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계속 내리막... 현대기아차, 점유율 반전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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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 계속 내리막... 현대기아차, 점유율 반전 '안간힘'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0.04.06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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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인 구매 프로그램으로 대륙 공략... 현지 임원진도 대거 '물갈이'
중국 자동차 업체 급성장에 밀린 현대기아차... '차별화 전략' 아쉬워
중국 창저우시에 위치한 베이징현대 딜러점. 사진=현대차
중국 창저우시에 위치한 베이징현대 딜러점. 사진=현대기아차

현대·기아자동차가 대륙 공략을 위한 보폭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최대 격전지인 중국 시장에서 지속적인 점유율 하락세로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에 파격적인 구매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한편, 중국 법인 임원을 전격 교체하며 'V'자 점유율 반등을 노리고 있다. 

6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베이징현대는 지난달 3만4890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 대비 22% 감소했으며, 동풍열달기아는 1만3537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 대비 38% 감소했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2월 82%까지 떨어졌던 현대차·기아차의 전체 판매 감소세가 3월 들어 28%로 대폭 축소된 것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중국 내 소비둔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정부도 자동차 소비 진작을 위한 경기부양 정책에 나설 것으로 점쳐지면서 현대·기아차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앞서 지난달 27일 현대·기아차는 수시 임원인사를 통해 중국 임원진을 대거 물갈이했다. 중국 사업 정상화와 미래 모빌리티 분야 신사업을 가속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현대차그룹은 중국 지주사 MECA사업실장(상무급)에 충칭창안자동차에서 MECA 전략을 담당한 자본운영본부장 시에차오펑(解超朋)을 선임했다. 베이징현대판매본부장(상무급)으로는 볼보 차이나 집행부총재, 상하이-폭스바겐 판매·마케팅 총괄, 신생 전기차 회사 ‘이노베이트’ 공동창업자 및 CMO를 역임한 시앙동핑(向东平)을 영입했다.

이와 함께, 현대·기아차의 중국 법인인 베이징현대와 동풍열달기아는 각각 ‘신안리더(心安礼得, 마음의 평온과 다양한 혜택을 드립니다)’와 ‘아이신부두안(愛新不斷, 사랑하는 마음은 끝이 없다)’이라는 고객 케어 프로그램을 4월부터 시작했다.

신안리더는 차량 출고 후 한달 내 고객의 마음이 바뀌면 다른 모델로 바꿔주는 ‘차종교환’과 출고 후 1년 이내 사고를 당할 경우 동일 모델 신차로 바꿔주는 ‘신차교환’, 출고 후 1년 이내 실직 등으로 차량이 필요 없어질 경우 타던 차량으로 잔여 할부금을 대납할 수 있는 안심구매 등 파격적인 3가지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동풍열달기아의 아이신부단은 중국 최초로 실직, 전염병 등 고객의 경제상황 변화에 중점을 둔 ‘안심할부’와 고객의 상황변화에 따라 다른 모델 신차로 바꿀 수 있는 ‘신차교환’ 등 2가지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안심 할부’는 고객이 차량을 할부로 구입한 후 할부 기간 내 실직과 전염병 등으로 소득이 없어져 할부금 납입이 어려워지면 6개월간 할부금 대납(차량 보유 유지) 또는 동일 금액의 위로금(차량 반납 조건)을 고객에게 지급하는 프로그램이다.

‘신차 교환’은 차량 출고 후 1개월 또는 1년 이내 고객의 마음이 바뀌면 다른 모델 신차로 바꿔주는 프로그램으로, 누적주행거리와 사고이력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출고한 지 1개월 이내일 경우 반납차량의 가치를 100%, 1년 이내일 경우 90%를 보장해주면서 신차로 교환해 준다.
 

동풍열달기아 직원이 고객에게 신형 K3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기아차
동풍열달기아 직원이 고객에게 신형 K3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기아차

◆ 유럽·일본차와 중국차 사이에 낀 현대·기아차... 중국시장 전략 이대로 괜찮나

현대·기아차의 구애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장에서는 좀처럼 온기가 돌지 않고 있다. 이는 현대·기아차가 유럽·일본 업체와 중국 업체 사이에 끼면서 애매한 포지션에 놓였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는 과거 2002년 베이징자동차와 공동으로 합자회사인 ‘베이징현대자동차’를 설립하면서 중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 같은 해 기아차도 둥펑기차집단과 손잡고 ‘둥펑위에다기아’를 설립하며 출사표를 던졌다.   

당시 현대차는 쏘나타와 엘란트라(아반떼XD), 기아차는 천리마(베르나)와 프라이드를 앞세워 중국의 신흥 중산층을 공략했다. 그 결과, 현대·기아차 판매량은 중국에서 고공행진을 그리며 경쟁 차종들을 압도했다. 가격은 경제적이면서도 고급스런 이미지를 갖춘 것이 주효했다. 

이러한 기세를 몰아 현대·기아차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중국 시장에서 10%대 점유율로 정점을 찍으며 승승장구했다. 이처럼 중국 시장의 ‘강호’였던 현대·기아차는 그러나 2017년 4월 불거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 사태 이후 상황이 급반전하며 지속적인 점유율 하락에 시달려왔다.  

여기에는 중국 소비심리 위축과 함께, 현대·기아차가 주춤한 틈을 파고든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약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2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유엔의 세관통계 데이터베이스 '유엔 컴트레이드'를 분석한 결과, 중국에서 한국산 자동차의 점유율은 지난해 4.8%에 그쳤다. 반면, 중국차동차공업협회가 지난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차 브랜드의 자국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9.7% 상승한 52.6%를 기록했다. 

이러한 구도는 이미 2000년대 초부터 예견됐던 것이지만, 그간 현대·기아차의 대(對) 중국 전략에 ‘구멍’이 뚫리면서 중국 업체들에게 자리를 내준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품질로 비교했을 때 현대·기아차가 중국산 자동차보다 분명한 우위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브랜드 마케팅을 통한 '고급화'에 실패한 것이 ‘패착’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중국 현지 자동차 매체 ‘처콰이핑(车快评)'은 “베이징현대차의 중국 시장 판매량은 지난해 연간 71만3000대로, 전년 80만9000대 대비 약 10% 더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베이징현대차는 판매량에서 상위 10위권을 벗어났으며, 이는 지난 10년간 베이징현대차 판매량 중 가장 낮은 순위”라고 전했다. 

또 다른 현지 매체 진스슈쥐(金十数据)는 “과거 중국 자동차업계의 롤모델이었던 현대차는 중국 업체의 부상으로 시장 경쟁력이 예전 같지 않은데다, 중국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며 “중국 자동차업체들이 잇따라 시장에 뛰어들면서 현대차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비관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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