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논란 일던 DB손보 '유가족 구상권 청구', 채권소멸로 가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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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논란 일던 DB손보 '유가족 구상권 청구', 채권소멸로 가닥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0.04.2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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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에 사건 이관... 청구비 감면 적극 검토
DB손보 "소송은 유가족 채무 덜고 원만히 종결하자는 취지"
DB손해보험. 사진=시장경제DB.
DB손해보험 전경. 사진=시장경제DB.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DB손해보험의 '유가족 구상권 청구' 논란이 채권소멸로 마무리 될 전망이다.

사회적 약자에게 무리한 금액을 청구한다는 비난 여론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손해배상이 여론재판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000년 2월 14일 김모씨는 동승자 3명과 함께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당시 사고 차량은 무보험이었기 때문에 정부보장사업을 통해 동승자 유가족들에게 각각 6,000만원씩 총 1억8,000만원이 지급됐다. 

DB손보 측은 김씨 유가족들이 지불능력이 없다고 판단해 관망하다가 지난 2012년 보험 미수금 반환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2020년에는 확정승소판결을 받아 유가족들에게 원금과 20년치 이자를 포함해 4억4,000만원을 청구했다. 

이달 초 해당 사실이 전해지자 손보사와 추심제도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었다. 특히 유가족들이 가장을 잃고 어렵게 살아온 네 모녀라는 점이 동정여론을 불렀다. 손보사 측이 소멸시효 10년이 지난 후 소송을 제기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29일 취재 결과 DB손보 측은 관련 업무를 지난달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이하 진흥원)으로 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DB손보 측은 악화된 여론을 감안해 채권소멸에 대한 의견을 비공식적으로 진흥원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이 소멸될 경우 유가족들은 청구된 4억4,000만원을 갚지 않아도 된다.

DB손보 관계자는 "(회사 측은) 유가족들의 재산 관계로 보아 소송에서 이겨도 큰 실익이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진흥원도 채권소멸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애초 소송이 유가족들의 채무를 덜어주고 사건을 원만히 종결하자는 취지였다는 설명이다. 

진흥원 관계자는 "아직 결론이 나지는 않았지만 유가족들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청구 비용을) 감면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구상 과정에서 채무자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더 많이 접촉하고 소통하겠다"고 강조했다.

정황상 채권소멸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는 입장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향후 유가족들은 천문학적인 구상금액 청구에서 상당 부분 자유로워질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사고 후속 처리가 여론재판에 의해 좌우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절차상 문제 없는 추심이라도 사회적으로 비난 여론이 일 경우 채권자는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여론보다는 일관된 원칙에 따라 분쟁이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도 "전후 맥락을 따져보면 DB손보 역시 억울한 측면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20년 전 피해 보상금은 정부 돈으로 지급됐는데 손보사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구상금을 받아내려 할 유인은 크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언론이 이번 사태를 손보사가 사회적 약자를 수탈하는 구도로 묘사한 것과 온도차가 있는 설명이다.

보험업계의 다른 관계자 역시 "소멸시효가 지난 사건은 피고 측이 재판에 출석해 이의제기를 하면 재판부가 채권소멸로 마무리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했다.

유가족들이 재판에 출석해 이의제기만 했다면 양측이 모두 원하는 결과를 얻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사건의 유가족들은 해당 문제를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의 무료 법률상담을 받고 지난 재판에 출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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