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롯데케미칼, 폭발사고前 '공장 대정비' 10일 이상 축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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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롯데케미칼, 폭발사고前 '공장 대정비' 10일 이상 축소했다
  • 배소라 기자
  • 승인 2020.03.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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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시민단체들 "이윤 위해 40일→28일로 대정비 축소 진행"
롯데케미칼 "공정규모에 따라 기간 탄력적 조정할 수 있어" 해명
지난 4일 새벽에 발생한 충남 서산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의 폭발화재 진압 장면. 사진=충남도
지난 4일 새벽에 발생한 충남 서산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의 폭발화재 진압 장면. 사진=충남도

최근 폭발사고가 발생한 롯데케미칼이 지난해 충남 서산 대산공장 대정비 기간을 10일 이상 줄였다는 지역시민단체의 주장이 제기됐다. 시민단체는 대정비 기간 축소 등 부실한 정비가 이번 사고의 원인 중 하나라며 롯데 측의 해명을 요구했다.

10일 서산지역 노동·환경·시민사회단체와 근로자 등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대정비 기간을 40일에서 28일로 대폭 축소했다.

일반적으로 정유석유화학 공장에서는 안전관리를 위해 3~4년 주기로 공장 가동을 멈춘 상태에서 설비를 재정비하고 개선하는 ‘대정비’를 실시한다. 이 기간 동안 회사는 해체·장비 점검·검사·청소·내화물 시공·설계 변경·용량 증대 등의 작업을 수행한다. 안전과 직결된 고난도 작업에 숙련공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데 대부분 외부 전문 업체가 정비를 맡는다.

석유화학업체 대산공장 현장 근로자 A씨는 “석유화학 기업들은 보통 40~50일씩 정비 기간을 갖는다”며 “지난해 주52시간 시행으로 정비 기간을 더 늘려도 모자란데 롯데케미칼은 대정비 기간을 크게 줄였다”고 주장했다. 지역시민단체들은 이번 사고에 대해 “롯데케미칼이 안전은 도외시한 채 이윤만을 추구하고자 정비 기간을 단축한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서산태안위원회 신현홍 대표는 “롯데케미칼 공장은 30년 넘게 가동해 노후화돼 있다”며 “그럼에도 회사는 빠른 공장 가동을 위해 대정비 기간을 대폭 단축했다”고 비판했다. 신 대표는 “에틸렌 생산규모로 따지면 롯데케미칼이 엘지화학이나 한화토탈보다 규모가 더 큰데, 이들 회사보다 정비 기간을 더 줄였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는 “공정 규모에 따라 정비기간은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며 “불필요한 기간을 줄인 것일 뿐 정비를 부실하게 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공정 별로 정비기간은 달라진다”며 “40일을 28일로 줄였다고 해서 부실이고, 반대로 40일을 50일로 늘렸다고 해서 더 철저하게 정비를 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투입한 인력, 단위공장, 유지보수 규모 등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타사와 일률적으로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4일 새벽 3시께 충남 서산시 대산읍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서 대형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 당시, 폭발음이 울리며 공중으로 수십 미터 높이 불기둥이 치솟을 만큼 폭발 규모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건물의 창문이 부서지기도 했다.

이 사고로 8명이 중경상을, 인근 주민 110여명이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일부 주민은 두통·불안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소방당국은 원유 가동 시설의 압축 배관에서 압력이 팽창하면서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사고 직후 임병연 대표가 직접 대산 현장으로 내려가 지역 주민 피해 복구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정부의 사고원인 조사에도 성실하게 응하고 있는 만큼 결과가 나올 때까지 추측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회사는 지역주민의 치료는 물론 정신상담을 위해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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