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줄일 수도 없고..." 난감한 신한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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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줄일 수도 없고..." 난감한 신한은행
  • 오창균 기자
  • 승인 2020.05.1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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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하루 만에 非아파트 전세자금대출 중단 보류
넉달 만에 대출잔액 10兆 증가... 리스크 관리 경고등
진옥동 신한은행장. 사진=신한은행 제공
진옥동 신한은행장. 사진=신한은행 제공

신한은행이 일부 전세자금대출의 신규 취급을 중단하겠다는 계획을 전면 보류했다.

결정이 이뤄진지 불과 하루 만에 뒤바뀐 판단이다. 급증하는 대출 규모를 감안해 속도를 조절한다는 구상이었지만 관련 제한으로 서민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논란이 일자 신속히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해석된다.

신한은행은 "전세자금대출 중 아파트 외 주택 임차인을 대상으로 하는 일부 상품의 신규 중단을 계획했으나 이를 잠정 보류한다"고 12일 밝혔다.

당초 신한은행은 한정된 대출 재원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기업 지원에 우선적으로 공급하고 전세자금대출의 신규 제한으로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15일부터 일부 상품의 신규 중단을 계획했었다.

마냥 대출을 늘릴 수 없는 은행들은 정부 눈치보기에 여념이 없다. 정부의 코로나 합동 대응 요구 이후 시중은행들의 대출 잔액은 눈에 띄게 불어나 위험관리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의 4월 말 누적 기준 신규 원화대출 잔액은 1,189조6,815억원으로 지난해 말 1,140조551억원에 비해 무려 49조6,264억원 급증했다. 연초 은행들이 세운 대출성장률 연 평균 목표치를 이미 넘어선 상황이다. 신한은행의 최근 대출 잔액은 10조1,745억원이나 증가했다.

대출이 급속도로 늘면 자연스럽게 잠재부실률이 상승하게 된다. 이는 곧 은행의 재무 건정성과 직결된다. 리스크가 클수록 은행들은 신규 대출에 대한 심사를 엄격히 할 수밖에 없다.

전세자금대출 증가 속도도 가파르다. 4월 말 기준 신한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대비 2조6,622억원 늘었다. 증가율은 13.7%에 달한다. 신규 중단을 계획한 전세자금대출 상품 중 아파트 외 주택 대상 신규 취급액 비중은 올해 1월 19%에서 4월 22%로 크게 증가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최근 신규 취급액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아파트 외 주택 대상 일부 상품 제한을 통해 가계대출 속도를 조절하고자 했으나 서민 주거 안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어 계획을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부 요구와 위험 관리를 사이에 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은행들은 난감하기만 하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여러 요구에 대출을 줄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대로 계속 잔액을 늘릴 수도 없는 탓에 은행들이 노심초사(勞心焦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상황으로는 대출 증가세가 너무 빨라 자칫 은행들의 위험관리가 구멍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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