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폭발 롯데케미칼, 사고 때마다 "재발방지" 말만 번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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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폭발 롯데케미칼, 사고 때마다 "재발방지" 말만 번지르
  • 배소라 기자
  • 승인 2020.03.0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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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8년 안전사고 7번... 지난해엔 대기오염물질 측정치 조작·축소
최근 안전문화위·비상대응훈련 자료 요청에 "민감 내용" 공개 난색
사고 때마다 재발방지 약속... 표현만 다를 뿐 '사과문' 재탕
뿌리 깊은 안전불감증... 최고경영진 모럴헤저드 비난목소리 높아
4일 새벽 3시쯤 충남 서산 롯데케미칼에서 대형화제가 발생했다. 사진=충남도
4일 새벽 3시쯤 충남 서산 롯데케미칼에서 대형화제가 발생했다. 사진=충남도

지난 4일 새벽 3시께 충남 서산시 대산읍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서 대형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폭발사고로 롯데케미칼의 안전시스템 부실 논란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 회사 석유화학 생산라인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7~2018년 2년간 롯데캐미칼 공장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는 모두 7건이다.  

사고 당시, 폭발음이 울리며 공중으로 수십 미터 높이 불기둥이 치솟을 만큼 폭발 규모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건물의 창문이 부서지기도 했다.

이 폭발사고로 8명이 중경상을 입었고, 인근 주민 110여명은 가벼운 부상과 함께 두통·불안감을 호소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소방 당국은 원유 가동 시설의 압축 배관에서 압력이 팽창하면서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폭발 사고... 시스템 안전, 문제 없나  

롯데케미칼 석유화학 공장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들이 이어졌다. 2017년, 2018년에는 안전사고가 7번이나 발생했다.

2017년 7월에는 여수공장 폴리프로필렌(PP) 저장시설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높이 20m 규모의 대형 저장고 1개가 파손돼 제품 30t 가량이 소실됐다. 3개월 뒤에는 울산공장 고순도 이소프탈산(PIA) 설비 전기실에서 폭발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근로자 10명이 다쳤다.

2018년에는 10개월간 무려 4번의 사고가 발생했다. 1월에는 롯데케미칼 대산 BTX공장에서 1급 발암물질 벤젠이 5톤 가량 누출됐다. 3월에는 롯데베르살리스(롯데케미칼과 이탈리아 베르살리스의 합작법인) 여수공장에서 하루 동안 화재와 사망사고가 잇달아 일어났다.

같은 해 4월에는 대산 BTX공장에서 또다시 화재사고가 발생해 지역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5월에도 롯데케미칼 여수공장에서 기계 오작동으로 시커먼 연기가 발생하는 소동이 일었다. 10월에는 울산 롯데케미칼 공장 냉각탑에서 불이 났다.

롯데 화학 계열 최고경영진의 모럴헤저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난해 롯데케미칼은 여수산단 사업장의 대기오염물질 측정치를 조작·축소해 공분을 샀다.

당시 임병연 대표는 국정감사 현장에 증인으로 출석해 “(환경 관련) 투자금을 추가해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주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조치도 도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사과문 재탕, 안전문화위원회 활동 내역 공개 난색

4일 임 대표는 ‘사고대책반을 구성해 부상자 회복을 포함한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고있다’는 내용이 담긴 사과문을 냈다. 롯데케미칼이 과거에 발표했던 사과문과 비슷한 내용이다.

2017년 여수산단에서 화재가 났을 때도 롯데케미칼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여러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 사고방지 대책을 신속하고 철저히 수립해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표현만 다를 뿐 사과문에 담긴 내용은 차이가 없다. 

롯데케미칼은 매월 1회 안전문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비상대응훈련도 연중 수시 진행한다고 밝혔다. 기자는 최근 3년 동안 위원회 및 훈련 관련 내역의 자료 공개를 요청했으나 받지 못했다. 

회사 관계자는 “민감한 내용이라 외부에 공개하기 곤란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명확한 원인규명과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에 있어서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의해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처리하겠다”며 언론에 배포한 사과문 내용만 거듭 설명했다.

롯데케미칼은 안전시스템 향상을 위해 2018년 안전문화위원회를 발족했다. 각 사업장 총괄 공장장이 회의를 주관하고, 임원과 팀장들이 참여한다. 안전위원회는 매월 1회 정기회의를 열고, 안전 활동 장애요인과 개선방안 등을 논의한다. 

비상대응훈련은 독성가스 누출, 자연재해 등 비상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매년 4회 이상 실시하도록 돼 있다. '민관군 합동'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하며, 경우에 따라 협력업체도 참여한다.

회사 관계자는 '민감한 내용'이란 답변 이외에, 안전문화위원회 및 비상대응훈련 내역 공개를 사실상 거부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안전 사고 발생때마다 "재발 방지" 약속 되풀이     

되풀이 되는 재발방지 약속에도 불구하고 크고 작은 사고가 계속되면서 회사 측의 안전불감증이 수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거세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이미 발표한 재발방지 대책의 허점이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한다면 ‘안전불감증’에 대한 비판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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