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금융' 탈환·수성戰 2막... 승부처는 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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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금융' 탈환·수성戰 2막... 승부처는 M&A
  • 오창균 기자
  • 승인 2020.02.1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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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 조용병의 '굳히기'냐, KB 윤종규의 '뒤집기'냐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전략이 관건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좌),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우). 사진=신한금융, KB금융 제공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좌),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우). 사진=시장경제신문DB

금융권발(發) 별들의 전쟁이 시작됐다. 리딩금융 수성(守城)과 탈환(奪還)을 가르는 금융그룹 간 맞대결이 2020년 다시 한번 펼쳐질 전망이다.

지난해 신한금융은 순이익 917억원 차로 KB금융을 제치고 2년 연속 리딩금융 자리를 지켰다.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신한금융이 3조4,035억원, KB금융이 3조3,118억원이다. 

신한금융이 리딩금융을 수성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은 비은행부문의 기여도다. 신한금융의 비은행부문 당기순이익은 1조2,110억원이다. 기여도는 34% 수준이다. 국내 금융지주 중 비은행부문 기여도가 가장 높다.

오렌지라이프가 결정적이었다. 지난해부터 연결 실적에 편입된 오렌지라이프의 당기순이익은 2,715억원이다. 만약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 인수에 실패했다면 KB금융과의 경쟁전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됐을지 쉬이 예측하기 어렵다.

KB금융은 리딩금융을 다시 되찾기 위해 절치부심(切齒腐心)하는 모습이다. KB금융은 현재 시장에 매물로 나온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적극 검토 중이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푸르덴셜생명의 당기순이익은 1,464억원으로 업계 7위를 기록했다. 푸르덴셜생명은 미국 푸르덴셜파이낸셜 자회사인 푸르덴셜인터내셔널인슈어런스홀딩스가 100% 출자해 1989년 한국에 설립한 회사다. 상위 보험사는 아니지만 지급여력(RBC) 비율 515% 수준의 우량 매물로 꼽힌다.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성공할 경우 계열사인 KB생명과의 시너지가 더해져 업계 5위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KB금융은 올해 신남방을 제2의 헤드쿼터로 삼고 글로벌 영토 확장에 나서기로 했다. 김기환 KB금융 재무총괄 부사장은 지난 6일 오후 열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지분 70% 인수를 확정한 캄보디아 소액대출금융기관(MDI) 프라삭을 교두보로 해외 인수합병(M&A)을 추가적으로 살필 것이라고 밝혔다.

김기환 부사장은 "그룹 전략 방향과 펀더멘털에 맞다면 업종에 제한을 두지않고 신중하게 M&A을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B금융이 리딩금융 탈환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아직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단독 입찰에 나서지 않은 우리금융이 대형 사모펀드(PEF)들과 손잡고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롯데카드 매각처럼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또한 KB금융이 비은행 계열사를 인수하더라도 당국의 승인·절차 기간을 감안할 경우 해당 순이익이 올해 실적에 반영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신한금융의 오렌지라이프 지분 반영률도 올해 리딩금융 경쟁전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오렌지라이프의 잔여 지분을 모두 인수해 지분율을 기존 59.15%에서 100%로 높였다. 이에 올해부터는 오렌지라이프의 당기순이익 전체가 신한금융 실적에 온전히 반영된다. 현재 실적대로라면 약 5,000억원 상당의 당기순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합병 작업에 탄력이 붙게 되면 단숨에 66조원 상당의 생명보험사가 탄생해 업계 판도를 뒤흔들게 된다.

결국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는 승부다. 현재로써는 국내 금융그룹 1·2위가 어떻게 구분될지 명확히 내다볼 수 없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역대급 리더로 꼽히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올해 M&A라는 칼자루를 쥐고 진검승부를 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은행권 업황이 기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전략을 촘촘히 짜는 쪽이 왕좌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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