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부 '관광거점도시 육성정책' 보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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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부 '관광거점도시 육성정책' 보완 필요하다
  • 강영범 기자
  • 승인 2020.02.0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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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도시 항공연결성(Flight Connectivity) 향상 급선무
관광비자 업무처리 간소화도 시급
김수일 아·태도시관광진흥기구 사무총장,

최근 정부는 5곳의 관광거점도시를 선정·발표했다. 수도권에 집중된 외국인 관광객을 지방으로 분산하고, 그 수를 확대하는 두 가지 목적을 갖고 있다.

향후 5년간 국제거점도시로 선정된 부산에 1,500억, 전주를 비롯한 4개 지방거점도시에 2,000억원의 대규모 재정을 지원할 계획이어서, 지방도시들은 높은 기대로 들떠 있다. 그러나, 지방도시들의 관광브랜드 수립, 지역특화 관광자원과 콘텐츠 개발, 도시접근성과 수용태세 개선, 홍보 마켓팅 지원 등 정책 내용들의 대부분이 이미 오래 전부터 추진해 왔던 것들이란 점에서 새로운 동력을 창출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위에서 언급된 내용보다 현장에서 더 간절하게 원하는 것은 지나치게 엄격한 관광비자 정책 개선 및 지방도시들의 항공연결성(Flight Connectivity) 향상이다.

비자 정책의 문제점 부터 살펴보자. 정부가 중국과 일본에 이어, 가장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아세안 국가들을 설정하고 있는데, 이들 나라 국민들에 대한 비자발급이 너무 경직돼 있다.

동남아에는 K-POP과 드라마가 주도하는 한류 열풍이 한식, 한글, 뷰티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어림잡아 수 천 만 명이 코리아 방문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고 추정된다. 국내 지자체들도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활발한 홍보와 마켓팅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역설적으로 우리 정부의 비자 정책은 이런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있다.

지방정부는 유치 활동을 위해 발버둥치고, 법무부는 이를 막는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이다. 2~3일이면 자격심사를 마치고 발급 할 수 있는 비자처리 시간을 열흘이 넘게 걸리게 하고, 제출해야할 은행잔고 액수도 이들 나라의 평균 국민 소득 수준에 비춰 터무니없이 높아 한국비자를 받자면 엄청난 스트레스와 자존심 손상을 각오해야 한다.

법무부가 내세우는 주된 이유는 불법체류자 및 외국인 범죄 증가다. 그러나 불법체류자 발생이 염려된다면, 그에 대한 솔루션을 별도로 찾아야 맞다. 불법체류자 고용주나 불법취업자 쌍방 모두에게 감히 엄두를 못 낼 정도로 처벌을 무겁게 하고, 눈감고 아웅하는 식의 단속도 현장 방문 단속 등을 포함해 철저히 하면, 이 문제는 얼마든지 잡을 수 있다.

현재도 동남아 국가들 가운데 브루네이, 싱가폴, 말레이시아 등 일부 국가 국민들은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지만, 인구가 적기 때문에 효과가 제한적이다. 수백만명 수준의 대규모 관광객 유입을 위해서는 대규모 신흥 부유층을 보유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인도 국민들에게도 무비자 혜택이 제공돼야 한다. 또 하나의 주요 요인은 항공연결성 확장이다.

한 지역의 외국인 관광객 수는 그 지역 공항과 연결된 국제선 항공기의 편수 및 좌석 수와 비례한다. 부산을 예로 들면, 현재 연간 약 300만 명 수준의 외국인 관광객 수를 2025년까지 약 1,000만명 수준으로 늘린다는 목표인데, 신공항 건설 없이는 불가능하다.

현 김해공항으로는 긴 야간 커퓨타임과 그로 인한 슬롯 부족으로 그 절반도 실어오기가 힘들다는 계산이다. 환언하면, 지방 관광산업 발전은 자본투입만으로 달성할 수 없다. 대규모 자본투자가 필요한 MICE, 쇼핑, 스포츠, 게임, 예능 분야 관광에서는 지방도시들이 거대한 메트로폴리탄시티와 경쟁할 수 없다.

지방도시들은 큰 신규투자 없이 고유한 자연경관, 역사 문화 유적, 풍습, 음식 등 고유성(uniqueness)에 바탕을 둔 특화된 로컬관광상품으로 승부를 거는 것이 정도다.

결론적으로 이번 정부가 발표한 거점관광도시 육성 정책은 가장 중요한 핵심내용들을 포함하지 않고, 진부한 주변부 요인들로만 구성돼 있어 예산 대비 효과가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정책결정자들의 퍼스펙티브 면에서 명확성과 깊이, 과단성이 아쉽다.

김수일 아·태도시관광진흥기구 사무총장, 前 주 동티모르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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