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 근거자료' 제출 거부한 증선위에... 法 "명령하기 전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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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 근거자료' 제출 거부한 증선위에... 法 "명령하기 전 내라"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0.03.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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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 vs 증선委... '분식회계' 제재 취소소송 2차 공판
증선위 18년 고발 당시, '분식 판단 근거자료' 검찰에 넘겨
재판부 "분식회계 당부 판단이 쟁점", 자료제출 재차 요구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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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요구 등 취소 청구소송에서, 이 사건 원인이 된 ‘분식회계 의결’ 근거자료의 존재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사건 심리를 맡은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유환우 부장판사)는 18일 오전 2회 변론기일을 열고, 피고(증선위) 측에 위 자료의 제출을 요구했다.

2018년 11월 14일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재무제표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4조5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범했다”고 의결한 뒤 대표이사 및 담당 임원 해임 권고, 감사인 지정 3년, 과징금 80억원 부과, 검찰 고발 등의 제재 처분을 내렸다.

증선위는 금융위의 추인을 받아 같은 달 20일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위원회는 분식회계 의결의 판단근거가 된 방대한 문건도 검찰에 넘겼다.

삼바는 미국계 글로벌 제약사 바이오젠의 투자를 받아 2012년 2월 28일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 전문기업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다. 바이오젠은 초기 대규모 투자를 꺼렸으나, 에피스의 성장잠재력만은 높게 봤다. 이런 판단을 바탕으로 바이오젠은 향후 회사가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성공하는 경우를 예상해 일종의 ‘보험’을 들었다. 에피스 발행 주식을 향후 일정 시점에 최대 ‘50%-1주’까지 추가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 약정’이 그것이다.

이 사건 분식회계 의혹은, 바이오젠 보유 ‘콜옵션 지배력의 현실화 시점’에 대한 해석 차이에서 비롯됐다. 따라서 에피스 설립 전 삼바와 바이오젠이 서명한 합작계약서, 양사가 합의한 에피스 지분비율 및 이사회 구성 원칙, 제품 개발 및 판매 관련 합의사항 등은 증선위 분식회계 의결의 당부를 판단하는데 있어 중요한 기초자료가 된다. 증선위가 검찰에 제출한 문건에는 위 자료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증선위 측 변호인단은 “검찰 보유 증거는 수사 기밀에 해당하며 이는 대법 판례도 인정한 사안”이라며 “(판례에 따르면) 검찰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전까지 (재판부가 요구한 자료는)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안다”고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해당 자료를 제출하면 현재 진행 중인 수사에 방해가 되는 만큼 재고해 달라”고 했으나 재판부는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재판부 “수사방해 주장 인정 어려워... 문서제출명령 낼 수도”

재판부는 “이 사건은 검찰 수사나 기소, 현재 진행 중인 증거인멸 혐의 삼바 공판과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재판부는 “법원이 (내부적으로) 자료를 살핀다고 해서 수사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임의로 제출을 하지 않는다면) 문서제출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재판부는 분식회계 판단 이유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필요하다는 뜻도 나타냈다. 그러면서 내부감사 회계규정과 시행세칙, 기업회계기준서 등의 문건 제출도 함께 요구했다. 이들 발언의 행간을 고려하면, 재판부는 ‘이 사건 쟁점은 피고(증선위) 분식회계 의결의 당부이므로 근거자료 확인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분식회계 근거자료 제출을 두고 양측 변호인단 사이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삼성바이오 변호인단은 “증선위는 금감원에 모든 자료를 요청해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며 “증선위가 금감원에 위 자료를 보내 달라고 요청한 적은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삼바 변호인단은 "증선위가 분식회계 근거자료를 법원에 내는 것이 먼저"라며 조속한 자료 제공을 촉구했다. 변호인단은 "증선위가 분식회계 의결에 적용한 기업회계기준 조항을 특정하면 그에 따른 반박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양측 변호인단은 '바이오젠 보유 콜옵션'에 대해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삼바 측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에피스를 실질적으로 단독지배했다”면서 “공동지배로 보는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오해일 뿐”이라고 말했다. 

반면 증선위 변호인단은 “콜옵션 가치를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관건”이라면서도 “삼성바이오는 에피스 가치가 높아야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데 회계기준 어디에도 이런 내용은 없다”고 했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 사건 경과... 금융당국, 세 차례 ‘말 바꾸기’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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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 발단은 2018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증선위는 2015년 삼성바이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단독지배(종속회사)’에서 '공동지배'(관계사)로 회계기준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고의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증선위는 삼바 측에 대표이사를 포함한 주요 경영진의 해임을 권고하고, 감사인 지정 3년, 재무제표 재작성, 과징금 80억원과 함께 검찰 고발 등 행정처분을 내렸다. 

삼바는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증선위의 1·2차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그 결과, 가처분 사건 1·2심과 대법원 모두 삼성바이오측의 손을 들어줬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상당하고, 증선위 처분이 삼성바이오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삼바는 2012년 바이오젠과 공동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합작·설립했다. 양사 합의에 따라 에피스 경영권은 삼성바이오가 단독 행사했다. 설립 당시 바이오젠의 에피스 보유지분은 15%에 불과했다. 바이오젠은 신생기업인 에피스의 경영권을 삼성바이오에 넘기는 대신, 추후 에피스 보유지분을 ‘최대 50%-1주’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을 보유하는 약정을 체결했다.

삼바는 2012년 재무제표를 작성하면서 에피스를 단독지배기업(종속기업, 자회사)으로 판단하고, 연결회계를 적용했다. 회사 측은 이 판단을 2014년까지 유지하다가 2015년 변경했다. 그해 9월과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에피스가 개발한 바이오시밀러(복제약) 2종의 판매를 허가했다. 삼성바이오는 에피스 주식가치가 급등할 것으로 보고, 공동투자자인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2015 회계년도 재무제표에서 삼바는 에피스를 단독지배기업이 아닌 '공동지배기업'(삼바-바이오젠 공동지배)으로 보고, 지분법 회계를 적용했다. 지분법 회계를 적용하면서 에피스의 지위는 종속기업에서 관계사로 바뀌었다. 

증선위는 "바이오젠이 언제든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었다"는 의견을 앞세워, 에피스 지위에 관한 삼바의 회계변경을 분식회계로 봤다.

분식회계 논쟁의 핵심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바이오젠 보유 콜옵션 가치에 대한 해석의 차이다. 대부분의 회계학자와 회계사들은 '콜옵션 가치 해석상의 차이를 분식회계를 볼 수 있는지'를 놓고 강한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학계 및 실무 업계의 회의적 반응을 별론으로 하더라도, 금융당국의 거듭된 말바꾸기는 두고 두고 논란이 될 전망이다.    

이 사안에 대한 금융당국의 판단은 3년 사이 세 차례나 번복됐다. 증선위 판단에 앞서 분식회계 여부를 감리한 금융감독원은 2016년 ‘적법’ 판단을 내렸다. 2017년 5월, 참여연대 등의 요구에 따라 재감리를 시작한 금감원은 2018년 7월 ‘2015년 재무제표만 위법’으로 말을 바꿨다. 금감원은 같은 해 11월14일 2차 감리 결과를 발표하면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모두 위법’이란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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