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삼성 디스에만 집착하는 황색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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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삼성 디스에만 집착하는 황색언론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0.02.17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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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수사 이제 시작인데... 언론이 먼저 범죄자 낙인
'진위 불분명' 실체 없는 증거 난무... 입수 경로부터 밝혀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이기륭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이기륭 기자

국내 재계 1위이자 글로벌 기업 삼성을 이끄는 젊은 총수.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도무지 식을 줄을 모른다. 인터넷에서 ‘재드래곤’, ‘재용이형’과 같이 친근한 별칭이 자주 눈에 띄는 것만 봐도 그 '인기'를 엿볼 수 있다.

서글서글한 인상과 겸손한 태도 역시 여느 재벌가와 다르게 대중들이 이 부회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요소 중 하나다. 최순실 사건에 연루돼 고초를 겪기도 했지만, 총수 입김에서 단절된 독립적 삼성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하고, 핵심계열사별로 강화된 준법감시조직을 설치하는 등 과오를 바로잡으려는 노력도 다수 국민에게 지지를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을 향한 대중의 관심은 유별난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한 예로, 2016년 겨울 이 부회장이 국회 청문회 도중 무심코 꺼내 바른 립밤은 인지도가 치솟았다. 지난해 12월에는 부산행 SRT 열차를 타기 위해 서울 수서역에 모습을 나타낸 이 부회장이 입은 빨간색 점퍼가, '없어서 못 파는' 희귀 아이템에 등극했다.  

이 같은 관심은 치명적인 ‘독’으로 변하기도 한다. 바로 ‘황색저널리즘’과 결합했을 때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기사로 독자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황색저널리즘은 언론이라면 응당 가져야 할 공정성과 신뢰성, 균형 감각이 거세된 경우가 많다. 오로지 음모론과 무책임함으로 ‘아니면 말고’식 보도를 일삼는다. 

13일 국내 한 인터넷 매체가 단독보도한 이재용 부회장의 ‘프로포폴’ 불법 투약 의혹 보도는 ‘황색저널리즘’의 그림자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의혹을 심층 보도하는 형식을 띄었지만, 특정 인물을 겨냥한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 매체는 이 부회장이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향정신성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했으며, 국민권익위가 이런 내용이 담긴 공익신고를 접수받아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고 보도했다. 매체 보도에 따르면 공익신고자는 해당 병원에서 근무한 전 간호조무사 A씨의 남자친구였다. 그는 A씨를 5년 넘게 병원에 출퇴근 시켜주면서 이 부회장이 프로포폴을 투약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기사 내용을 뒷받침하는 근거로는 A씨가 이 부회장과 나눴다는 휴대폰 메신저 캡처 사진이 공개됐다.

보도 내용만 보면, 이 부회장은 프로포폴을 상습적으로 투약 받은 범죄자나 다름이 없다. 그러나 내용을 곱씹어보면, 사실이라고 단정할 만한 ‘실체’가 없음을 알게 된다. 메신저 대화 내용을 찍었다는 사진은 진위가 불분명한데다, 신고자의 이 부회장 목격담 역시 일방적 주장에 그치고 있다. 

'간호조무사의 남자친구라'는 공익신고자의 석연치 않은 신분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많다.

보도의 배경, 위 남자친구와의 접촉 과정, 메신저 캡처 사진 등의 입수 경로와 관련돼 의문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사를 보면 권익위에 신고서를 접수한 남성은 여자친구의 허락을 받지 않고 임의로 메신저 캡처 사진을 내려받기한 정황이 드러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해당 매체는 개인정보를 몰래 빼낸 범죄행위의 조력자가 된다. 

삼성에서도 해당 보도에 대해 “다툼이 있는 관련자들의 추측과 오해, 서로에 대한 의심 등을 근거로 한 일방적 주장”이라며 강력 부인했다. 그러면서 “추측성 보도는 당사자는 물론, 회사와 투자자에 큰 피해를 줄 수 있으므로 사실이 아닌 보도가 확대 재생산되지 않도록 수사 결과를 차분하게 지켜봐달라”는 입장을 전했다. 

검찰에서 사건을 수사한다고 한 이상, 사건의 진위는 수사를 통해 밝히면 될 일이다. 대기업 총수라는 이유만으로 검찰 수사 전부터 마녀사냥의 피해자가 돼도 좋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삼성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공개한 갤럭시 S20, Z플립은 국내는 물론 외신의 호평을 받으며 흥행에 청신호를 켰다. Z플립의 경우 일부 온라인몰에서 판매 시작 30분만에 완판되는 등 소비자 반응은 폭발적이다. 

삼성전자는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의 첨단소재 수출규제, 반도체 가격 하락 등에 더해, 삼성물산 등에 대한 검찰 수사와 대법원 파기환송심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대·내외 악재로 시름하고 있다. 실체없는 의혹으로 다시 ‘주홍글씨’가 새겨진다면 삼성전자의 대외 신인도는 추락하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냉정하고 차분하게 수사 결과를 지켜보는 일이다. 관음적이고 광기어린 시선을 거둬야 한다. 법치주의에 입각한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의혹이 사실인지 규명하는 것이 먼저다. 비판은 사실이 밝혀지고 난 다음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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