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가 숙주될라"... 3월 주총 못미루는 금융지주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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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가 숙주될라"... 3월 주총 못미루는 금융지주 '초비상'
  • 오창균 기자
  • 승인 2020.02.2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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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주주총회 4월 연기 불가... 답답한 마음에 발만 동동
KB금융지주 제10기 정기 주주총회 장면. 사진=이기륭 기자
KB금융지주 제10기 정기 주주총회 장면. 사진=이기륭 기자

정부의 방역 실패로 국내 우한 코로나 감염자가 겉잡을 수 없이 불어나면서 다음달 주주총회를 앞둔 금융지주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사실상의 비상상황이다. 주주총회에서는 회장을 비롯한 그룹사 임원들과 외부인들이 뒤섞여 북새통을 이룬다. 우한 코로나의 경우 폐렴 증상 발생 전까지 2주 이상 잠복하기 때문에 보균자를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 다른 감염병과는 달리 무증상 전파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금융지주들은 시급히 처리해야 할 현안이 산적한데다 일반 기업과는 달리 상법상 주주총회를 4월로 연기할 수 없어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확진자가 주주총회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되면 최고경영자(CEO)들이 일제히 격리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주주총회를 강행해야 하는 금융지주 관계자들은 방역 대응에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는 후문이다. 복잡하게 조여오고 있는 위기 속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답답한 모습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다음달 말 서울 중구 본점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우한 코로나 사태가 심각하지만 당장 조용병 회장의 연임을 통과시켜 비은행·비이자이익 증대를 주축으로 하는 새 경영전략에 돌입해야 하기 때문에 주주총회를 서두를 수밖에 없다.

이에 신한금융은 상장사협의회에 열 감지기를 통해 미열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이들에 대해 주주총회 출입을 제한하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한지를 질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은 다음달 2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주주총회을 개최한다. KB금융은 주주들에게 미열이 있을 경우 위임을 통해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보낼 계획이다. 안내문에는 서면투표에 대한 내용도 포함된다. 또한 주주총회 당일 발열 체크를 통해 미열이 있을 경우 참석을 자제해달라고 양해를 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 주주총회를 여는 하나금융과 우리금융도 방역·위생 관리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모두가 모이게 되는 총회장은 물론 주변을 소독하고 당일에는 입구에 적외선 체온 감지 카메라를 설치할 예정이다. 소독제·마스크·체온계 비치는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금융지주들은 비상 사태에 대비해 주주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임원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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