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1256억, KB 367억... 은행들 "영업점 팔아 현금 쌓자"
상태바
하나 1256억, KB 367억... 은행들 "영업점 팔아 현금 쌓자"
  • 김태영 기자
  • 승인 2020.05.18 19: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부동산 침체' 영향... 재정여력 비축 '사활'
"구도심 건물들 많고 활용도 높지 않아 유찰 지속"
KB국민은행 구(舊) 순천지점. 사진= 한국자산관리공사 온라인공매시스템(온비드) 제공
KB국민은행 구(舊) 순천지점. 사진= 한국자산관리공사 온라인공매시스템(온비드)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국내 경영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시중 은행들이 부동산 매각을 통해 현금 확보에 나섰다.

특히 시중 은행들은 2분기 실적부터 코로나 타격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재정 비축과 비용 절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매물은 대부분 유휴(遊休) 영업점이다. 매각 결정은 코로나 여파에 따른 수익 보전 시도로 분석된다. 

먼저 KB국민은행은 서울 노원구 구(舊) 상계동 지점, 순천 지점 등 유휴 영업점 10곳을 대상으로 매각에 착수했다. 규모는 총 367억원이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지점의 경우 최저입찰가 기준이 160억원에 달한다. 또한 대전 원동 지점이 47억원, 서울 북아현동 지점이 36억원으로 설정됐다.

하나은행은 서울 중구 을지로4가점 등 27곳이 매물로 쏟아졌다. 규모는 총 1256억에 육박한다. 대부분 인터넷·모바일 뱅킹 등 디지털 금융 활성화에 따라 영업점 통폐합이 추진된 곳이다.

서울 중구 을지로4가 지점이 188억원, 전북 전주 지점이 102억원, 외환은행 대구 중구 지점이 92억원에 나왔다. 이 외에도 경기도 안성시에 위치한 크로바하이텍 안성공장과 경기 평택시 청북읍 공장시설 등이 매각 대상에 포함됐다. 

신한은행도 지난달 충북 진천연수원 부지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매각가는 약 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앞서 신한은행은 2011년 진천군에 연간 1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전국 최대 규모의 연수원을 신축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해 연수원 건립이 무산돼 부지 매각에 들어갔다고 신한은행 측은 전했다.

최근 코로나 확산에 따른 방문객 감소, 재택근무와 디지털화가 더해지면서 점포 폐쇄가 가속화되고 있다. 은행들은 방문 고객이 적거나 근거리 지점이 있다면 수익성을 고려해 영업점 축소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유휴 영업점이 증가하면서 은행권은 보유 부동산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 사태가 지속되면서 부동산 시장 침체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은행들의 조기 매각 시도가 가속화된 이유이기도 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익성 제고 차원에서 유휴 부동산을 정리하려는 움직임이 지속하고 있다"며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비용이 발생하는데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임대를 주는 것도 쉽지 않아 매각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동산 매각은 원활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주요 은행 부동산 39곳 중에서 유찰 경험이 있는 매물은 33곳(84.6%)에 이른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월에도 7곳의 유휴 영업점 매각을 시도했으나 모두 유찰됐다. 순천 지점 부동산의 경우 12회째 유찰을 기록했다. 계속된 유찰에 최저 입찰가는 20억2500만원에서 17억4600만원까지 하락했다. 최저 입찰금을 다시 낮춰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모양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옛날 건물이 많고 활용도가 높지 않아 부동산으로서 매력이 떨어지는 듯하다"며 "특히 구도심이나 지방에 있는 매물의 경우 기본 4~5회는 유찰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