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건설, 빌리브 론칭 1.8년 만 '최고급 레지던스' 분양...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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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건설, 빌리브 론칭 1.8년 만 '최고급 레지던스' 분양... 통할까?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0.01.11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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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임대주택 짓던 신세계건설, 부촌 해운대에 '빌리브 패러그라프' 3월 분양
"사회특권층에 팔겠다" JW메리어트 호텔 서울서 'VIP라운지' 개관
업계 "평범 브랜드로 부촌 해운대서 통할지 의문... 'B급의 고급' 우려"
신세계건설 "시행사 요청에 의한 것... 별도 프리미엄 브랜드 계획 없어"
사진=신세계건설 '빌리브 패러그라프 해운대' 팜플렛 이미지
사진=신세계건설 '빌리브 패러그라프 해운대' 팜플렛 이미지

신세계건설이 아파트 등 주거 브랜드 ‘빌리브’를 론칭한 지 20개월만에 ‘최상류층 주거시설’을 분양한다. 한국 최고의 부촌 중 한 곳으로 손 꼽히는 부촌 해운대에 고급 오피스텔 '빌리브 패러그라프 해운대' 분양을 3월에 들어간다고 밝힌 것이다.

신세계건설이 이번 분양에 대해 "사회특권층", "최상류층", "최고의 서비스" 등을 언급하며 초고급 전략으로 나서면서 부동산업계에서는 최근 트랜드인 프리미엄 브랜드 대열에 합류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신세계건설은 "이번 분양은 시행사 요청에 의한 것"이라며 일회성 고급화 전략이라는 입장이다.

◆ '609' 집창촌 위의 오피스텔... 주변 전용 200㎡ 10~20억원대 거래 중

부산 해운대는 최근 한국 최고 부촌 중 한 곳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운대 뷰를 갖고 있고, 값비싼 초고층 건물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세계적인 비치주거벨트로 유명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곳에 들어선 마린시티, 엘시티 등의 가격은 수십억 원을 자랑한다. 이런 곳에 신세계건설이 '하이엔드(비슷한 건물 중 가장 우수한 건물)' 등의 키워드를 전면에 걸고 ‘빌리브 패러그라프 해운대’를 3월에 론칭한다고 밝힌 것이다.

‘빌리브 패러그라프 해운대’는 부산 해운대구 우동 645-6번지 일원에 짓는 지하 5층, 지상 38층의 레지던스 오피스텔이다. 레지던스란 주거 호텔과 오피스텔을 합친 형태의 주거시설이다. 시행사는 생보부동산신탁이며, 시공을 신세계건설이 맡았다. ‘빌리브 패러그라프 해운대’ 입지는 부촌 해운대의 중심지는 아니다. 부천 해운대 대장지구 옆 호텔과 모텔 등 숙박시설이 모여있는 곳에 위치해 있다. 최근까지 '609'라고 불리는 집창촌을 허물고 그 위에 '빌리브 패러그라프 해운대'를 지을 예정이다.

신세계건설은 분양가에 대해 “3월 견본주택 개관 시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주변 시세는 200㎡(전용)가 10~20억원대로 거래되고 있다. 

'빌리브 패러그라프 해운대’ 인근, 현대건설이 2005년에 지은 현재베네시티의 268㎡(전용) 유형은 8층이 2019년 5월 16억5000만원에 거래됐고, 10층이 2019년 9월 19억원에 거래됐다. 경동건설이 2012년 11월 지은 해운대경동제이드는 208㎡(전용)이 2015년 10월 16억6000만원(40층)이 2017년 9월 10억원(24층)으로 6억원 하락돼 거래됐다.

신축 주상복합아파트와 오래된 주상복합아파트의 가격 차이가 크고, 층수에 따라 가격차이가 3~5억원까지 벌어지고 있어 견본주택 개관 전가지 구체적인 시세 분석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사진=빌리브 홈페이지 캡처
사진=빌리브 홈페이지 캡처

◆ 홍보는 “최상류”, 브랜드는 ‘평범’... VIP라운지·견본주택 관건

신세계건설이 ‘빌리브 패러그라프 해운대’를 홍보하면서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초고급'이다. VVIP를 상기시키는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견본주택 개관에 앞서 ‘빌리브 패러그라프 해운대’를 소개하는 'VIP라운지'를 값비싼 서울 고급 호텔을 빌려 진행하는 것도 초고급 전략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신세계건설이 초고급 전략을 꺼내든 만큼 분양 성공의 여부는 신세계건설의 주거 브랜드 ‘빌리브’로 집중되고 있다.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한방에 높일 수 있는 것은 브랜드의 무게감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건축 전문가들이 아닌 이상 견본주택만 보고 좋은 아파트를 파악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신세계건설의 브랜드 '빌리브'는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일까. '빌리브'의 인지도는 아직까지 높다고 보기는 힘들다. 일단 신세계건설의 시공능력평가액은 1조3200억원으로 전체 건설사들 중 29위다. 큰 상승세를 타면서 주택시장에 신흥강자로 떠오르는 추세도 아니다. 아파트 브랜드 설문조사에서는 거론도 되지 않는 브랜드다.

가장 불리한 점은 그룹 내부 거래 비중이 높아 마트 짓는 건설사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6년 신세계건설 건설부문 내부거래 비중은 82.92%, 2017년 62.88%, 2018년 64.78%다. 지난 3년 평균이 70%다. 거래 대부분이 최대주주(42.7%)인 이마트에서 나오고 있고, 계약 역시 그룹 계열사와의 수의계약이다. 계열사의 일감을 빼면 30대 건설사에 포함될 수 없는 '이마트 전문 건설사'라는 이미지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고급화를 위해 브랜드를 별도로 채택하지 않고, 신생 브랜드인 '빌리브'로 고급주거시설 시장에 나선 것에 대해 업계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고 있다. 빌리브가 세상에 나온지는 이제 1년 8개월 정도 지났다. 신세계건설은 주택사업을 하겠다며 2018년 4월 ‘빌리브’를 론칭하고, ‘빌리브울산’(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을 첫 시공했다. 임대주택을 건설하던 회사가 1년 8개월만에 고급 주거 시장에 문을 두드린 것이다.

최근 건설사들의 브랜드 고급화 트랜드를 보면 크게 3가지 전략으로 압축된다. 먼저 기존 브랜드 위에 프리미엄 브랜드를 만드는 것. 현대건설의 경우 힐스테이트 위에 ‘더 에이치’, 대림산업은 이편한세상 위에 ‘아크로’ 등이 대표적이다.

다음으로 기존 브랜드를 리뉴얼하는 방식이다. 대우건설의 ‘뉴 푸르지오’ 등이 대표적이다. 세 번째로 기존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고, 단일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이다. 롯데건설의 ‘르엘’ 등이 대표적이다.

신세계건설은 이 3가지의 전략을 채택하지 않고, 가장 평범한 ‘기존 브랜드 + 추가 명칭’으로 프리미엄분양 시장에 뛰어들었다. 투자자들에게 자칫 ‘신세계건설이 아파트를 짓는구나’ 이상의 기대감을 주지 못할 수 있다.

아울러, 현재 신세계건설은 '빌리브 패러그라프 해운대'에 대해 '프리미엄'이 아니라 '하이엔드'급이라고 밝히면서도 홍보는 프리미엄급으로 소개하고 있어 투자자들로 하여금 혼란을 주고 있다. 하이엔드는 앞서 설명한대로 비슷한 건물 중 가장 우수한 건물을 뜻한다. 따라서 '빌리브 패러그라프 해운대'가 호텔과 모텔이 밀집돼 있는 상업지역에 들어서는 만큼, 이 지역내에서 가장 좋은 오피스텔로 해석되고 있다. 최상류층이 과연 이 오피스텔을 구매할지 의문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브랜드 아파트 선호 현상은 뚜렷하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의 분석에 따르면 2017년 1월부터 2018년 1월까지 분양된 단지 395개 가운데 1순위 마감을 기록한 곳은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48.6%(192개)에 그쳤지만, 대형 건설사의 메이저 브랜드 단지는 110개 단지 중 71.8%(79개)가 1순위에 마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프리미엄 브랜드를 론칭한 A건설사 관계자는 "돈 많은 부자들이 가볍게 돈을 지출할 것이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잘못된 상식이다. 분양 상담을 보면 정말 꼼꼼하게 브랜드와 자재, 시세차익 등을 따진다"며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홍보만 그럴싸한 B급, C급 고급 아파트라는 이미지가 찍힐 수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현재 운영되고 있는 VIP라운지와 3월에 개관하는 견본주택에서 신세계건설이 투자자들에게 '빌리브'라는 브랜드를 얼마나 잘 보여주느냐가 이번 분양 성공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신세계건설은 회사 차원의 고급화 추진이 아니라 일회성 고급화 마케팅이라는 입장이다.

신세계건설 관계자는 "이번 부산 사업(빌리브 패러그라프 해운대)은 시행사(생보부동산신탁)에서 프리미엄급 주거시설을 추구해 반영된 것"이라며 "빌리브 브랜드는 주거상품에 모두 적용하는 것이며 고급화로 한정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내부적으로 빌리브 이상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현재 추진하고 있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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