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약속' 실행의지 드러낸 이재용의 중국 시안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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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민 약속' 실행의지 드러낸 이재용의 중국 시안行
  • 양원석 기자
  • 승인 2020.05.19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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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대국민 사과 "회사가치 높이는 일에만 집중" 
13일 정의선 만나 "전기차 배터리' 전략적 제휴를"
18일 낸드플레시 전진기지 中 반도체공장 방문
"과거에 발목잡히면 미래없다…때 놓치면 안돼"
코로나 후 中방문 글로벌 기업인, 이 부회장 처음 
올해 1월 2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 브라질 마나우스 공장 생산라인 내 스마트폰과 TV조립 공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올해 1월 2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 브라질 마나우스 공장 생산라인 내 스마트폰과 TV조립 공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전략) 오로지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만 집중하겠습니다.
... 저는 지금 한 차원 더 높게 비약하는 새로운 삼성을 꿈꾸고 있습니다.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며 신사업에도 과감하게 도전할 것입니다.”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이재용 부회장은 대국민 기자회견을 통해 ‘새로운 삼성을 만들기 위한 과감한 도전’을 국민에게 약속했다. 이 부회장은 그 후 채 2주가 되지 않은 기간 동안 두 차례의 인상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13일에는 충남 천안 삼성SDI 사업장에서 정의선 현대차 수석 부회장을 만나 ‘차세대 전기차용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 동향과 사업성을 주제로 긴밀한 협의를 했으며, 18일 오전에는 중국 시안반도체 현장을 찾아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영향 및 대책을 현장 임직원들과 숙의했다.

두 번의 출장에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두 곳 모두 삼성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지는 핵심 사업 현장이란 점이고 두 번째는 사업의 방향성을 장기적 안목에서 살피기 위한 전략적 경영 행보라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확실한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서는 누구와도 만날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사실을 국내외 시장 전문가들에게 어필했다는 점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현대차와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 경쟁서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는 삼성의 연합은 ‘제휴’ 그 이상의 시너지를 기대케 한다.

삼성SDI 사업장 방문은 그가 6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에게 약속한,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의 과감한 도전’을 재확인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중국 시안 반도체공장 방문은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라면’ 지역적 한계 내지 지정학적 리스크는 걸림돌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국내외 언론에 보여준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삼성의 시안반도체 공장은 중국 산시성에 위치하고 있다. 이 지역의 코로나19가 소강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중국은 전 세계 경제를 짚어 삼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원지이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어 사업차 중국을 방문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국내에 머물고 있는 중국인 혹은 조선족조차 중국 방문을 꺼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이후 중국을 방문한 글로벌 기업인은 사실상 이 부회장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시안 방문에는 진교영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박학규 DS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 황득규 중국삼성 사장 등이 동행했다.

이 부회장은 ‘변화에 맞서기 위한 선제적 대응’을 당부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과거에 발목이 잡히거나 현재에 안주하면 미래는 없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때를 놓치면 안된다.”

이 부회장의 중국 시안행은 지난해 2월 설 연휴에 이어 두 번째다. 이곳에는 2014년 문을 연 삼성전자의 반도체공장이 있다. 주력 생산 품목은 낸드플래시. 당시 이 부회장은 생산라인 증축 공사가 한창인 현장을 살피면서 직원들의 고충을 수렴했다.

◆정의선 만난 뒤 中 시안 방문, ‘현장 경영’ 재개 해석도

6일 이후 이어진 두 건의 현장 행보는, 대국민 약속에 대한 방법론이란 측면에서 평가할 만하다. 정의선 부회장과의 만남 이후 곧바로 중국 시안을 방문지로 선택한 점을 고려할 때, ‘오로지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만 집중하겠다’는 약속이 일회성 퍼포먼스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국민 기자회견을 통해 과거와의 선긋기에 나선 이 부회장이 특유의 ‘현장 경영’을 재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이 부회장은 설과 추석 연휴를 이용해 국내외 핵심 사업장을 찾거나 글로벌 유력 인사들을 만났다. 2014년 설연휴 기간 중에는 미국 이동통신사 관계자들과 미팅을 가졌으며, 2016년 설에는 미국에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를 만났다. 같은 해 추석 연휴에는 인도로 건너가 모디 총리를 예방했다.

지난해 2월 중국 시안을 찾은 이 부회장은 같은 해 8월 추석 연휴를 이용해,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진행 중인 지하철 공사 현장을 방문했다. 삼성물산이 수주한 이 공사는 도심 전역에 지하철 6개 노선, 총 168km를 건설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광역 대중교통 사업이다.

올해 1월에는 삼성전자 중남미 사업을 총괄하는 브라질 상파울루 법인과 북부 아마조나스(Amazonas)주(州)에 위치한 마나우스 법인 등을 방문, 현장 임직원들과 소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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