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이용, 실탄 쌓자"... 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 발행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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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이용, 실탄 쌓자"... 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 발행 러시
  • 오창균 기자
  • 승인 2020.03.20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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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들 앞다퉈 자본 확충... "코로나 후폭풍 대비"
사진=시장경제신문DB
사진=시장경제신문DB

예고 없이 찾아온 역병 사태에 놀란 금융지주들이 앞다퉈 자본을 확충하고 있다.

정부의 잇따른 경제정책 실패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맞물려 위기가 심화하자 퍼펙트 스톰에 대비하기 위해 실탄을 쌓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저금리 환경을 이용해 자금을 쌓아 인수·합병(M&A)에 나서려는 움직임도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조만간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 성격을 동시에 갖지만 재무지표 산정 때 자본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금융지주들이 자본 확충 수단으로 종종 활용하고 있다. 하나금융 측은 자본 확충을 통해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하나금융의 핵심 계열사인 하나은행은 이달 말 3,000억원 규모로 코코본드 후순위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하나은행은 최근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2,700억원을 모으는데 그쳤다. 시중은행의 채권 발행에서 미달이 나온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나마 800억원의 추가 수요를 확보해 최종적으로 미달하는 사태는 막았다는 후문이다.

KB금융은 지난 13일 3,000억원 규모로 영구채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KB금융은 지난달 18일에도 4,000억원 규모로 후순위채권을 발행했다. KB금융이 후순위채권을 발행한 것은 지주사 설립 이후 최초다. 당초 발행 예정은 3,000억원이었지만 약 2.2배(6,600억원)에 달하는 응찰률을 기록하면서 금액이 증액된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은 지난 9일 3,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에 대한 수요예측을 마무리하고 오는 19일 발행할 예정이다.

KB금융은 현재의 역병 위기와는 별개로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자본을 쏟아부을 것으로 보인다. 푸르덴셜생명 본입찰은 오는 19일 예고돼 있다. 인수 추정가는 2조원대다. 입찰에는 KB금융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IMM프라이빗에쿼티·한앤컴퍼니 등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금융도 지난달 6일 4,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했다. 은행 비중이 높은 우리금융은 여러 시각에서 인수·합병(M&A)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은 푸르덴셜생명 입찰에 뛰어든 IMM프라이빗에쿼티에 인수금융을 대기로 했다. 사실상 KB금융의 경쟁 상대인 셈이다. 우리금융은 롯데카드가 매물로 나왔을 때에도 MBK파트너스 인수금융을 맡아 롯데카드 지분 20%를 샀다.

신한금융에선 신한은행이 지난달 2,900억원 규모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이는 당초 발행 계획보다 400억원 늘어난 규모다. 발행된 신종자본증권은 5년 콜옵션 보유 영구채 2,400억원과 10년 콜옵션 보유 영구채 500억원이다. 금리는 시중은행이 발행한 원화 신종자본증권 중 가장 낮은 2.88%, 3.08%다. 신한은행 측은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자기자본 비율이 16bp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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