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월세 120만원?"... 현금부자 위한 이헌욱표 '임대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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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월세 120만원?"... 현금부자 위한 이헌욱표 '임대주택'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0.03.0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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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25시] 말많은 광교 549세대 '중산층 임대주택' 실태 분석
경기도시공사, "무주택자면 소득‧자산 상관없이 20년간 거주"
"2년 뒤 입주 땐 월 140만원 규모... 이게 중산층 감당 가능?"
부자들은 아무나 입주, 취약계층은 3등급 나눠... "계급화" 우려도
경기도시공사 이헌욱 사장. 사진=경기도
경기도시공사 이헌욱 사장. 사진=경기도

경기도와 경기도시공사(사장 이헌욱, 이하 공사)가 추진하겠다고 밝힌 ‘중산층 임대주택’ 사업이 알고 보니 120만원의 월세를 내야하는 ‘값비싼 임대주택’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입주조건을 보면 주거취약계층은 3등급으로 나누고, 부자들도 제약없이 입주할 수 있게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이름만 '중산층'이지 실상은 부자들의 임시 거주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일고있다.

◆ 월세만 45만~130만원... "누구를 위한 임대주택?"

경기도와 공사는 2월 26일 ‘중산층 임대주택 시범사업’을 위한 ‘광교 A17블록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출자 동의안’이 경기도의회를 통과했다며 ‘중산층 임대주택’ 사업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중산층 임대주택’이 들어서는 위치는 광교신도시 내 A17블록으로 옛 법원‧검찰청 부지다. 규모는 549세대(전용면적 84㎡ 482세대, 74㎡ 67세대)의 아파트로 재개발될 예정이다. 거주기간은 20년이며, 임대료는 주변 아파트 전세값의 90% 수준이다. 매년 2% 이내로 임대료를 인상한다. 공사는 올해 하반기 민간사업자를 선정해 2021년 상반기에 착공에 들어가고 2023년 입주자를 모집한다는 계획이다.

공사가 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대외적으로 밝힌 명분은 ▲가계부채 증가 예방 ▲로또분양 예방 ▲임대주택 부정적 인식 해소 ▲집을 거주의 수단으로 바라보는 계기 등이다.

겉으로 보면 행복주택 등 양질의 임대주택 종류가 또 하나의 개발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재까지 공사가 공개한 임대료, 입주자격 등을 살펴보면 누구를 위한 임대주택인지 불분명하다.

사진=경기도시공사
사진=경기도시공사

◆ 관리비 포함 월 140만원 씩 내면 ‘중산층?’

'중산층 임대주택'의 가장 큰 문제는 경기도시공사 스스로 '중산층' 기준을 설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임대료 문제부터 살펴보자.

공사에 따르면 ‘중산층 임대주택’ 임대료는 주변 아파트 전세값의 90%다. 현재 주변 아파트의 전용면적 84㎡ 전세값은 4억원대로 형성돼 있다.

‘중산층 임대주택’위치와 가장 가까운 광교두산위브의 84㎡ 전세가는 3억5000만원, 광교호반은 5억5000만원으로 주변 시세의 평균 전세값은 4억5000억원이다. 이 가격의 90%인 4억1000만원을 기준을 임대료가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월세로 환산하면 공사는 ▲보증금 1억2000만원, 월세는 115만원 ▲보증금 2억5000만원, 월세 67만원 ▲보증금 3억4000만원, 월세 32만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 가격이 ‘2020년 2월’ 기준이라는 점이다. 입주자 모집 시기는 3년 후인 ‘2023년’이다. 최근 광교신도시의 아파트 가격 상승세를 감안할 때 월세는 37만~115만원에서 최소 45만~130만원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광교호반베르디움은 최근 4년 사이 아파트 가격이 2억원 가량 올랐다.

‘관리비 포함 월세 120만원을 내면서 임대아파트에 거주할 중산층이 과연 있겠는가’, ‘월세 120만원을 지불하는 사람이 과연 중산층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경기도의원들이 이 문제를 경기도시공사 이헌욱 사장에게 지적했다.

지난 17일 제341회 제1차 경기도회의에서 이필근 경기도의원(수원1)은 “관리비까지 하면 한 120만 원인데 과연 이게 중산층이 감당할 수 있는 규모인지 꾸준히 문제제기했지만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해결방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인식상 중산층 임대주택이 과연 필요하느냐, 지금 현재 시점에서. 이 부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아직도 부족하다. (전국적으로)택지개발과 임대주택 공급을 총괄하고 있는 LH공사도 현재 중산층 임대주택 시행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시민단체도 이를 지적하고 있다.

경실련 경기도협의회는 27일 "중산층 임대주택의 가장 큰 문제점은 보증금과 월 임대료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라며 "조성지 인근 A아파트의 주요 월세 거래 시세 내역을 보면 중산층 임대주택에서 공급하는 면적과 같은 전용면적(84㎡)의 경우 월세는 중산층 임대주택보다 비싸지만 보증금은 훨씬 저렴하고, 전용면적 59㎡의 경우도 월세 차이에 비해 보증금이 낮다"고 지적했다.

이어 "바꿔 말하면 중산층 임대주택보다 저렴한 보증금과 임대료로 인근 민간 아파트에 거주하는 게 가능하다는 의미"라며 "도와 경기도시공사가 세운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사람이면 굳이 임대주택에서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느니 다른 아파트를 분양받는 게 더 합리적인 선택이어서 사실상 공공임대주택으로서의 메리트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주장했다.

◆ 부자와 가난한 자만 있는 '중산층 임대주택' 입주기준

경기도시공사는 ‘중산층 임대주택' 사업을 추진하면서 '중산층'을 규정하는 기준을 밝히지 않고 있다. 본지가 수차례 공사에 ‘중산층’을 넣은 이유를 물었지만 명쾌하게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월세를 다소 높게 책정했으니 중산층 정도만 신청할 것’이라는 기대감 외엔 무슨 근거로 ‘중산층’을 넣은 것인지 알수가 없는 상태다. 이는 공사 스스로 '중산층 임대주택'의 필요성, 정당성 등이 얼마나 부족한 것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재 정부의 공식적인 중산층 기준은 다음과 같다. 정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제안하는 한국 중산층 소득(2018년 기준)은 월 114만8500~344만5500원이다.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 기준으로는 '처분가능 균등화 중위소득'에 따라 월급 약 229만7000원(연간 2756만원)이 중산층이다.

무엇보다 공사는 이번 사업명을 '중산층 임대주택'이라고 규정했지만 임대주택 입주 기준을 보면 중산층은 없고, '부자'와 '가난한 자'로만 구분하고 있다.

현재까지 공사가 공개한 ‘중산층 임대주택’의 자격조건은 소득과 자산 상관없이 만 19세 무주택자라면 청약통장 필요없이 누구나 청약이 가능하다. 경쟁률이 높을 경우, 무작위 추첨을 통해 입주자를 결정한다. 입주 후에 다른 분양주택에 청약가능하고 20년 임대기간 중 언제나 이사가 가능하다. 현금 부자들이 잠시 거주할 수 있는 용도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중산층 임대주택'은 총 549세대로 이 중 주거 취약 계층이라고 할 수 있는 청년, 신혼부부, 고령자 대상의 특별공급은 20%에 불과한데, 이마저도 등급을 나누어 지원토록 규정했다. 

제1순위는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소득의 100% 이하, 제2순위는 110% 이하, 제3순위는 120% 이하다. 임대주택인데, 주거 취약 계층은 그 안에서 또 순위를 만들고, 중산층 이상은 아무나 입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 이헌욱 사장 “임대 이미지 개선” VS 임대주민 “임대주민 계급화 부추겨”

공사의 ‘중산층 임대주택’ 추진으로 임대주택 주민들은 계급화와 차별을 걱정하고 있다.

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 A씨는 “‘중산층 임대주택’을 추진하면 영구임대, 국민임대, 장기전세, 행복주택, 분양전환임대 등의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강제로 가난한 사람들로 낙인이 찍힐 것 같다. 행복주택도 지금 차별을 위해 정책적으로 일반 분양자들이 동호수를 모르게 해놓고 있다. 그런데 ‘임대주택’에 '중산층'을 넣어 중산층과 부자들의 계급에서 서민을 아예 분리시키겠다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임대주택 주민 B씨는 “중산층 임대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차별을 받을 것 같다. 일반 분양 아파트 사람들에게 ‘임대아파트 사는데 왜 중산층이냐’라는 시선을 받지 않겠는가. 굳이 임대아파트 앞에 ‘중산층’을 넣어 계급화를 만드는 것인지, 이 제도가 왜 필요한 것인지 이해가 안 간다”고 설명했다.

'중산층 임대주택' 논란과 관련해 수차례 설명을 듣기 위해 공사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공식적인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오히려 홍보팀과 사업팀간의 답변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사업에 대한 의문만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경기도시공사는 4일 반론을 요청했다. 공사는 “중산층임대주택은 분양주택을 대체하는 모델로 소득, 자산과 무관하게 무주택자이면 입주할 수 있다. 특별공급 20%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시행규칙에 따라 임차인 자격 및 선정을 하는 것으로 20%내 경쟁시에는 제1순위, 제2순위, 제3순위를 구분해 추첨방법으로 선정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취약계층 3등급 계급화는 이와 맞지 않다. 아울러, 공사는 최초모델로 우려가 많고 부족하지만 성심성의껏 관리해서 완성도 높은 주거보장 모델로 개발해 나가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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