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임기제한은 과잉규제, 되레 독립성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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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임기제한은 과잉규제, 되레 독립성 훼손"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0.03.06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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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발제] '사외이사 연임제한' 시장경제신문-자유경제포럼 세미나
천재민 "'사외이사 결격사유' 지나치게 엄격... 중소 상장사 부담 가중"
강래형 "직업선택 자유 본질적 침해... 위헌성 다분한 과잉규제"
'사외이사 연임 제한이 시장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한 경제정책토론회가 6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시장경제신문과 자유경제포럼이 공동주최했다. 사진=이기륭 기자.

올해 1월 정부의 상법시행령 개정 강행으로 국내 상장기업들이 부작용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학계 및 법조계 전문가들이 ‘사외이사 연임 제한’ 등 시행령의 문제점을 한 목소리로 비판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시행령에서 사외이사 임기가 본사 기준 6년, 계열사 포함 9년으로 제한되고 자격요건도 강화된 점을 언급하면서 “위헌적 요소가 다분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기업규제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는 견해를 내놨다. 

시장경제신문과 자유경제포럼은 6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사외이사 연임 제한이 시장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발제는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이효경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각각 맡았다. 토론자로는 최병규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신현한 연세대 경영대 교수, 천재민(사법연수원 28기)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강래형(연수원 37기) IBS법률사무소 변호사가 참여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독일, 일본 등 해외 입법사례 ▲시행령 개정으로 인한 상위법과의 충돌 및 위헌성 ▲재계 현실을 외면한 기업 규제의 부작용 등 제도 시행을 둘러싼 핵심 쟁점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했다. 

사회자 겸 발제자를 맡은 권재열 교수는 서두에서 “올해 1월부터 상법 시행령이 적용되고 있는데, 가장 논란을 빚는 것이 ‘사외이사 임기 제한’ 등에 대한 것”이라며 “학자와 실무자, 경영학계와 법학계 전문가가 모여 다층적·학술적 논의를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여러 실증적 논의를 살펴볼 때, 상법시행령 강제는 국익과 경제발전에 역행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라며 “새로운 국회가 열린 후 조속히 이 문제를 다시 제고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천재민 "사외이사 임기 제한이 임원 견제·감시 독립성 높인다?... 실증적 근거 없어" 

천재민 변호사. 사진=이기륭 기자
천재민 변호사. 사진=이기륭 기자

이날 토론자로 나선 천재민 변호사는 “개정 상법 시행령은 사외이사의 연임을 제한함으로써 독립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입장인데, 이는 실증적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천 변호사는 “기존 사외이사의 연임을 제한하고 신규 사외이사를 선임하게 한들, 그 사외이사 역시 최대주주 등이 추천한 사람일 수밖에 없다”며 “사외이사 선임방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사람을 교체하는 것만으로는 독립성 확보가 될수 없다”고 했다. 그는 사외이사 제도가 가진 현실적 한계를 강조하면서 개정 상법시행령의 실효성에 강한 의문을 나타냈다.  

덧붙여 그는 상법시행령의 지나치게 엄격한 '사외이사 결격사유'가 중소 상장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했다.  

천 변호사는 “다수 중소 상장기업이 사외이사 후보를 급하게 구하느라 시간과 노력, 비용을 허비하고 있다”며 “사외이사 연임 제한은 독립성 제고의 효과는 없고, 오히려 기업을 괴롭히는 결과만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천 변호사는 “개정 상법 시행령 중에는 사외이사 결격사유로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기 곤란하거나 상장회사의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라는 규정이 있지만 구체적이지 않다”며 “단순히 재임기간이라는 매우 형식적 요건을 들어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추단하는 우(愚)를 범하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상법 시행령은 상위법이 부여한 예측가능성의 범위를 넘어섰다”며 “대법원 판례에 의할 때 무효가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우려했다.

◆강래형 "사외이사 임기 제한, 외국서는 찾기 어려워... 위헌성 다분한 과잉규제"

강래형 변호사. 사진=이기륭 기자
강래형 변호사. 사진=이기륭 기자

이어진 토론에서 강래형 변호사도 천 변호사의 견해와 맥을 같이 했다. 강 변호사는 “개정 상법시행령에서 사외이사 임기를 해당 상장회사에서 6년, 계열사 재직기간까지 9년을 초과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제도를 도입했다”며 “이는 외국에서는 입법례를 찾아보기 힘든 과잉규제이자 위헌적 제도”라고 지적했다. 

강 변호사는 법리적 측면에서 개정 상법시행령이 지니고 있는 위헌성에 주목했다. 그는 시행령의 위헌성을 ▲직업선택 자유의 침해 ▲법률유보원칙 위배 ▲평등원칙 위배 ▲헌법상 경제질서 위배 등 크게 4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우선, 직업선택 자유의 침해에 대해 강 변호사는 “사외이사 임기 제한이 합헌이 되기 위해선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필수적이지만, 시행령에서는 이를 인정할만한 근거가 없다”며 “사외이사의 임기를 제한하는 것보다, 책임을 강화하는 방식이 더 적합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개정 상법시행령이 법률유보원칙을 위배하고 있다는 근거로는 상위법인 ‘상법’과 하위법인 ‘시행령’ 간 ‘임기제한 규정’이 어긋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시행령이 상위법인 상법에서 규정한 범위를 넘어 기본권인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상법상 사외이사는 사내이사와 동일한 책임 및 형사책임을 부담하고 있음에도 임기에 있어서는 다르다”며 “사내이사는 임기제한을 두지 않고, 사외이사만 문제삼는 것은 본질적으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현 상법 체계는 사외이사 선임에 매우 까다로운 요건과 절차를 규정하고 있어 6년마다 불필요한 절차를 사기업에 강요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기업 경영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이번 토론회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 중계로 진행됐으며, 영상 다시보기는 시장경제신문 유튜브채널 (https://www.youtube.com/c/MeconomyTV)을 통해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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