低품질로 제살 깎더니... K뷰티, 동남아 위상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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低품질로 제살 깎더니... K뷰티, 동남아 위상 '흔들'
  • 홍성인 기자
  • 승인 2020.02.27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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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시장 파악이 먼저… 저품질 제품 공급행태 줄여야"
K뷰티의 성공적 아세안 시장 진출을 위해선 현지 시장 파악부터 먼저 이뤄져야 한다. 사진은 지난 2019년 11월 베트남 호치민에서 열린 '베트남 뷰티 웰니스 엑스포' 현장에서 한국 화장품 브랜드를 홍보하는 모습. 사진=시장경제 이기륭 기자
K뷰티의 성공적 아세안 시장 진출을 위해선 현지 시장 파악부터 먼저 이뤄져야 한다. 사진은 지난 2019년 11월 베트남 호치민에서 열린 '베트남 뷰티 웰니스 엑스포' 현장에서 한국 화장품 브랜드를 홍보하는 모습. 사진=시장경제 이기륭 기자

K뷰티가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시장 다변화를 위해 공략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는 아세안 시장. 아세안(ASEAN)은 1967년 8월에 설립된 단체로 회원국은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브루나이,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등을 말한다. 2017년 기준 아세안 인구는 6억 4천만명이고, 경제성장률 역시 연평균 5%를 유지할 정도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뷰티 기업들이 아세안 시장에 주목하는 것은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 2019년 기준 해외 화장품 수출의 48%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지만, 정치·사회적 변수가 생길 때마다 국내 기업은 적지 않은 리스크를 겪고 있다.

이에 국내 뷰티기업들이 ‘포스트 차이나’ 시장으로 아세안 시장을 주목하고 현지에 뛰어들지만, 정작 성공을 거뒀다는 기업들을 찾기란 쉽지 않다.

베트남 현지에서 국내 화장품 유통업을 하고 있는 A(45) 대표는 “주변에서 베트남에 제품을 론칭하겠다며 유통망을 알아봐달라고 부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현지 분위기를 정작 파악하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드물다”며 “마치 한국 화장품이면 모두 현지에서 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라고 말했다.

몇몇 제품을 내놓고 베트남 현지에 론칭한 후 팔리지 않으면 바로 사업을 접어버리는 형태가 빈번하게 나타나면서 오히려 K뷰티 이미지를 끌어내리는 상황도 발생한다는 것이 그의 전언이다.

이와 비슷한 상황은 베트남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대기업 라이온그룹이 운영하는 백화점 브랜드 ‘팍슨(Parkson)’의 오효동(Tony Oh) 이사는 최근 코트라(KOTRA)에 낸 기고를 통해 “한류의 힘은 무한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오 이사는 “최근 말레이시아에선 K뷰티 마케팅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불과 몇 년 전만해도 Made in Korea, K뷰티 등을 앞세워 각 화장품 편집매장들이 재미를 보았지만, 최근에는 저품질의 한국 제품들이 대량으로 유통되고 무분별한 K뷰티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긴 힘들어졌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한국을 방문한 말레이시아인들이 많아지고 SNS가 발전함에 따라 한국에서 소위 ‘핫’한 제품들을 픽업하는 현명한 소비자들이 많아졌다는 것이 그가 관찰한 현지인들의 성향이다.

한국 브랜드 중 성공 사례를 거둔 기업과 관련해 오 이사는 “한국 브랜드인 코스알엑스, 더샘과 같은 브랜드는 정확한 아이덴티티와 다양한 현지 마케팅 그리고 유럽 제품들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퀄리티의 화장품으로 말레이시아 베스트 셀링 아이템이 됐다”며 “말레이시아 시장은 여전히 좋은 한국 브랜드에 대한 갈증이 있다. 말레이시아 화장품 시장을 두드리기 전에 현지 소비자들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특히 가격에 민감한 현지인들의 성향을 거론하며 “한화 3만원이 넘는 제품은 한국에서 매우 유명한 제품을 제외하고는 매력이 떨어진다”며 “시장 진출 시 바로 대형 쇼핑몰에 단독 매장을 내는 것보다는 마진이 많지 않더라도 화장품 전문 편집숍을 통해 시장을 파악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업계에서는 시장 성장 속도가 빠른 만큼 인내심을 갖고 시장에 흡수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8년 베트남 화장품 시장 규모는 16억5400만 달러로 2014년부터 연평균 9.3%씩 성장했다. 또 2022년에는 23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제무역통계(ITC)에 의하면 한국 화장품은 베트남 내 한류 열풍에 힘입어 수입 화장품 중 태국에 이어 2위의 점유율을 기록할 정도로 시장 선점도 역시 높은 상황이다.

또 인구 대부분이 무슬림인 말레이시아 시장의 경우는 할랄 화장품 시장의 성장 속도가 매년 15%를 상회할 정도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같은 문화권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인도네시아에서 방문하는 여행객들도 말레이시아 화장품 시장 성장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에 업계 전문가들은 인내심을 가지고 현지 맞춤형 제품을 내놓는 노력이 꾸준하게 이뤄진다면 머지않은 시간에 결실을 맺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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