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스타트업과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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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스타트업과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
  • 방성주 기자 정규호 기자
  • 승인 2017.04.24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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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8월 평양에서 열린 스타트업 박람회, 투자자는 없었고 외국인 교수가 학생의 발표를 지도했다 사진=Finacial Times

[방성주의 글로벌 성공시대] '북한'의 스타트업은 어떨까? 지난해 8월 평양과학기술대학에서는 '스타트업 박람회'가 열렸다. 이 행사를 취재한 외신은 다른 국가에서 볼 수 없던 북한의 스타트업을 봤다고 전했다. 

외신은 "대학 강의실에서 진행된 박람회는 기업가와 투자자의 열띤 토론은 보이지 않았고, 김일성 초상화가 걸려있는 방에서 외국인 교수가 학생의 프레젠테이션을 지도한 것이 전부였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비웃은 셈이다.

영국 가디언(The Guardian)도 북한의 스타트업을 '조소(嘲笑)'했다. "북한에서 있음직하지 않은 스타트업" (North Korea's unlikely tech startups)이라고 제목을 달았다.

평양 북부의 '은종기술지역'을 방문한 가디언 기자는 "다른 지역에서 제한됐던 기회가 이곳에서는 풀렸다"고 전했으나 이것이 기대에 미치지 못함을 토로했다. 그는 "기술지역이 참신한 아이디어가 무한 경쟁하는 실리콘밸리가 아니며, 도로건설 등 인프라 개발에 집중한 일반 산업체였다"고 전했다.

북한의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슘페터가 강조한 '기업가정신' (Entrepreneurship)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치 체제로 인한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슘페터의 '정신'을 실현시킬 도구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접속가능한 '네트워크'다. 이를 주춧돌로한 스타트업은  자본, 기술자, 또 사용자를 조밀하게 연결해 일상의 '혁명'을 선사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은둔의 왕국(Hermit Kingdom)이라고 불리는 북한에서는 어떤 네트워크도 광범위하게 이용할 수 없다. 인적 네트워크의 결합이 김정은 정권에 대한 위협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고위급 탈북자 김흥광씨는 파이낸셜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에서는 김정은 정권을 위협하지 않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북한에서의 스타트업은 집단소유라는 공산주의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가 정신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현재 북한에서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북한의 스타트업 박람회를 주관했던 한 일본인 교수도 "북한에서의 진정한 스타트업은 법과 사업의 환경의 변화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희망적인 모습도 있다. 정권의 통제 뒤편에는 스타트업의 씨앗이 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전문 매체 '엔케이 뉴스'(NK News)의 트리스탄 웹(Tristan Webb) 수석 연구원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외부 관찰자들은 북한에서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 기반한 스타트업을 보지 못했을 것이나 암시장을 주 무대로 기업가정신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웹은 "2002년 수정된 헌법이 잉여 생산물을 활용가능하도록 규정했기에 이러한 모습이 북한 전체로 퍼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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