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외비만 1억, 떴다 하면 완판... '유통권력' 된 인플루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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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외비만 1억, 떴다 하면 완판... '유통권력' 된 인플루언서
  • 홍성인 기자
  • 승인 2020.01.21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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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패션, 식품 등 활동 반경 넓어져
영향력 있는 인물 찾기에 기업 높은 관심
매출 상승, 브랜드 이미지 개선 등 효과
정제되지 않은 정보 전달에 주의해야
중국에 진출하고자 하는 국내 뷰티기업은 중국 뷰티 크리에이터를 활용해 마케팅을 전개하기도 한다. 사진은 작년 5월 중국 상해에서 열린 2019 상해 뷰티 박람회 현장에서 제품 홍보 방송을 하고 있는 중국 뷰티 크리에이터 모습. 사진=시장경제
중국에 진출하고자 하는 국내 뷰티기업은 중국 뷰티 크리에이터를 활용해 마케팅을 전개하기도 한다. 사진은 작년 5월 중국 상해에서 열린 2019 상해 뷰티 박람회 현장에서 제품 홍보 방송을 하고 있는 중국 뷰티 크리에이터 모습. 사진=시장경제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한국인들의 정보창구 역할은 네이버를 중심으로 한 포탈사이트가 선점해왔다. 하지만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1980년에서 2000년대 사이 출생한 이들)들은 이미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접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플루언서(Influencer)들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인플루언서는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수십만 명의 구독자(팔로어)를 보유한 ‘SNS 유명인’을 말한다. 이 의미 외에도 영향력 있는 개인을 활용한 마케팅 방식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들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심리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개인이 알고 있지 않은 정보를 제공하거나, 직접 체험하지 않아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무엇보다 이들은 기존의 유명인이 아닌 자신이 가진 장점을 적극 어필하면서 알려진 일반인들이어서 사람들은 더 친근함을 갖게 되고 신뢰도 역시 높다.

일반인이라는 친숙함… 인플루언서에 대한 신뢰도 높아

최근 유통업계, 특히 뷰티업계에서는 이들을 활용한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중국 시장에서 현지 뷰티 크리에이터나 인플루언서인 ‘왕홍(网红)’을 통한 마케팅 성공사례들이 눈으로 확인되면서 중국을 진출하고자 하는 국내 뷰티 기업들은 너도나도 왕홍 마케팅에 관심을 쏟았다.

지명도 있는 왕홍을 통해 자사 제품의 실시간 판매가 이뤄졌고, 투자한 금액만큼 충분히 뽑을 수 있다는 인식이 형성되면서 '왕홍 마케팅'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심지어 많은 팔로우를 보유한 왕홍 섭외비가 5천만원에서 1억원까지 형성될 정도로 '스타 왕홍 모시기 열풍’이 불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왕홍에 대한 거품도 빠지기 시작했다. 팔로우가 많지 않을 경우 안 하니만 못한 결과물을 얻게 됐고, 중간 브로커들의 등장은 국내 기업이 왕홍에 등을 돌리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럼에도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유명 왕홍이나 인플루언서들을 활용한 마케팅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앰플로 유명한 울트라브이는 지난해 10월 20일 중국의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 중 한명인 ‘신유지(辛有志)’와의 라이브방송으로 2분 만에 4만 세트, 12월 22일에는 15분 만에 8만 세트 완판을 기록해 영향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또, 국내에서도 국내 뷰티 크리에이터들을 활용해 공구(공동구매) 형태로 판매하는 방식을 도입해 성과를 거두기도 한다. 비단 뷰티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패션, 식품, 건강기능식품 등 유통 전반에 걸쳐 마케팅이 이뤄지고 있다.

늘어나는 피해사례… 판단은 소비자의 몫(?)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은 늘어나는 추세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에 따르면 SNS 마켓 피해상담 건수는 지난 2013년 71건에서 2016년 892건, 2018년 869건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피해 구제도 쉽지만은 않다. 개인적인 거래 중심으로 이뤄져 피해내용을 명확히 확인하기 어렵고, 일종의 ‘떳다방’ 형태로 진행되는 경우도 많아 단속도 쉽지 않다.

2014년 정부는 ‘추천·보증 등에 관한 심사지침’을 개정해 인기 블로거 등이 대가를 받고 추천글을 올리면 해당 글 안에 경제적 대가·현금·상품권·수수료 등 구체적인 표현을 반드시 적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 지 확인할 길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문제이다. 어떤 거래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확인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상 소비자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다양한 피해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SNS 기반 전자상거래는 20조 원 규모다. 시장 외형에 비해 제도적 관리나 소비자 피해 예방 조치가 미흡한 상태는 앞으로도 풀어야 할 숙제다.

유명 인플루언서의 사회적 역할도 강조돼야

작년 한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의 기만행위를 고발하는 유튜브 영상이 화제가 됐다. 종전에는 뉴스에서나 볼 수 있던 내용을 한 인플루언서의 영상으로 확인되는 순간이었고, 오히려 이 내용을 언론이 재생산하는 독특한 상황이 연출됐다. 인터넷 개인방송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음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이기도 했다.

이에 인플루언서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이야기도 거론된다. 잘못된 정보가 사실인 것처럼 인식될 수 있기 때문에 무분별한 발언들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오랜 기간 중국 등을 상대로 수출과 인플루언서 매니지먼트 사업을 한 라인투비(Line2B) 김훈 대표는 “시간이 지날수록 유튜버를 비롯한 인플루언서의 활동 범위는 넓어지고 있는 추세”라며 “단순히 인기를 높이기 위한 무분별한 정보의 전달은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져 관련 활동 전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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