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準배급제'의 역설... 은행원 줄 마스크, 정부가 뺏어갔다
상태바
'準배급제'의 역설... 은행원 줄 마스크, 정부가 뺏어갔다
  • 김태영 기자
  • 승인 2020.03.11 17: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스크 5부제' 시행 후... 회사차원 마스크 조달 길 막혀
은행 관계자 "정부 조치 이후 마스크 공급 불가능... 막막"
마스크 1일 교체 필수인데... 고객 대면 은행원들, 약국 전전
사진=시장경제신문DB
사진=시장경제신문DB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전국에서 마스크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라 공적 마스크 구매날짜를 달리해서 1주일에 1인당 2장씩 살 수 있게 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이른바 '마스크 5부제'로 불리는 이 정책은 지난 9일 전격 시행됐다. 하지만 대책 시행을 위해 정부가 시중에 공급되는 마스크 물량을 통제하면서 마스크 5부제 정책 부작용과 불편 가중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일 정부는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으로 마스크 5부제를 발표했다. 지난달 27일 '긴급 수급 조정 조치'로 1인당 마스크 구매 개수를 제한한 데 이어 정부가 제공하는 공적 마스크 구매를 최대한 분산시킨다는 취지였다. 시중 약국에서 1주일에 1인당 2장씩만 살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마스크 5부제는 매일 사람을 불가피하게 상대하는 직업의 경우 턱없이 부족한 수량이다.

이들에게 마스크는 상시 착용해야 하는 필수 물품이다. 그러나 정부의 마스크 5부제 정책으로 마스크 확보가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특히 은행의 경우, 기존에는 회사가 마스크를 대량 구입해 직원들에게 하루 1장씩 마스크를 지급했다. 하지만 이번 정부 정책으로 회사가 마스크를 조달할 길이 막히자 은행 직원들도 직접 줄을 서서 마스크를 사야 할 처지가 됐다.

가장 큰 문제는 1주일에 1인당 2매씩만 구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매일 마스크 교체가 필요한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착용하던 마스크를 불가피하게 계속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7일 한 시중은행은 행원들에게 "정부의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 시행에 따라 마스크 대량 구매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며 "회사 차원에서 마스크 공급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시중 은행권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20일에 걸쳐 하루에 1장씩 직원들에게 마스크가 보급됐지만 정부의 5부제 정책으로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은행에 마스크 여유 분량이 있지만 마스크가 고갈되면 직원들도 가용한 시간을 활용해 마스크를 사러 약국에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시중은행들의 입장도 대동소이(大同小異)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의 긴급 마스크 수급조절 조치로 인해 마스크 구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고객과 직원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마스크 5부제로 국민들이 여러모로 불편하실 것이고 1인당 2매의 분량이 부족한 분도 많을 것"이라며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넓게 이해하고 협조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는 마스크 공급량을 신속히 늘려 5부제 불편 해소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민들도 마스크 공급에 여유가 생길 때까지 방역 당국이 권장하는 마스크 사용 지침을 많이 참고하시고 따라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