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 앞둔 한화, 등기이사 절반 '리스크 전문가'로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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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 앞둔 한화, 등기이사 절반 '리스크 전문가'로 채운다
  • 양원석 기자
  • 승인 2020.03.18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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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25일 주총... 서광명·김승헌·이석재, 새 이사진 3인 '주목'
임원 선임안 통과되면, 이사회 9명 중 4명이 재무·회계·감사통 
"불확실성 대비, 경영효율+김동관 부사장 승계대비 위한 포석"
서울 장교동 한화그룹 사옥. 사진=이기륭 기자.
서울 장교동 한화그룹 사옥. 사진=이기륭 기자.

25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둔 ㈜한화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등 이사회 내 ‘리스크 관리 전문가’ 비중을 크게 확대하면서 그 배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화는 지난달 ‘주주총회 소집 결의’ 공시를 통해 정기 주총 주요 안건을 공개했다. 이 가운데 등기 임원 선임의 건을 보면 올해 신규 이사는 사내 1명, 사외 2명이다.

신규 사내이사 후보자는 서광명 한화 재경본부장(CFO·전무)이다. 63년생으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왔으며 회사 금융팀장, 금융실장을 지낸 재무통이다. 자금조달 및 운용에 있어 그룹 내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서 본부장이 선임되면 한화 사내이사는 삼성전자 출신 옥경석 화약방산부문 겸 기계부문 대표이사 사장, 금춘수 지원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이민석 무역부문 대표이사 부사장 등 4명으로 늘어난다. 직전까지 한화 사내이사는 각 사업부문 대표 3명으로 구성됐다.

신규 사외이사 후보는 한·미 공인회계사 자격을 동시 보유한 김승헌 방위사업연구원 비상근고문(前 방위사업청 원가회계검증단장), 이석재 서울대 철학과 교수 등 2명이다.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준선 변호사는 사외이사로 재선임 예정이다. 박 변호사와 김승헌 고문은 감사위원 후보목록에도 이름을 올렸다.

주총이 회사 측 등기임원 선임 안건을 모두 통과시키면 한화 이사회는 금춘수 옥경석 이민석 서광명(이상 사내이사), 남일호 정홍용 박준선 김승헌 이석재(이상 사외이사) 등 모두 9명으로 확대된다. 이사진 가운데 사내이사 2명(옥경석 서광명), 사외이사 1명(김승헌) 등 3명은 재무·회계 전문가이다.

옥경석 대표는 2016년 3월 한화로 이적하기 전까지 삼성전자 재경파트 임원으로 만 16년 이상을 재직했다. ‘삼성 반도체’ 신화를 일군 주역 중 한 명으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경영지원팀장 상무, DS부문 경영지원실장 부사장 등을 거쳤다. 서 본부장이 자금조달 및 운영 쪽에 특화돼 있다면, 옥 대표는 ‘경영효율화·원가 절감’ 분야에서 독보적 능력을 인정받았다.

김승헌 후보는 한국과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을 보유한 회계통이다. 한국산업은행과 미국 현지 회계법인 ‘Coopers & Lybrand SanJose’에서 일한 이력이 있다. 귀국 후 삼일회계법인 파트너 상무, 방위사업청 원가회계검증단장을 역임했다. 이력에서 알 수 있듯 ‘회계 감사’ 분야에 강점이 있다.

감사원 사무총장을 지낸 남일호 사외이사까지 포함하면 리스크 관리에 밝은 이사회 멤버만 4명이다.

◆“리스크 전문가 전진 배치, 경영효율화에 방점”

시장에서는 한화의 새 이사진 구성에 대해 두 가지 추론을 내놓고 있다. 하나는 지난해 실적 부진에 고전한 한화가 내부 체질개선 및 경영효율화를 위해 해당 분야 전문가를 전진 배치했다는 분석이다.

주식회사 한화는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해 있다.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건설, 한화호텔&리조트, 한화생명 등이 ㈜한화의 자회사들이다. 그룹 내부에서 회사가 갖는 위상은 절대적이다. 그만큼 회사의 사업 실적이나 경영 성과는 그룹 전체의 대외신인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전 세계 경제가 수렁에 내몰린 상황을 고려하면, 경영효율화에 바탕을 둔 리스크 관리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주)한화의 그룹 내 위상, 지난해 실적 부진과 올해 경기 전망 등을 종합할 때, 회사의 이사진 구성은 ‘선제적 리스크 대응’이란 측면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영권 승계 가시화, 재무적 관점에서의 리스크 관리 불가피”

한화 김동관 부사장. 사진=KBS뉴스 캡처
한화 김동관 부사장. 사진=KBS뉴스 캡처

두 번째는 김동관 부사장의 한화솔루션 사내이사 후보 선임으로 본격화된 ‘경영권 승계’ 관련 사전 정지작업으로 볼 수 있다는 시각이다.

김동관 부사장은 2011년 태양광 사업에 몸담은 뒤 약 10년 만에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라는 성과를 거두며, 경영권 승계를 위한 1라운드 검증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부사장을 중심으로 한 경영권 승계 작업이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도 힘을 얻는 분위기다.

경영권 승계를 위한 2라운드 주제는 ‘보유 지분 확대’ 및 '지배구조 개편'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무적 관점에서의 리스크 관리가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자칫 판단을 흐리면 위법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작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에이치솔루션'을 중심으로 한 합병 혹은 주식 매입 등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에이치솔루션은 김 부사장을 비롯한 3형제가 발행 주식의 100%를 나눠 보유하고 있다. 김동관 부사장이 50%를,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와 삼남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이 각각 25%를 갖고 있다. 이 회사는 그룹 화학사업부문(한화에너지, 한화종합화학, 한화토탈)의 지주회사 역할을 맡고 있다. 에이치솔루션은 지난해 수 차례에 걸쳐 ㈜한화 주식을 사들였다.

재계에서는 한화가 위험성이 높은 '합병' 대신, 에이치솔루션의 ‘주식 매입 확대’라는 우회적 방법을 선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에이치솔루션이 지분을 보유한 그룹 내 비상장기업을 주식시장에 상장시켜, 실탄을 확보할 것이란 구체적 밑그림을 그리는 이들도 있다.

합병이든 주식 매입이든, 경영권 승계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현안은 리스크 관리라는 점에 이견을 다는 전문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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