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에 묻힌 경제위기... "퍼펙트스톰 몰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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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에 묻힌 경제위기... "퍼펙트스톰 몰아친다"
  • 오창균 기자
  • 승인 2020.04.14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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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 지급액 역대 최대치 기록, 외환·금융위기 이상 위기 가능성
자영업자·소상공인 줄도산 이어 부동산 업계가 붕괴되는 시나리오도
KB굿잡 취업박람회에 몰려든 청년들. 사진=이기륭 기자
KB굿잡 취업박람회에 몰려든 청년들. 사진=이기륭 기자

실물경제가 악화일로(惡化一路)로 치닫고 있다.

총체적 위기상황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바닥이 보이질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로 휘청거리던 기초체력 지표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대와 맞물려 외환·금융위기 수준으로 낙폭을 키워가고 있다.

한국 경제가 복합적 대위기를 일컫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기관들의 전망이 쏟아진다. 사상 최악의 위기를 알리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울려퍼지고 있지만 관련 이슈는 총선에 밀려 이렇다 할 관심을 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13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3월 구직급여(실업급여) 지급액은 역대 최고치인 8,98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월 역대 최고였던 7,819억원을 한달 만에 1,000억원 이상 앞지른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585억원(40.4%) 급증한 수치다. 지난달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는 15만6,000명이었다. 전년 동기 12만5,000명 대비 3만1,000명(24.8%) 늘어났다.

지금까지 정부가 고용 안정화의 근거로 삼아왔던 고용보험 가입자 수도 1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3월 고용보험 가입자는 1,375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만3,000명(1.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년 동월 대비 증가폭으로는 2004년 5월에 기록한 23만7,000명 이후 가장 낮았다. 고용보험 가입자의 월별 증가폭이 30만명을 넘기지 못한 것은 2018년 3월 이후 2년 만이다.

지난달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상장 주식을 13조원 넘게 팔아치웠다. 월간 순매도 규모로는 사상 최대 기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월 외국인들은 국내 상장 주식을 13조4,500억원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최고 기록이었던 9조원(2007년 8월)을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지난 2월 외국인들의 순매도액은 3조2,250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불과 한 달 만에 규모가 4배 이상 급증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국 경기 전반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KDI는 3월 경제동향에서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한 2월 수출이 중국을 중심으로 부진했고 내수도 경제심리 악화로 위축되고 있다"고 밝혔다. KDI가 오는 16일 공개하는 4월 경제동향 자료는 더욱 충격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 전반이 무너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산업활동 동향을 살펴보면 생산·소비·투자 부문에서 트리플 마이너스가 현실화한 가운데 각종 지표가 수년래 최대 또는 역대급 낙폭을 나타냈다.

특히 한국 경제의 뿌리로 꼽히는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0.7%로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3월(69.9%) 이후 가장 낮았다. 제조업 재고율을 의미하는 재고·출하 비율은 118.0%로 4.1%p 상승했다. IMF 시기인 1998년 9월(122.9%) 이후 가장 높았다.

국내 시중은행과 경제기관들은 "지금의 추이라면 사상 초유의 대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외환·금융위기 이상의 퍼펙트 스톰이 도래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국 경제의 기초제력은 코로나 사태 이전에 약해진 상태이기 때문에 경제위기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증시에 대해서도 "금융위기 당시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 코스피가 약 3년 걸린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장기침체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자영업자·소상공인 줄도산에 이어 부동산 업계가 붕괴되면서 대량 부도 사태가 발생해 금융사까지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내수침체와 소비부진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작년 2.0%를 기록했던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올해 0% 미만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총선 탓에 이슈가 파묻혔지만 퍼펙트 스톰은 이미 시작된 상태로 정부와 민간이 충격을 벗어날 해법을 하루빨리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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