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고용은 커녕... 롯데·신세계 2만명 나앉을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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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고용은 커녕... 롯데·신세계 2만명 나앉을 판
  • 이준영 기자
  • 승인 2020.02.19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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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신동빈·신세계 정용진, 일자리 창출 노력에도 현실벽 부딪혀
'실적·규제·구조조정' 3중고... 고용인원 감소 불가피
유통 트렌드 변화에도 법 그대로... 온라인에 치이고 배송제한까지
(위)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아래)스타필드 고양에 방문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 이기륭 기자
(위)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아래)스타필드 고양에 방문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 이기륭 기자

잘 나가던 오프라인 유통업체 추락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프라인 유통업체 중심인 대형마트 실적은 수년째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신규출점 등이 필요하지만 규제로 인해 이마저도 어렵다. 이에 유통업체들은 올해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하며 내실 다지기에 나서고 있다.

◇文대통령 취임 후, 대규모 투자·신규채용 공언했지만...

지난 2017년 문재인 대통령 취임과 맞물려 롯데와 신세계 등 주요 유통업체들은 일자리 창출을 공약했다.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은 2018년 6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면담 중 "향후 3년간 9조원을 투자하고, 매년 1만명 이상 신규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롯데 신동빈 회장은 2018년 10월 경영복귀 후 "향후 5년간 50조원을 신규 투자하고, 7만명을 고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일자리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라고 말한 것에 부응한 발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살펴보면 롯데쇼핑은 2017년 12월 2만5992명에서 2019년 9월 2만6563명으로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 회장의 대규모 일자리 창출 약속을 이행하기엔 상당히 부족해 보인다. 

신세계그룹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이마트와 신세계 모두 직원수가 감소한 것. 이마트는 2017년 말 2만7656명에서 2019년 9월 기준 2만5797명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백화점의 경우 2017년 말 3157명에서 2019년 9월 기준 2769명으로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자리 창출 약속이행을 못했지만 이를 무조건 기업탓으로 돌리기엔 무리가 있다"며 "업황이 악화돼 신규채용이 여의치 못하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재무재표상 직원 수가 줄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SSG닷컴 분리로 직원이 옮겨가면서 줄어든 것"이라고 해명했다. 

◇온라인에 고객 뺏겼는데... 배송까지 규제

최근 소비 트렌드가 온라인으로 옮겨가며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유통 공룡으로 불리는 롯데와 신세계는 편의점보다 못한 영업이익을 남겼다. 이마트는 지난해 창사이래 첫 적자라는 불명예까지 안았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는 것도 규제로 인해 쉽지 않다. 정부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리겠단 취지로 2012년 도입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것이다. 여기 더해 복합쇼핑몰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법안이 국회 계류중이다. 

대한상의는 지난해 '대규모점포 규제 효과와 정책개선 방안'보고서를 통해 "대형마트가 마이너스 성장세로 바뀐 현 시점에서 대규모점포 규제가 적합한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표적인 대규모점포 규제로 대형마트·SSM(기업형 슈퍼마켓)의 전통시장 인근 신규출점을 막는 '등록제한'과 의무휴업일 지정·특정시간 영업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영업제한' 등을 지적했다.

이 법안에 대한 회의적인 연구결과도 나왔다. 한국유통학회가 연구중인 '복합쇼핑몰이 주변 점포 및 고객에게 미치는 영향' 자료에 따르면 오히려 복합쇼핑몰 인근 상권 매출액이 6.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규제는 변화하는 유통 트렌드마저 따라가지 못하게 막고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이 정한 대형마트 심야 영업 제한과 주말 의무휴업 규제가 온라인 배송에도 그대로 적용돼 새벽배송·주말배송이 불가능하다. 

새벽배송은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 밤 12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점포 배송이 제한된다. 반면 온라인 업체인 마켓컬리나 쿠팡은 규제에서 벗어나 빠르게 새벽배송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한 달에 두 번 주말 의무휴업일에도 배송을 할 수 없다. 

전국 각지에 자리잡은 대형점포는 물류창고 역할로 배송 경쟁력 확보 기반이 되지만 규제로 인해 이를 활용하지 못하게 된 것. 결국 배송경쟁에 참전하기 위해선 다시 돈을 들여 전용 물류 센터를 지어야 가능하다. 

이러한 논란이 불거지자 마트 의무휴업일에도 온라인 배송을 가능케 하자는 내용의 유통법 개정안이 국회 발의됐지만 소관 위원회 심사단계에 머물러 있다. 오히려 국회와 정부는 대기업의 영업시간 확대에 난감한 기색을 보인다는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마트가 휴업일에 점포를 통해 제품 배송을 하면 유통법 제12조의 2에 따른 의무휴업 명령 위한 행위가 적용된다"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구분이 사라졌지만 영업기준만 예전 것을 따르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매장 수 줄면 고용인원 감소 불가피

올해 유통업계 구조조정 작업이 본격 시행될 것으로 전망되며 일자리 감소 우려가 나온다. 업체들은 인력감축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지만 수백개의 점포가 사라지며 근로자도 자연스레 줄어들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해 영업이익(연결기준) 1507억원으로 전년대비 67.4% 감소했다. 4분기는 2분기에 이어 두번째 적자를 기록했다. 이마트 측은 온라인 쇼핑과의 경쟁 심화로 인한 마케팅 비용 증가라고 해명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427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전년대비 28.3%감소된 것으로 당기순이익은 적자다. 적자폭도 전년대비 두배 이상 크다.

이에 유통업계는 '규모의 경제'를 내려놓고, 생존을 위한 강도높은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먼저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슈퍼, 롭스 등 오프라인 매장 700여곳 중 비효율 점포 200여개, 약 30%를 정리할 계획이다. 수익성이 좋지 않은 마트와 슈퍼가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마트는 올해 전체 매장의 30%를 리뉴얼하고 삐에로쑈핑, 부츠 등 전문점 매장도 순차적으로 축소할 예정이다.

업계는 대규모 점포 축소에 따른 인원 감축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보통 대형마트 1곳의 근무 인력은 판촉사원 협력업체 직원까지 합해 약 500명 정도된다. 백화점의 경우 대형점포는 5000명, 중소형 점포는 2000~3000명 정도다. 이를 미루어 계산해보면 롯데와 신세계 모두 최소 1만명 이상의 인원감축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 관계자는 "인력감축이 없으면 구조조정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건비를 줄이는 것만큼 가장 쉽고 확실한 구조조정은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유통업계는 현 정부의 대명제인 '일자리'를 감소시킨다는 것은 정부정책에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에 상당히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다. 한 마트 관계자는 "당장 인력감축 논의는 없다"고 일축했다. 

다른 관계자는 "대형 유통업체들을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의 발전을 막는 주범으로 치부하며 규제하면서 일자리를 늘려달라는 것은 이율배반적 행위"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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