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싶은 은행들... 1위 사모펀드 '라임'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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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싶은 은행들... 1위 사모펀드 '라임'의 배신
  • 오창균 기자
  • 승인 2020.01.1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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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자본시장법 탓에 정보 제한적... 위험 미리 인지할 수 없어"
사진=라임자산운용 홈페이지
사진=라임자산운용 홈페이지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확산되면서 상품을 판매했던 은행들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펀드에 돈이 묶인 일부 투자자들은 문제의 상품을 판매한 은행들의 책임론을 지적하고 있다. 반면 은행들은 라임 사태로 인해 자신들도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특히 은행들은 사태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 라임자산운용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을 포함한 펀드 판매사 16곳은 공동대응단을 구성하고 삼일회계법인의 실사 결과가 발표되는 즉시 라임자산운용 측에 유동성 확보·상환계획 수립을 요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실사 결과는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부터 순차적으로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라임자산운용은 지난해 10월 테티스 2호, 플루토 FI D-1호, 플루토 TF-1호 등 3개 모(母)펀드에 투자하는 1조5,000억원 규모 자(子)펀드에 대한 상환과 환매를 중단했다. 이 중 개인이 돌려받지 못한 돈은 9,170억원에 이른다. 삼일회계법인은 현재 해당 펀드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공동대응단은 상환 계획을 전달 받는대로 고객들에게 사실을 알리고 금융감독원 검사에서 위법 행위가 확인될 경우 형사고소를 비롯한 모든 법적 조치를 동원해 투자자들을 보호하겠다는 구상이다.

은행들은 펀드 판매의 책임을 회피하지는 않겠지만, 억울한 누명은 가급적 벗고 가겠다는 입장이다.

은행들은 라임 펀드에 대한 위험 여부를 사전에 감지할 수 없었던 이유와 관련, 운용사·판매사 간 정보교류를 차단한 현행법을 강조하고 있다. 자본시장법 제45조와 하위 법령에 따른 정보교류의 차단 규정에 따라 판매사가 펀드 운용에 관여할 수도, 정보를 미리 받을 수도 없었다는 것이다. 

해당 법안을 살펴보면 운용사는 이해상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펀드의 내역과 정보, 불특정 다수인이 알 수 있도록 공개하기 전의 내용을 판매사에 제공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은행들은 무역금융펀드로 불리는 플루토 TF-1호를 예로 들며 "라임자산운용 내부에서도 담당자 이외에 대표나 임원들조차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사안인데, 보다 제한된 정보만을 제공받는 판매사들이 관련 부실이나 위법행위를 미리 알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믿었던 국내 1위 헤지펀드 운용사 라임이 배신을 한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투자자들과의 장기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영업을 하는 은행인데 고의로 펀드의 부실을 은폐하고 위법행위에 가담해 피해를 입힌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금감원 검사에서 문제가 확인된다면 은행들은 응당 책임을 지겠지만, 사태의 원흉인 라임자산운용을 낱낱이 조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운용·사기 판매 혐의와 관련해 신한금융투자의 공범 가능성을 조사 중이다. 이른바 공동 기획 의혹이다. 하지만 신한금융투자 임직원들이 이에 가담했다는 결정적 증거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조만간 조사 결과를 검찰에 통보할 예정이다. 다만 이번 사건의 핵심으로 지목된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이 잠적한 상태이기 때문에 향후 검찰 수사에서 사건의 실체가 얼마나 선명하게 드러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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