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 고발' 시민단체 홈피에... 임직원 233명 실명·주소 무방비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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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삼성 고발' 시민단체 홈피에... 임직원 233명 실명·주소 무방비 노출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0.04.06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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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시민단체, 삼성 임직원 실명·주소 담긴 '고발장' 홈피 게재
법조계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해... 명예훼손·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
한 시민단체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삼성 임직원 사찰' 관련 고발장과 보도자료. 사진= 시민단체 홈페이지 캡쳐
한 시민단체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삼성 임직원 사찰' 관련 고발장과 보도자료. 사진= 인터넷 홈페이지 캡쳐

한 시민단체가 ‘삼성의 임직원 불법사찰 꼼수사과를 규탄한다’며 보도자료와 함께, 고발장 원본을 인터넷 홈페이지(카페)에 첨부파일 형태로 게재해 물의를 빚고 있다. 해당 고발장에는 삼성 전현직 임원 및 협력사 사장 등 관계자들의 실명과 주소가 상세히 기재돼 있어 개인정보보호법 등 실정법 위반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달 19일 15개 시민단체가 연대한 ‘삼성의 불법사찰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공동대응(이하 공동대응)’은 서울 서초구 삼성사옥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과거 삼성 미래전략실이 자사 임직원들의 시민사회단체 후원 내역을 무단 열람한 사실과 관련, "삼성 측의 사과는 꼼수 내지 위장 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공동대응 측은 “삼성은 시민단체 불법사찰 행위의 진상을 철저하게 밝히고, 관련자 및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삼성은 진정성을 찾아볼 수 없는 꼼수 사과 뒤에 숨지 말고, 피해 노동자들과 단체들의 요구사항에 충실히 답해야 한다”고 했다, 

해당 사안에 대해 삼성은 올해 2월 28일 '임직원들의 시민단체 후원내역 열람에 대해 깊이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공식 사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 촉구 권고’에 따른 것이다. 

삼성은 사과문에서 2013년 5월 구(舊) 미래전략실이 특정 시민단체들에 대한 임직원 기부 내역을 열람한 것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임직원들의 후원 내역을 동의 없이 열람한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될 명백한 잘못이었음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시는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경영진부터 책임지고 앞장서서 대책을 수립해, 철저하고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며 "그 동안 우리 사회와의 소통이 부족해 오해와 불신이 쌓였던 것도 이번 일을 빚게 한 큰 원인이 됐다는 점 또한 뼈저리게 느끼며, 깊이 반성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을 비롯해 삼성 임직원 및 관계자 233명의 실명과 주소가 그대로 노출된 고발장을 누구든지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공개한 모습. 사진=인터넷 홈페이지 캡쳐
해당 홈페이지에서 게재된 고발장. 사진=홈페이지 캡쳐

◆삼성 전현직 임직원·협력사 관계자 233명 실명, 주소 노출  

삼성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민단체는 진정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진보성향 시민단체의 좌장 격인 한국진보연대는 다산인권센터,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 등과 함께 ‘공동대응’을 구성하고, 삼성 측의 책임자 및 관련자 처벌, 피해자 및 피해단체에 대한 회복방안 마련,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대책 수립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3일 현재 모 시민단체 홈페이지에는 ‘삼성 임직원 사찰 규탄’ 기자회견 보도자료와 함께, 고발장 원본이 PDF 파일로 올라와 있다. 지난달 25일 게재된 고발장 원본에는 2014년부터 7년째 와병 중에 있는 이건희 삼성 회장을 비롯해 구 삼성미전실 임원,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사장 등 233명의 실명과 주소가 노출돼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2조는 ‘개인정보’의 의미를 “개인에 관한 성명, 주민등록번호 및 영상 등을 통해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라고 정의했다. 같은 법 3조는 “개인정보의 처리 방법 및 종류 등에 따라 정보 주체의 권리가 침해받을 가능성과 그 위험 정도를 고려해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해야 한다”, “정보주체의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처리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거나, 목적 외로 개인정보를 이용·제공한 경우,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제공한 경우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이다(위 법 제71조).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44조는 “이용자는 사생활 침해 또는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보를 정보통신망에 유통시켜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했다.

같은 법 70조 1항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수 있도록 했다. 

사진=시장경제신문DB

◆법조계 "고발장 개인정보 노출은 명예훼손·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확인 결과, 삼성 임직원 및 관계자에 대한 개인정보가 담긴 고발장을 그대로 공개한 시민단체는 ‘공동대응’에 참여한 15곳 중 단 한 곳에 그쳤다. 다만 누구나 제한 없이 고발장을 내려받을 수 있어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적지 않다. 

서울 서초동 로펌의 A변호사는 “실명이 노출된 것은 명예훼손에 해당하고, 주소까지 노출됐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실명 등이 포함된) 고발장을 인터넷에 올린 것만으로도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는 판례도 최근에 나왔다”고 설명했다. 

서울 사립대 법대 B교수는 “명예훼손의 소지가 있다. 최근에는 (공개가 결정된) 판결문이라 해도 전부 이름을 가린다”고 말했다. 이어 “고발장에 적힌 개인 실명과 주소 등을 공개하는 것은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해”라며 “고발장은 고발인의 주장일 뿐, 법적인 판결이 아직 내려지지 않은 사안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해당 시민단체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단순 실수일 뿐"이라며 "해당 고발장이 원문 그대로 공개된 사실을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문제의 소지가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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