정되는 불이 나 직원 1 명이 숨지고 2 명이 다쳤다. 사진=KBS 뉴스 화면 캡쳐.
19일 오후 2시20분경 국내 3대 석유화학단지인 충남 서산 대산공단 내 LG화학 공장에서 폭발로 추정되는 불이 나 직원 1 명이 숨지고 2 명이 다쳤다. 사진=KBS 뉴스 화면 캡쳐.

19일 충남 서산시 대산읍 대산공단 내 LG화학 촉매연구개발센터에서 분진폭발이 일어나 근로자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올들어 2번째 일어난 폭발사고다. 특히 LG화학이 최근 2년간 안전·환경과 관련해 19건의 기관제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촉매연구개발센터에서 작업하던 연구원 1명 사망

이날 사고는 오후 2시20분쯤 발생했다. 이 사고로 연구원 이모(40)씨가 숨지고, 양모(27)씨와 홍모(47)씨 등 2명이 얼굴과 목 등에 2도 화상을 입었다. 숨지거나 다친 연구원들은 LG화학 대산공장 촉매센터에서 포장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파우더 형태의 촉매를 용기에 나눠 담는 중 압력에 의해 분진 폭발한 것으로 판단된다. ‘분진 폭발’은 공기 중에 떠도는 농도 짙은 분진이 에너지를 받아 열과 압력을 발생하면서 갑자기 연소·폭발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사고에 따른 유해 화학물질 누출은 없는 것으로 소방당국은 파악했다. 당국은 조사를 통해 업체 측의 과실이 드러나면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대산공단 근로자 A씨는 “LG화학 촉매센터는 지어진 지 1년도 안 된 공장이다”라며 “LG화학 일반 직원들은 들어가지도 못하고 연구원들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고 전했다.

LG화학 관계자는 "현장에서 작업 종료 후 철수 시점에 파우더가 분출, 분진폭발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정확한 원인은 조사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LG화학은 원인을 철저히 파악해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 반복되는 폭발사고... LG화학, 올해만 두 번째

올해 들어서만 대산공단 내 LG화학 촉매연구개발센터에서 두 차례나 폭발사고가 발생해 LG화학의 조직 기강 해이와 관리 부실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 센터에선 불과 넉달 전에도 폭발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올해 1월 9일 오전 10시20분경 충남 서산시 대산읍 LG화학 촉매 개발공장에서 폭발음이 났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폭발음은 인근 주민들에게 들릴 정도로 컸다.

공장 관계자는 “촉매 개발공장에서 배관 내부 찌꺼기 청소 작업을 벌이던 과정에서 배관 내부 압력이 상승해 안전밸브가 작동했고 ‘퍽’ 하는 소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LG화학은 사고 발생 즉시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보수작업을 진행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사업장 특성상 크고 작은 사고가 불가피하지만, 최근 들어 사고가 빈번하다는 점에서 LG화학의 안전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최근 2년간 안전·환경 기관제재 19건... 안전불감 '심각' 

LG화학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안전·환경과 관련해 모두 19건, 올해만 5건의 기관 제재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LG화학은 지난해 안전·환경과 관련해 13건의 제재를 받았다. 지난해 7월에는 산업재해 재연보고·특수건강진단·안전검사·안전교육 미실시 등으로 대전지방고용노동청에 과태료 1억3900만원을 냈다. 한 달 뒤에는 화재예방조치 미흡으로 광주지방법원이 벌금 1000만원을 부과했다.

올해 안전 관련 제재는 총 3건으로 △대기오염 방지시설(RT0 폭발) △안전난간의 구조 부적정 △건축허가(대수선) 미이행 등이다. 악취 배출 허용기준 초과 개선명령 미이행으로 환경 관련 제재도 받았다.

서산지역 환경단체는 안전불감증 등이 사고가 되풀이되는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LG화학의 안전관리 체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산지역 환경단체 관계자는 “지난해 대산공단 내 4개 대기업(LG화학·현대오일뱅크·한화토탈·롯데케미칼)이 향후 5년간 안전·환경 분야에 807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며 “LG화학은 1407억원 안전투자 계획을 밝혔지만, 여전히 근로자들은 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 LG화학, 지난해 페놀 유출 사고 후 1407억원 투자 계획 발표

지난해 8월 서산시는 '대산 4사 안전 환경 분야 투자계획 발표회'를 열었다. 사진=서산시 제공
지난해 8월 서산시는 '대산 4사 안전 환경 분야 투자계획 발표회'를 열었다. 사진=서산시 제공

서산시는 대산공장 입주기업의 화학사고가 잇따르자 지난해 8월 긴급대책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LG화학은 향후 5년간 안전 환경 분야에 1407억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투자계획 발표는 지난해 4월 LG화학 페놀 유출 사고와 지난해 5월 한화토탈 유증기 유출 사고 등 대산공단 입주기업의 각종 사고를 적극적인 시설 투자를 통해 예방하자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LG화학은 질소산화물 저감장치 설치, 입력 안전밸브 이중화, 안전환경 노후시설 교체 등에 1407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후 서산시는 대산4사 안전·환경 8070억원 투자 합동검증단(합동검증단) 위원 위촉식과 첫 회의를 개최했다.

이런 가운데 LG화학 대산공장에서 또다시 인명사고 나면서 앞서 발표했던 대책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책을 더욱 촘촘히 세우지 않을 경우 ‘공염불’이 될 수 있다는 인식에서다.

충남 건강과생명을지키는사람들 신현웅 대표는 “LG화학 페놀 유출 사고 이후 맹정호 서산시장이 대산4사 대표를 모아놓고 이벤트처럼 긴급회의를 열었다”며 “시는 생색만 내고 핵심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신 대표는 “서산시는 검증단이 활동할 수 있게끔 재정적·제도적 지원을 해야 하는데, 위촉식 이후 회의는 단 한번도 열리지 않았다”며 “맹정호 서산시장과 회사 대표들은 안전과 환경에 대한 개선 의지가 부족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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