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전통시장의 깊어진 기존·청년 상인간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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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전통시장의 깊어진 기존·청년 상인간 ‘갈등’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7.04.14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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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상인들이 점포를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먼지로 기존 상인들의 상품에 하자가 발생하자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사진은 길음시장 청년상인 점포의 외관. 사진=시장경제신문

전통시장에서 같이 장사를 하고 있는 기존 상인과 청년 상인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기존 상인들은 상인회 규정을 지켜달라는 입장이고, 청년 상인들은 자신들의 개성을 담은 방식으로 점포를 운영하겠다며 마찰이 시작됐다.

특히, 청년 상인들이 점포를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먼지로 기존 상인들의 상품에 하자가 발생하자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 청년 상인 “텃세” VS 기존 상인 “화재 안전 우선”

길음 시장은 과거 2차례나 화재가 발생했다. 다른 시장에 비해 화재에 민감한 시장이다. 이에 상인회는 전구, 배선, 운영시간 약속 등 다소 강도 높은 규정을 마련해 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빡빡한 안전 규정은 기존 상인과 청년 상인들과의 크고 작은 마찰로 이어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청년 상인 A씨는 “전구하나부터 운영시간까지 모든 것을 통제한다”며 “더 이상

기존 시장 상인들과 관련한 이야기와 엮이고 싶지 않다”고 토로했다.

청년 상인 B씨는 “자정이 넘으면 경비원이 점포로 쳐들어와 손님들에게 소리치고 욕을 하며 나가라고 한다. 본인이 일찍 자고 싶어서 손님을 내쫓는 경비원이 세상에 어딨냐”고 말했다.

또 다른 청년 상인은 “점포 외관 페인트칠까지 관여한다”고 밝혔고, “기존 상인들은 돌출 간판을 사용하면서 우리들은 못 쓰게 한다”고 하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상인회는 이같은 청년 상인회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운영시간에 대해서는 “경비원이 손님에게 욕을 하면서 내쫓는 일은 잘못한 것이 맞다. 손님에게는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전구, 페인트칠에 대해서는 “화재 안전을 위해 다들 지키고 있는 것이니 지켜달라고 당부한 것은 맞다”고 밝혔고, 돌출 간판에 대해서는 “경찰의 ‘안전 지킴이’ 간판이 돌출 간판이다. 어느 상점 한 곳도 돌출 간판을 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청년 상인들이 번창하면 우리 상인들도 번창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화재가 나면 본인의 점포 뿐 아니라 시장 전체가 위험해 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 절대로 텃세나 일부러 나가게 만들기 위해 일방적으로 요구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 “300만 원 보상해라” 갈등의 도화선

기존 상인들에 따르면 청년 상인들은 점포를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다량의 먼지와 큰 소음이 발생됐다.

기존 상인들은 점포 복도와 공간이 협소하고, 다른 점포와 매우 가깝게 인접해 있으니 리모델링에 필요한 나무 등을 외부에서 조각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리모델링업체가 점포들이 밀집해 복도에서 나무를 자르고, 직접 각목 등을 제작해버렸다. 먼지와 소음은 크게 발생했고, 급기야 옆 점포 상품(옷)에 하자가 일어났다.

청년 상인들은 사과했지만 기존 상인들은 충분히 대처할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키지 않고, 사과하는 것은 진정성이 없다며 갈등은 고조되기 시작됐다.

급기야 일부 상인이 옷을 팔지 못하게 됐다며 300만 원의 피해보상을 요구하며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청년 상인들은 법적 절차를 밟아 보상금을 요구하라고 맞받아쳤고, 해당 청년사업단장이 사비로 보상금 300만 원을 지급하면서 논란은 일단됐지만 양측의 감정의 골은 깊어질대로 깊어졌다.

◇ 옆 동네 청년상인들 “좀 더 참고 기다려야”

옆 동네인 정릉 전통시장 청년상인들은 길음시장 청년상인들이 “조급해져 있는 것 같다”며 “조금 더 참고 기다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정릉 전통시장은 대표적인 청년 상인 성공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입지 조건도 길음 전통시장 보다 열악함에 불구하고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길음시장 청년상인들보다 먼저 창업해 현재는 멘토 역할도 해주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현재 길음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청년상인과 기존상인간의 갈등은 크게 2가지 이유(매출, 경험 부족) 때문이다.

정릉시장 청년 상인 A씨는 “길음 시장 청년 상인들과 이야기해 보면 매출 걱정을 많이 한다.폐업에 대한 두려움이 커 기존 상인들과의 마찰로 핑계를 삼고 싶어 한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매출이 생각처럼 발생하지 않아 이런 저런 마케팅을 하고 싶은데, 기존 상인회의 규정과 부딪히는 경우도 있다”며 “매출만 잘 나오면 청년상인들이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것들로 갈등을 빚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청년 상인 B씨는 “길음 청년 상인들은 우리(정릉 청년 상인)들보다 전체적으로 어려서 사회 경험이 부족해 보인다고 느낄 때가 있다. 서로 협상과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수 존재하는데 갈등이 너무 커 지금은 대화가 단절된 느낌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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