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법委 실효성 검증되면 '형법 51조 감경사유'에 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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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준법委 실효성 검증되면 '형법 51조 감경사유'에 해당"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0.04.28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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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준법감시위 출범이 재계에 미치는 영향' 토론회
최준선 교수 "'회복적 사법'으로 인식한 재판부, 매우 진취적"
(사)한국기업법연구소는 28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경제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이기륭 기자
(사)한국기업법연구소는 28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경제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이기륭 기자

삼성준법감시위 역할에 대한 고찰과 함께, 향후 활동방향에 대한 고언이 학계에서 제기됐다. ‘회복적 사법’의 산물로서 준법감시위가 출범한 만큼,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사과 등 엄격한 법적 문제에 천착하기보다는 시민사회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혁신적 준법감시프로그램 마련이 최우선이라는 지적이다. 

사단법인 한국기업법연구소는 28일 서울 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출범이 재게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는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와 최승재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연구원장이 맡았고, 천재민 변호사(법무법인 바른)와 전지현 변호사(법무법인 참진)가 토론에 참여했다. 

첫 순서로 발제문 발표에 나선 최준선 교수는 ‘삼성준법감시위원회, 혁신적 실행 프로그램 제시할 때’라는 제목으로 준법감시위를 둘러싼 여러 이슈와 역할론을 법리적 관점에서 조명했다.

준법감시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파기환송심 사건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부의 조언을 계기로 출범했다. 재판부는 올해 1월 17일 4차 공판에서 ‘삼성의 준법감시제도는 실질적, 실효적으로 운영돼야 양형조건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최 교수는 "삼성이 향후 준법감시위원회를 실질적·실효적으로 운영한다면, 기업 준법시스템에 대한 전향적 조치로 봐줄 수 있다는 것"이라며 "재판부가 준법감시위를 '회복적 사법'의 일환이 될 수 있다고 본 견해는 매우 진취적"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일부 정치권과 시민·노동단체 등에서는 재판부가 실효적 준법감시제도의 근거로 든 ‘미국 연방법원 양형기준 제8장’은 ‘사람’이 아닌 ‘기업’에 대한 것이므로, "이 부회장에게 적용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최 교수는 “재판부가 굳이 미국 연방 양형기준 제8장을 소개한 것은 한국 법률에는 없는 미국의 적용 모델을 참고하자는 조언일 것”이라며 “이 부회장에 대한 형량 감경사유는 충분하고 집행유예 판결을 내릴 근거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형법 제51조가 정한 양형조건에는 ‘범행 후의 정황’이라는 것이 있다. 피고인이 범행을 반성하고 피해를 보상하면 형의 감경사유가 된다. 횡령·뇌물죄의 경우에도 소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했거나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경우, 진지한 반성 등을 양형사유로 본다. 

이 사건 쟁점은 이 부회장 개인의 품성이 아니라 기업 경영 현안이므로, 준법감시위 설치를 통한 제도개선과 실효성 검증을, 감경사유 중 하나인 '범행 후 정황'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최 교수 설명이다. 

최 교수는 “재판부가 단순히 준법감시위 설치만으로는 안되고, 실효성 검증팀을 꾸리라고 한 것은 진정성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왼쪽부터) 전지현 변호사,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 최승재 대한변협 법제연구원장, 전재민 변호사. 사진=이기륭 기자
(왼쪽부터) 전지현 변호사,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 최승재 대한변협 법제연구원장, 전재민 변호사. 사진=이기륭 기자

◆"삼성 과거 논란과 경영권 승계 연결짓는 것은 지나쳐... 준법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준법감시위의 역할과 활동 방향에 대한 조언도 이어졌다. 최 교수는 “준법감시위는 바람직한 준법감시 모델을 제시해야 할 시대적 소임을 부여받았다”며 “구체적이고 혁신적인 준법 감시 프로그램을 마련해 삼성에 제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책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11일 준법감시위는 이 부회장에 대해 ▲경영권 승계 ▲계열사 노동이슈 ▲시민사회와의 소통 ▲위원회 역할에 대한 일각의 우려 불식을 위한 조치방안 강구 등을 권고하면서, 30일 이내에 회신할 것을 요청했다. 삼성측은 고심 끝에 답변 기한을 한달 여 간 늦췄다. 

최 교수는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준법감시위 입장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했다. 그는 “(위원회가) 삼성의 과거 불미스러운 일들이 대체로 경영권 승계와 관련있다고 단정한 것은 너무 앞서나갔다”며 “해당 권고는 판결이 확정되기도 전에 유죄를 인정하라는 요구와 같다”고 지적했다. 

계열사 노동이슈와 관련해서도 “삼성은 이미 무노조 경영 방침 폐기를 이미 선언했고 사과도 했다”며 “반복되는 사과는 브랜드 이미지만 손상시키는 만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시민사회와의 소통은 준법감시위가 앞으로 해야 할 역할이자 나아가야할 방향이기도 하다”며 “지금부터라도 삼성의 미래를 위해 건전한 준법감시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시하고, 사후 평가 수행을 위한 준비 작업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 교수는 “준법감시위 위상을 확고히 해달라는 요구는 자칫 준법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난 모습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라며 “조직이 외부에 있든 내부에 있든 일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천재민 변호사는 “준법감시 제도의 독립성과 자율성은 지배주주뿐만 아니라 기업 외부의 시민·사회단체로부터의 영향력 차단을 포함해야 한다”며 “외부 입김에 의해 사회적 책임이 지나치게 강조될 경우, 향후 준법감시 제도가 기업들로부터 외면을 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전지현 변호사는 “얼마 전 준법감시위의 ‘경영권 승계 관련 사과 권고’는 일부 노동·시민단체를 의식한 처사로 보인다”며 “향후 준법감시위가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삼성 내부로부터의 독립 못지 않게 일부 노동·시민단체를 비롯한 외부 압력으로부터의 독립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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