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도 내려 놓겠다... '고객보호' 배수진 친 진옥동
상태바
실적도 내려 놓겠다... '고객보호' 배수진 친 진옥동
  • 오창균 기자
  • 승인 2020.02.07 18: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남다른 實踐躬行
"실적 경쟁보다는 고객 보호가 우선"
지난해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진옥동 은행장이 고객 중심을 강조하며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신한은행 제공
지난해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진옥동 은행장이 고객 중심을 강조하며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신한은행 제공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구호가 아닌 실행이다. 실행의 기준은 단순하고 명확하다. 지금의 신한은행을 있게 한 고객(顧客)이어야 한다." - 진옥동 신한은행장, 2020년 신년사 中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실천궁행(實踐躬行)이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실천궁행은 말로만 하지 않고 직접 이행한다는 뜻이다. 진옥동 행장은 지난해부터 고객을 중심으로 하는 경영, '같이 성장(Value up together)'을 실천궁행으로 제시해왔다.

타 은행과의 경쟁에서 실적으로 앞서기보다는 고객을 보호하는 경영을 우선시 하겠다는 구상이다. 어느 기업보다 이익(利益)을 중요시하는 은행권 사이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혁신전략이었다.

진옥동 행장은 지난해 7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가 터지자 "KPI(핵심 성과지표, Key Performance Indicator)의 키는 고객이 돼야 한다"며 평가 체계를 개선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곧바로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11월이 되자 진옥동 행장은 새로운 체계인 같이 성장 평가제도를 꺼내들었다. 은행권 최초였다. 고객의 관점에서 적합한 상품을 완전한 프로세스를 통해 권유하고, 판매 이후에도 자산관리에 중점을 두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고객 보호를 위해 내부 경쟁을 유발하는 상대 평가 방식을 폐지, 과당경쟁을 방지하고 협업을 유도한다는 복안이다. 진옥동 행장은 "단순히 평가 체계를 새롭게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조직의 문화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진옥동 행장의 고객 중심 경영은 2020년 새해 들어 더욱 구체화 됐다. 지난 21일 신한은행은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투자상품 판매 정지제도'를 도입했다. ELF(주가연계펀드), ELT(주가연계신탁) 등 투자상품을 이용하는 고객 보호를 한층 강화하고 임직원들에게 판매 절차 준수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시행한 제도다.

진옥동 행장은 새해 첫 임원·본부장 워크숍에서도 고객과 함께 하는 경영을 언급하며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 산에 오른 사람들이 눈이 내리는 날씨 속에서도 동쪽 하늘을 보고 있었는데 이것이 바로 염원(念願)"이라고 말했다. 그는 "같이 성장 평가제도가 어렵게 보일 수 있지만 이것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 공감하고 모두가 같이 하면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독려했다.

심지어 신한은행은 올해 순이익 목표를 지난해보다 낮은 수준으로 책정하기도 했다. 목표치를 전년보다 5% 이상 늘려잡는 관례를 깨고 과감한 혁신을 추진하겠다는 진옥동 행장의 의지로 해석된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실적이 KB국민은행에게 밀려 리딩뱅크 자리를 놓치게 됐다는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큰 미동 없이 담담한 분위기였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양적인 1위를 추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진옥동 행장의 말씀처럼 무엇보다 고객 보호를 우선시 하고 기본에 충실할 수 있도록 묵묵히 행동으로 옮겨나가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