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칠' 지방질 파괴한다는데... '비누 다이어트', 사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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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칠' 지방질 파괴한다는데... '비누 다이어트', 사실일까?
  • 설동훈 기자
  • 승인 2020.03.20 1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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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피하지방, 바이러스 감싼 지방질 막과 달라
비누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감싼 지방질의 파괴 역할을 하지만 다이어트를 위한 체지방 제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사진=365mc
비누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감싼 지방질의 파괴 역할을 하지만 다이어트를 위한 체지방 제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사진=365mc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 속에 비누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제거 원리가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 잘못된 정보로 인한 ‘인포데믹’ 현상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비누칠로 살을 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헛된 바람’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비누가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힘의 원천은 바이러스를 보호하는 ‘지방질’을 파괴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바이러스 표면에는 사람 세포에 붙어 감염을 일으키는 돌기 형태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존재하는데 이 단백질은 바이러스 가장 바깥쪽 방어막 역할을 하는 지방질 성분의 ‘엔벨로프’에 달라 붙어있다.

비누로 손을 씻으면 비누의 계면활성제가 엔벨로프를 녹여 바이러스 활성화를 막고, 물은 바이러스와 세균을 흘려보낸다. 전문가들은 엔벨로프에 구멍이 뚫리면 그 바이러스는 죽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하고 있다.

최근 이러한 사실이 조명되며 ‘비누가 지방질을 깨뜨리는 역할을 한다면, 샤워할 때 비누칠을 많이 할수록 살이 빠지지 않을까?’라는 다소 엉뚱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365mc 강남본점 손보드리 대표원장은 “비누가 지방을 제거한다는 의학적 근거는 전혀 없다”며 “비누 성분이 피부로 흡수되고, 다른 조직은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지방세포만을 타깃으로 파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허벅지·팔뚝 등을 통통하게 만드는 피하지방은 바이러스를 감싼 지방질의 막과 결이 다르며 피부 밑을 채운 지방세포가 많을수록 몸이 통통해지는데, 이는 비누 속 계면활성제가 지우는 '기름기'와는 다른 존재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체지방을 제거하는 데 비누칠은 전혀 소용이 없다.

손 원장은 “체지방은 특정 약물에 의해 녹아 사라지기 어렵다”며 “비만 치료를 위해 행해지는 지방분해 주사도 직접 지방세포를 없애는 게 아닌 지방세포 크기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다이어터들의 절실한 마음을 악용한 ‘다이어트 비누’가 존재했던 사례도 있었다.

지난 1990년대 말 일본의 한 기업은 ‘샤워하는 것만으로도 살을 빼주는 비누’를 선보였다. 당시 업체는 “여대생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피하지방이 줄었다”고 광고했고, 비누는 없어서 못 팔 정도였지만 실상은 중국에서 수입한 평범한 비누였다.

물론 이 비누의 광고 내용을 믿고 사용한 사람들의 경우 전혀 날씬해지지 않았다. 명백한 상술에 불과했던 탓이다.

손 원장은 “이처럼 입증되지 않은 업체의 허위 광고만을 믿고 다이어트 제품을 사용할 경우, 체중 감량이 불가능한 건 물론 피부 손상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비누나 보디클렌저는 ‘화장품’일 뿐, 신체를 개선할 수 있는 의약품이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거나, ‘신체 일부를 날씬하게 한다’는 문구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손 원장은 "다이어트에도 과유불급의 원칙은 존재한다"며 "검증되지 않은 의문스러운 다이어트 방법으로 몸을 해치지 말고, 자신에게 맞는 건강한 몸매 관리법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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