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첫 제재심... 은행 경영진 '징계수위' 두고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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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F 첫 제재심... 은행 경영진 '징계수위' 두고 공방
  • 배소라 기자
  • 승인 2020.01.17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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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통제 시행령 제재근거 부족... 징계 결정 안나면 30일 또 열려
사진=이기륭 기자
사진=이기륭 기자

금융감독원이 16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대규모 원금 손실을 낸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은행과 경영진의 제재 수위를 논의한다.

특히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 등 경영진에 대한 징계 수위를 두고 치열한 공방전이 진행되고 있다. 업계에선 금감원이 두 은행 경영진을 제재할 근거가 부족해 제재 수위가 낮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6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제재심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에 있는 금감원 본원에서 열렸다.

오전에 하나은행이 먼저 심의 대상에 올랐다. 함 부회장은 제재심에 직접 출석해 변론을 펼쳤다. 함 부회장은 이날 금감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DLF피해자대책위원회와 언론들을 피해 지하층을 이용해 출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4시께에는 우리은행을 상대로 한 제재심이 열렸다. 손 회장도 이 자리에 출석한다. 징계 수위를 낮추기 위해 함 부회장과 손 회장이 참석해 적극 소명하겠다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관심은 제재 수위가 얼마나 낮아질지다. 금감원은 이미 경영진인 함 부회장과 손 회장에게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사전 통보한 상태다. 함 부회장과 손 회장에 대한 제재가 문책 경고(중징계)에서 주의적 경고(경징계)로 낮춰지면 연임에 가능해져 CEO 공백을 피할 수 있다.

금융회사 임직원에 대한 제재는 경징계인 주의, 주의적 경고를 비롯해 중징계인 문책경고, 직무정지(정직), 해임권고 등 다섯 단계다.

문책경고를 받은 임원은 잔여 임기는 채울 수 있지만, 연임은 불가능하다. 퇴직 후 3년간 금융회사 임원을 새로 맡을 수도 없다. 

제재심의 결정에 이의가 있을 경우 은행들은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이의신청을 하면 제재심부터 금융위 의결까지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하고, 금감원과 각을 세우는 것으로 비쳐져 부담이 될 수 있다.

금융권에선 제재에 대한 법적 근거가 부족해 두 경영진의 징계수위가 낮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DLF 사태와 같은 소비자 피해 재발을 막기 위해 그 책임을 최고경영자 등 경영진이 지도록 하는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한 근거 규정이 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현재 정무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금융회사는 법령을 준수하고, 경영을 건전하게 하며, 주주 및 이해관계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해야 할 기준 및 절차(이하 내부통제 기준)를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라'는 것이지, 이를 갖추지 않을 경우 경영진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는 아니다. 은행 측은 제재 근거가 불명확하다는 점을 내세워 경영진에 대한 제재 수위를 낮추는 데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금감원은 내부통제 부실이 DLF의 불완전판매로 이어졌고 이는 경영진에 대한 제재 근거가 충분히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날 징계 결정이 나지 않을 경우 오는 30일 한 차례 더 제재심이 열린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내부통제를 이유로 경영진들에게 자리를 보전하지 못할 만큼의 징계를 내린다면 금융사 경영진들은 운신의 폭이 지나치게 좁아진다"며 "금감원은 금융회사와 경영진 징계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관리·감독 부실에 대한 책임을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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