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반포15차' 삼성‧대림 2파전... 호반 '오너 마케팅', 대우 '소송' 변수
상태바
'신반포15차' 삼성‧대림 2파전... 호반 '오너 마케팅', 대우 '소송' 변수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0.03.17 17: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평당 1억', '한국 최고가 아파트' 타이틀 놓고 삼성‧대림 2파전 양상
호반건설, 김상열 회장 사진 넣어 입찰 제안... '오너 마케팅' 시도
김 회장, 각종 비리 휩싸인 전력... "도움 되겠나" 회의적 시각도
대우건설, 입찰절차 진행금지 가처분 기각에 "항고 할 것"

‘평당 1억 원’,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라는 가치를 갖고 있는 신반포15차 재건축 시공권을 놓고, 삼성물산‧대림산업이 특화설계와 단지 디자인 등을 공개하며 홍보전에 돌입했다. 호반건설도 입찰제안서에 오너인 김상열 회장의 사진을 첨부해 오너 마케팅을 시도할 정도로 수주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대우건설의 ‘입찰절차 진행금지 등 가처분', '총회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은 모두 기각되면서 변수는 크게 줄어든 상황. 시장경제가 신반포 15차 재건축 사업의 현재 구도와 각사 전략을 분석해 봤다. <편집자 주>

'신반포15차 재건축'은 서울 서초구 신반포로15길 일대를 지하 4층∼지상 35층, 총 6개 동, 641가구로 탈바꿈 하는 사업이다. 지하철 9호선 신반포역과 아크로 리버파크 아파트 사이 3만1983㎡(9674평)가 대상지다. 공사비는 500억원, 사업비는 2400억원 수준이다.

신반포15차는 ‘평당 1억원’이라는 가치를 담고 있다. 신반포15차 바로 옆에 자리잡은 ‘아크로리버파크’에서 2019년 8월 14일 평당 1억원의 매물이 거래됐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59.95㎡은 8월 14일 23억9800만원(12층)에 거래됐다. ‘3.3㎡/가격’으로 환산하면 ‘3.3㎡/9992만 원’으로 사실상 1억 원이다.

전문가들은 아크로리버파크와 인접해 있는 신반포15차가 재건축할 경우 ‘평당 1억원’은 시간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결국, 신반포15차를 차지하는 건설사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를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현재 신반포15차 시공권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는 삼성물산을 포함해 대림산업, 호반건설 3사다. 소송으로 변수가 남아있는 대우건설까지 합하면 총 4곳이다.

이중 국내 시공능력평가 1위 삼성물산은 2015년 무지개아파트 정비사업 이후 ‘준법경영’을 이유로 국내 주택정비 사업에서 자취를 감췄다가 5년만에 입찰에 참여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 13일 단지 이름을 ‘래미안 원 펜타스(Raemian One Pentas)’로 결정하고 단지의 디자인과 특징을 대대적으로 공개했다.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150m짜리 문주다. 문주란 문의 양쪽에 세운 기둥 ‘문설주’다. 단지의 웅장함을 표현하는 제1의 수단이다. 지금까지 많은 건설사들이 예쁘고, 멋있는 문주를 만들었지만 삼성물산처럼 150m의 초대형 문주를 짓겠다고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래미안 원 펜타스 문주. 사진=삼성물산
래미안 원 펜타스 문주. 사진=삼성물산

단지 디자인은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과 싱가포르 래플스 시티 등으로 유명한 네덜란드의 유엔 스튜디오(UN Studio)와 협업한다. 한강변 주변 환경과 어울리면서도 수평, 수직의 디자인의 차별화를 통한 독특한 디자인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주차장 입구에는 호텔 등에서 볼 수 있는 드랍-오프 존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커뮤니티 시설은 삼성물산이 일관적으로 확정하지 않고 조합원들의 요구사항을 청취해 구성키로 했고, 삼성 계열사의 관련 프로그램 등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단지내에 도심 속 캠핑 콘셉트를 내세운 글램핑장을 제안했다.

삼성물산의 제안에서 또 하나 주목되는 것은 분양 방식이다. 현재 신반포15차 조합은 최초 시공사였던 대우건설의 공사비 증액 논란으로 분양 일정이 상당히 연기된 상태다. 조합원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다. 이에 삼성물산은 조합이 가장 원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선분양, 후분양을 모두 준비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조합이 원하는 사업 진행이 가능하도록 모든 방향을 준비해두고 있다”고 밝혔다.

아크로 하이드원(ACRO Hyde One) 조감도. 사진=대림산업
아크로 하이드원(ACRO Hyde One) 조감도. 사진=대림산업

대림산업은 아크로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대림은 13일 신반포15차의 이름을 ‘아크로 하이드원(ACRO Hyde One)’으로 결정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대림은 즉시 착공이 가능한 고급화 설계와 착공 후 업그레이드 등의 선택사항을 갖춘 2단계 과정을 제안했다. 주택 트랜드가 최근 빠르게 변하는 주택 트랜드에 맞춰 조합원들의 요구사항을 공사 단계부터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아크로 리버파크’ 브랜드 타운에서 오는 대단지 이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이밖에도 ▲분양가 상한제 이전 아크로 하이드원의 착공 ▲분양을 완료하고 늦춰진 일정문제를 해결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건설은 구체적인 제안 내역 공개를 꺼리고 있지만 재무건정성을 바탕으로 혜택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390억원 상당의 무상품목(옵션 무상), 사업비 대출 이자 0.5% 등이 대표적인 제안이다. 여기에 입차제안서에 김상열 회장 사진을 삽입해 '오너 마케팅'까지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 사진=호반건설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 사진=호반건설

호반건설의 현재 CEO는 송종민 총괄사장이다. 김 회장은 지난해 12월 9일(등기일 12월 20일)자로 대표이사에서 제외됐다. 전문경영인 체재로 전환했다는 게 호반의 공식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내부거래·편법승계 등 각종 논란이 주요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속에서 호반건설이 송 사장 대신 김 회장의 사진을 삽입해 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는 것은 '오너 마케팅'이 이번 수주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상열 회장의 이미지를 믿고 시공권을 달라'는 일종의 신뢰감 쌓기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지방 3군 건설사로 시작해 지난해 국내 10대건설사로 회사를 끌어올린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각종 비리 논란에 휩싸인 전력이 있어 긍정적인 이미지와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다. 때문에 '오너 마케팅'이 과연 도움이 되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업계 역시 호반건설의 오너마케팅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복수의 건설사 관계자는 “호반이 김 회장의 사진까지 제시하면서까지 입찰에 참여한 줄은 몰랐다. 김 회장의 이미지로 볼 때 ‘오너 마케팅’이 득이 될지 아니면 실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획은 공개할 수 없다. 중견건설에서 착실히 성장해 10대 건설사로 성장했다. 도전자 입장으로 봐달라. 김상열 회장의 사진을 입찰제안서에 삽입한 것은 타 건설사들도 보통 하는 방식이다. 타 건설사의 사장들도 중요 사업지에 나와 조합원들에게 인사를 한다. 비슷한 사례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변수를 쥐고 있는 대우건설은 소송으로 사업권을 되찾아 오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서울중앙지법은 대우건설이 신반포15차 조합을 상대로 낸 '입찰절차 진행금지 등 가처분'과 '총회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에 대한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은 “기각에 대한 항고를 할 계획이며, 본안 소송도 남아 있다”고 밝혔다.

신반포15차 재건축조합은 2017년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지만 설계변경에 의한 공사비 증액 규모를 두고 마찰을 빚다 2019년 12월초 임시총회서 계약을 해지했다. 이에 대우건설은 앞선 두건을 포함해 법원에 △시공자 지위 확인의 소 △총회결의 무효확인의 소 △설계 저작권 소 등 총 5건을 제기한 바 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