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규제 풀테니 10兆펀드 좀"... 돌연 상냥해진 금융당국
상태바
"은행규제 풀테니 10兆펀드 좀"... 돌연 상냥해진 금융당국
  • 오창균 기자
  • 승인 2020.03.24 1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로 시장안정펀드 추진하며 '은행 참여' 눈치
은성수 "규제 유연 적용", 은행권 "증액에 적극 협조"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금융지원 협약식'에 참석한 금융기관 수장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금융지원 협약식'에 참석한 금융기관 수장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채권시장안정펀드와 증권시장안정펀드 조성에 합의했다

양측의 거래 조건은 명확했다. 당국은 자금조달을 통해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게 됐고, 은행은 자본 건전성 규제 완화를 사실상 확약 받았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23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금융지원 협약식'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은행들과) 채권펀드·증안펀드 주요 사안과 관련한 논의를 모두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이날 협약식에는 은성수 위원장을 비롯해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19개 은행 은행장,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 협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위기를 맞은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돕고 실물경제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공동 목표 하에 마련됐다.

은행권은 10조원 이상 규모로 조성되는 채권시장안정펀드에 기여하고 필요시 증액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또한 주식시장 안정을 위한 증권시장안정펀드의 신속한 조성에 지원을 아끼지 않기로 했다. 규모는 10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금융당국은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민간 기관을 둘러싼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면책해주기로 했다. 아울러 은행들의 자본 건전성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방안을 전면 제고하기로 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사진=금융위원회
은성수 금융위원장. 사진=금융위원회

특히 은성수 위원장은 10조원 이상 규모로 조성되는 채권시장안정펀드에 기업어음(CP)을 포함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시장은 세그먼트(Segment) 분리된 게 아니라 연결돼 있기 때문에 채안펀드의 남은 자금으로 CP를 살 수 있게 되면 채권시장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1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가 조성됐었다. 신용등급이 일정 수준 이상인 회사채·여신금융전문회사채·은행채, 자산담보부기업어음(PF-ABCP), 프라이머리채권담보부증권(P-CBO) 등이 투자 대상이었다. 금융당국은 최근 CP시장을 중심으로 리스크 조짐이 일고 있어 지원책으로 기업어음도 매입대상으로 포함시킨 것으로 해석된다.

증권시장안정펀드의 경우 채권시장안정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확실성이 크다. 최근 대내외 충격으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위험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권은 투자 손실보다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에 무게를 두고 협약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은행들은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최대한 초저금리(1.5%)로 자금을 공급하고 영업점을 통해 적합한 금융상품을 안내하기로 했다.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조치는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된다. 일시적 자금난을 겪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 대해서도 여신 회수를 자제하고 필요할 경우 신규 자금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구체적 내용은 24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2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한편, 협약식에 참석한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20일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인용에 대해 "법무실과 의논해서 잘 대응해 나가겠다"고 짧게 답변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