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25시] '쿠팡페이 분사'를 바라보는 3가지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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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25시] '쿠팡페이 분사'를 바라보는 3가지 시선
  • 이준영 기자
  • 승인 2020.04.0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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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 확보로 보기엔... 쿠팡, 상장(上場) 포석뒀나
"재무상황 탈피+ 추가투자, 두 토끼 잡으려는 속내"
쿠팡 김범석 대표. 사진=Milken Institute 유튜브 화면캡처
쿠팡 김범석 대표. 사진=Milken Institute 유튜브 화면캡처

쿠팡이 자사 결제서비스인 '쿠페이'를 담당하고 있는 핀테크 사업부문을 분사한다고 31일 밝혔다. 핀테크 자회사 '쿠팡페이(가칭)'는 이달 1일 설립돼 올해 상반기 중 본격 사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쿠팡 내부적으로도 갑작스러울만큼 깜짝 발표였다.

쿠팡의 사업발표를 두고 업계 내 여러 말이 오가고 있다. 먼저 가장 일반적인 시선은 쿠팡페이 규모가 커져 전문성 확보가 필요하다는데 맞춰진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간편결제부문에서 쿠팡페이는 거래액 기준 3위에 올라있다. 1위는 이베이코리아의 스마일페이, 2위는 네이버의 네이버페이다. 규모가 커진만큼 전문적으로 운영해 치고 올라가겠다는 것이 쿠팡의 주장이다. 쿠팡은 외면적으로 전문성 확보를 내세웠지만, 분사가 답이라는 계획에는 의문이 따른다.

실제 1위 사업자 이베이코리아는 분사없이 스마일페이를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의 SSG페이는 오히려 신세계I&C가 운영하다가 SSG닷컴에 양도했다. 즉, 페이사업의 분사는 전문성과 연관이 크다고 볼 수 없다는 시각이 많다. 오히려 내부적으로 운영하는게 전문성 확보에 도움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회사 두 곳에 나눠진 데이터를 한데 모아 운영하는게 사업적인 면에서 도움된다"고 말했다. 고객들의 구매데이터와 결제데이터를 한 번에 처리하면 마케팅 측면에서 더 낫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갑작스런 쿠팡페이의 분사에는 어떤 속내가 담겨 있는 것일까. 가장 무게가 실리는 것은 '재무 건전성 확보'와 '추가 투자 유치'다.

쿠팡은 이전에도 자회사를 통해 재무건전성을 확보한 이력이 있다. 바로 '쿠팡 풀필먼트 서비스(이하 CFS)'를 통해서다. 쿠팡의 100% 자회사인 CFS는 아마존의 '풀필먼트 바이 아마존'을 벤치마킹 한 것으로 제품 주문에 따라 선별, 포장, 배송 및 사후처리까지 일괄처리해 주는 서비스다.

CFS는 내부거래로 실적이 상계처리된다. 직매입 비용 부담은 쿠팡이 지고, 수익은 CFS가 가져가는 구조다. 즉, 적자는 본사가 안고 이익은 CFS가 가져가면서 재무건전성을 확보했다. CFS는 쿠팡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사업으로 향후 쿠팡의 적자 기조를 탈피시킬 창구로 지목되는 곳이다. 이번 쿠팡페이 분사건 역시 기존 금융 리스크를 본사가 담당하고 이익만 가져가는 재무건전성 확보 차원 아니냐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또 하나는 추가 투자유치 목적이다. 간편결제 사업을 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분사를 통해 ICT기업 및 금융사들과 손잡고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실제 알리바바는 간편결제 서비스 알리페이를 서비스하면서 온라인 대출, 자산관리 사업도 함께 하고 있다. 페이스북도 메신저페이와 온라인 대출 서비스를 선보였으며, 아마존도 보험가격비교 사이트를 설립했다. 모두 관련 ICT기업과 손 잡으면서 시작된 서비스다.

쿠팡페이는 관련 기업들과 제휴를 통해 규모를 키우고, 추가적인 투자로 이어지는 청사진을 그리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글로벌 페이사업자들은 지분투자 및 인수합병이 활발하다. 알리바바의 금융 자회사 '앤트 파이낸셜'은 실버레이크파터너스 등으로 부터 140억달러(약16조5000억원)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쿠팡은 2년전 소프트뱅크로부터 20억달러 추가 투자를 받았지만 현재 거의 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뱅크에게 추가적인 투자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쿠팡페이를 통해 추가 투자처를 발굴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쿠팡의 이러한 행보는 상장으로 모인다. 쿠팡 상장설은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 외신에서 쿠팡의 나스닥 상장이 조만간 진행된다는 기사가 나왔을 때 쿠팡은 장기적으로 상장을 준비중이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후 바로 나온 것이 '쿠팡페이'다.

지난해 9월 금융감독원은 쿠팡에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다. 금감원은 "쿠팡이 지난해 3월 계획한 유상증자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자기자본과 미상환 잔액 대비 자기자본 비율이 경영 지도기준 20%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정비용 등을 포함한 경영개선 계획을 마련하고 주기적으로 이행 실적을 금감원에 보고하도록 했다.

금감원의 조치는 자본잠식 해소 방법을 강구하라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해 미국 법인이 보유한 기존 투자금을 활용해 세번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바 있다. 이는 국내 법인은 유상증자를 할 여력이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쿠팡의 재무상황 탈피를 위해서는 상장과 추가투자 두가지 방안이 요구된다"며 "쿠팡페이는 이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대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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