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통증 환자, 마약성 진통제 오남용 가능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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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통증 환자, 마약성 진통제 오남용 가능성 높아"
  • 설동훈 기자
  • 승인 2020.03.31 1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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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존 치료에서 벗어나는 노력 필요... 전극 자극 치료 방법 대안될수도
만성통증 환자의 경우 마약성 진통제의 오남용 가능성이 높아 진통제에 의존하는 치료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사진=연세에스의원
만성통증 환자의 경우 마약성 진통제의 오남용 가능성이 높아 진통제에 의존하는 치료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사진=연세에스의원

2010년대 미국에서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남용이 사회적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오피오이드는 아편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든 마약성 진통제를 통칭한다.

마약성 진통제는 통증 전달 경로를 차단하거나 말초 조직의 염증 반응을 줄이는 간접적 방식으로 통증을 감소시키는 비 마약성 일반 진통제와 달리 통증을 인지하는 뇌·척수 등 중추신경계의 오피오이드 수용체에 달라붙어 통증을 감소시킨다.

오피오이드 수용체는 엔도르핀 호르몬이 결합하는 곳으로 가짜 엔도르핀이 돼 흥분된 신경을 잠재우고 통증을 가라앉히는 셈이다. 중추신경계에 직접 작용하는 만큼 비마약성 진통제보다 진통 효과는 훨씬 강력해 마약성 진통제 모르핀의 진통 효과는 아스피린의 300배 이상이라고 보고되고 있다.

오피오이드는 신경병증성 통증과 같은 만성 통증, 수술 후 통증 등 극심한 통증을 다스리는 진통제로 미국에서 널리 사용됐다. 부작용이 심각함에도 의사의 처방전만 있으면 약국에서 쉽게 살 수 있었고 이로 인해 오남용 문제와 함께 수많은 중독자를 양산했다.

미국 연방 질병통제센터에 따르면 1999~2017년 사이 총 47만명이 오피오이드 중독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지난해 8월 미국 오클라호마주 법원은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드존슨에게 마약성 진통제 남용에 대한 책임을 물어 5억 7천 2백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으며 미국 내 여러 제약사들을 대상으로 한 소송도 2천여 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마약성 진통제의 오남용은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내에서도 마약성 진통제의 오남용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마약성 진통제 처방은 상급종합병원에서 181만명에게 216만건, 종합병원347만3561명에게 421만건, 병원 422만1112명에게 556만0208건이었으며, 의원급 의료기관이 2728만1181명에게 총 4332만2631건으로 가장 많은 처방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문지연 교수팀이 2017~2018년 국내 6개 대학병원에서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은 만성 비암성 통증환자 2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환자 5명 중 1명은 약에 대한 의존성을 보여 오남용 가능성이 있었다. 이는 마약성진통제 사용량이 높은 국가들의 오남용 발생률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암으로 인한 통증, 척추 수술 후 통증, 만성 척추질환, 척주질환 외상, 신경손상에 의한 통증 질환 등의 심각한 만성통증질환은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하지 않고 감내하기 어렵다. 통증으로 치료효과가 떨어지는데다 근 감소증, 수면장애,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마약성 진통제의 오남용 예방을 위해서는 의사의 처방과 의료진의 통제 하에 통증 강도에 맞춰 약효·제형을 신중히 선택,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또한 환자의 경우 진통제를 사용해도 의존하려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뇌 속 통증신호 전달 체계에 적정 수준의 전기자극을 가해 통증을 개선하는 전기치료가 마약성 진통제를 대신하는 만성통증 치료방법으로 적용되기도 한다. 전기를 세포에 전달, 병변을 개선하는 전기생리학은 1931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독일의 생화학자 오토 바르부르크 박사에 의해 처음 개념이 정립됐다.

인간의 대뇌와 시상하부의 연결 부위엔 미세한 회백질 띠로 이뤄진 불확정영역에 감각기능과 연관될 것으로 추정되는 별아교세포가 자리 잡고 있다. 연세대 의대 생리학교실 이배환·차명훈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만성통증 환자는 별아교세포의 수가 적고 활성도도 낮다. 이 때 뇌에 전기자극을 가하면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가 활성화, 별아교세포의 활동이 촉진되고 손상된 세포가 재생돼 통증 강도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절한 전기자극은 진통 효과를 나타내는 호르몬인 엔케팔린 분비를 촉진하고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의 ATP(아데노신 3인산) 생산을 늘려 만성통증, 두통, 어지럼증, 마비 등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현재 임상에서 전기자극 치료법으로 사용되는 것으로는 호아타 요법 등을 들 수 있다. 피부 10~15㎝ 아래까지 미세전류를 흘려보내 신경세포 대사를 촉진, 통증 개선과 함께 장기적으로 면역력을 높여 통증 재발을 막는다.

대개 통증이 극심한 부위에 1회 5초 이상 수차례 전기를 흘려보내면 통증이 완화된다. 하지만 치료 후 2~5일이 경과하면 전위가 다시 떨어져 통증 재발 가능성이 있어 1주일에 2~3회 간격으로 반복치료를 시행한다.

연세에스의원 심영기 원장은 “뇌에 호아타 요법으로 전기자극을 가해 음전하를 띤 정전기가 손상된 신경줄기를 따라 흐르면 신경의 감각전달 능력이 정상화되고 신경세포가 튼튼해진다"며 “다양한 원인에 의한 급성·만성 통증, 감각이상, 암성통증, 신경마비, 섬유근육통 등 난치성질환 치료에 적용할 경우 양호한 임상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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