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쌓이는 롯데·신세계免... "시중 판매 허용해달라" 아우성
상태바
재고 쌓이는 롯데·신세계免... "시중 판매 허용해달라" 아우성
  • 이준영 기자
  • 승인 2020.04.24 10: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세계免, 임대료 비싼 인천공항 T1·T2 패션잡화 운영
면세 재고품 유통, 고시 개정 필요... 빨라야 올해 말 가능
사진= 이기륭 기자
사진= 이기륭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면세업계가 관세청에 악성 재고 처리를 위해 도움을 요청했다. 특히 패션잡화 비중이 높은 롯데와 신세계가 가장 절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국내 재판매를 위해선 관세법 고시 개정과 브랜드 사업자 간 조율, 세금 조정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관세청은 한국면세점협회가 제안한 국내외 수입 면세품 재고 유통 방안을 검토중이다. 빠르면 내주 결과가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수입 면세품의 경우 전량 사입이기 때문에 재고가 쌓이면 처리가 어렵다. 일부 면세점 물류센터는 이달 들어 재고 수용능력 대비 가동률이 150%를 초과한 상태다. 

악성 재고 대부분은 시즌이 지난 패션잡화 상품이다. 타 상품군과 달리 시즌이 지난 패션잡화 상품은 가치가 급격히 내려가고, 이를 다시 면세점에서 판매하기도 어렵다. 

롯데와 신세계는 패션잡화 상품 비중이 높아 이번 관세청의 판단에 가장 예민하다는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소공동 본점에서 패션잡화 상품 비중을 키웠다"며 "신세계도 인천공항 1터미널과 2터미널 패션잡화 구역을 모두 담당하고 있어 피해가 가장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롯데는 본점 면세점에서 패션잡화 판매를 크게 키웠지만 인천공항보다 임대료 부담이 덜해 그나마 체감이 덜 할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신세계는 수천억원의 임대료를 지불해야 하는 인천공항에서 악성재고까지 쌓여 사실상 이번 코로나 사태 기간 동안 가장 큰 피해를 본 업체로 지목된다.

전세계 공항면세점이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면세업체와의 상생을 위해 임대료 감면 및 유예를 하고 있지만 인천공항은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지난 인천공항면세점에서 초유의 계약거부 사태를 낳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임대료가 가장 비싼 인천공항의 패션잡화를 모두 운영하고 있는 신세계가 이번 관세청의 판단을 가장 절박하게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관세청이 긍정적인 결론을 내린다해도 시중에 유통하는데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면세품과 일반 브랜드 제품의 운영주체가 달라 이를 조율해야 한다. 또 재고품의 가치와 관세 등의 세금 문제도 복합해 이를 해결하는데도 쉽지 않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같은 브랜드지만 사업자가 달라 한 공간에서 판매할 때 조율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며 "재고품의 가치, 관세와 부가세 등도 어떻게 책정해야 될지 내부적으로 고심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선 현재 상태가 너무 어려워 관세청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구체적으로 정한 것은 없다"며 "관세청이 재고물품 판매를 허락해 준다면 추후 논의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법 개정 문제도 있다. 현재 관세법의 '보세판매장 운영에 관한 고시'에는 미판매 재고물품에 대해 반송과 폐기만 가능하게 돼있다. 재고물품의 국내 유통을 위해서는 고시를 개정해야 한다. 이를 개정하는데도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는 분석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고시 개정은 관세청장이 할 수 있지만 이를 위한 절차들을 감안한다면 빨라도 올해 말쯤이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시 개정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데 코로나 사태가 지난 이후 재고품 국내 유통이 이뤄지면 시장경제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