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3不 천명... 준법감시委 요구보다 더 내놨다
상태바
이재용 3不 천명... 준법감시委 요구보다 더 내놨다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0.05.07 11: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준법위 보장, 무노조-경영권승계 사과" 요구 파격 수용
"전문경영인에 맡길 것"... '자녀에 경영권 不승계' 확약
"무노조 종식, 노동3권 보장" 노조활동 不간섭 천명
"준법, 타협할수 없는 가치" 준법위 不개입 원칙 재확인
세 차례 90도 각도 고개 숙여... 기자회견 내내 긴장한 표정 역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이기륭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신문DB

올해 3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위원장 김지형 전 대법관)로부터 경영권 승계 의혹 등에 대한 '대국민 사과 권고'를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노조 관련 이슈에 대해서는 '노동3권에 대한 확실한 보장'을 약속하면서 '노조와의 상생'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6일 오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약 10여분간 이어진 기자회견의 주요 내용은 ▲경영권 승계 ▲노조 관련 이슈 ▲시민사회 소통과 준법감시위 위상 등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굳은 표정으로 연단에 선 이 부회장은 이날 세 차례 고개를 깊이 숙였다. 경영권 승계 및 노조 이슈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전이었다. 

이 부회장의 기자회견은 담백했다. 논란이 된 사건들에 대한 설명이나 양해를 구하는 대신, 확실한 사과와 반성을 표하는 데 집중했다. “(전략)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오히려 실망을 안기거나 심려를 끼치기도 했다”, “법과 윤리를 엄격하게 준수하지 못했고 사회와의 소통·공감에도 부족함이 있었다”는 표현이 대표적이다.

삼성의 노조 문제와  경영권 승계 논란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 사진=이기륭 기자
삼성의 노조 문제와 경영권 승계 논란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 사진=시장경제신문DB

◆"자녀들에 대한 경영 승계 없을 것... 훌륭한 인재가 회사 이끌도록 하는 것이 책임이자 사명"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라는 민감한 대목을 언급하면서도 무엇을 더하거나 빼지 않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저와 삼성은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많은 질책을 받았고, 최근에는 뇌물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이제는 경영권 승계 문제로 논란이 없도록 할 것임을 이 자리에서 분명히 약속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 고백'의 형식을 빌려 이건희 회장 와병 후 본인이 직접 느낀 소회를 전했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관련 발언 요지는 이렇다. 

“법을 어기지 않고,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으로 지탄받는 일을 하지 않겠다. 오로지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만 집중하겠다. 2014년 이건희 회장님이 쓰러지고 난 후,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해왔지만 큰 성과를 거뒀다고 자부하긴 어렵다. 다만 깨달은 것이 적지 않고 미래 비전과 도전의지를 갖게 됐다.”

이 부회장은 소회에 곁들여 글로벌 기업 삼성이 마주할 미래를 이렇게 표현했다. 

“삼성을 둘러싼 환경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르다. 경쟁은 치열해지고 시장의 룰은 급변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그는 삼성 준법감시위가 요구한 사과를 넘어, 경영권 승계 잡음을 근본적으로 불식시킬 해법을 제시했다. '자녀에게 더 이상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공언(公言)이 그것이다.

정부 수립 이후 국내 대기업 총수가 국민들 앞에서 이런 약속을 한 전례는 찾기 어렵다. 이 부회장의 대국민 기자회견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불승계' 방침을 굳힌 속내를 이렇게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기업 규모나 IT 기업으로서의 특성이나 전문성과 통찰력, 최고 수준의 경영만이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 성별과 학벌, 나이를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를 모아야 하고, 이들이 저보다 중요한 위치에서 사업을 이끌도록 하는 것이 저에게 부여된 책임이자 사명.” 

이 부회장은 자녀들에 대한 경영 승계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다. 오랫동안 마음 속에 두고 있었지만 외부에 밝히는 것이 두려웠다. 경영 환경이 녹록지않고 제 자신이 평가받기도 전에 승계를 논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생각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이기륭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신문DB

◆"더 이상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 나오지 않도록 '노동3권' 보장할 것"

노조 이슈에 대해서도 이 부회장은 가감없는 자기 고백을 이어갔다. 그는 “최근 에버랜드와 삼성전자서비스 건으로 많은 임직원들이 재판을 받고 있는데 책임을 통감한다”며 “삼성의 노사 문화가 시대 변화에 부응하지 못했다. 그 동안 삼성의 노조문제로 상처입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나아가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 3권을 확실히 보장해 노사 간 화합과 상생을 도모하겠다”고 부연했다. 

시민사회와의 소통 및 준법감시위원회의 역할 및 위상과 관련해선 “시민사회와 언론은 감시와 견제가 본연의 역할이자, 기업 스스로 볼 수 없은 허물을 비추는 거울”이라며 “외부의 질책과 조언을 열린 자세로 경청하고 낮은 자세로 한 걸음 다가서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결코 타협할 수 없는 가치인 준법은 삼성의 문화로 확고히 뿌리내리도록 할 것”이라며 “재판이 끝나더라도 준법감시위는 독립적 위치에서 계속 활동할 것”이라고 했다. 

이 부회장은 코로나19 사태를 언급하면서 “최근 2~3개월 간 전례없는 위기 상황에서 진정한 국격이 무엇인지 절실히 느꼈다”고 했다. 그는 “목숨을 걸고 생명을 지키는 일에 나선 의료진과 공동체를 위한 자원봉사자, 어려운 이웃을 위해 배려와 나눔을 실천한 국민들을 보면서 무한한 자긍심을 느꼈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 많은 것을 되돌아보게 됐고, 제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며 “대한민국의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준법감시위원회는 올해 3월 11일 이 부회장에게 경영권 승계 의혹과 노동 관련 이슈 등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권고하며 4월 10일까지 답변을 달라고 요구했다. 삼성 측은 코로나 사태로 인한 비상경영 등을 이유로 답변 시한을 약 한달 가량 연장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