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멈춰선 은행권... 신남방에서 未來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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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에 멈춰선 은행권... 신남방에서 未來를 찾다
  • 오창균 기자
  • 승인 2019.12.3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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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영토 확장에 사활.... 2020년 더욱 치열해지는 경쟁전

2020년 금융권 전략의 핵심은 해외 진출과 다변화(M&A)로 요약된다.

금융업계는 내년부터 본격적인 불황이 시작될 것을 우려하고 사업 포트폴리오의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저성장의 늪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와 대외환경 악화가 겹치면서 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이다. 저금리 기조는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가계부채를 관리한다는 명목하에 각종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여러 악재(惡材) 속에서 금융권은 더이상 국내에서 먹거리를 찾지 못하고 해외로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금융권이 새로운 성장 동력의 발판으로 삼은 곳은 신남방이다. 신남방은 한국 기업 진출이 활발한 동남아 시장을 뜻한다. 베트남·인도네시아·미얀마·싱가포르·캄보디아·필리핀·라오스·태국·말레이시아·인도 등 아세안 10개국이 대표적이다.

금융사들은 지난해부터 신남방 지역 금융영토를 확장하기 위해 전력을 집중해왔다. 그 결과 4대 금융지주의 올해 6월 말 기준 해외 현지법인 자산 규모는 61조6,000억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3년 만에 무려 38.7% 증가한 수치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지주사 가운데 해외법인 자산 규모가 가장 많은 곳은 신한금융이었다. 신한금융 해외법인 자산은 24조2,000억원이다. 이어 하나금융 16조3,000억원, 우리금융 14조4,000억원, KB금융 4조원으로 집계됐다. 신남방 국가를 포함한 지주사들의 아시아 지역 해외법인 자산은 52조원 수준이다.

신남방 진출의 깃발은 든 곳은 금융지주 제1계열사로 꼽히는 은행들이었다. 국내에서 규제의 벽을 실감한 은행들은 동남아 지역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6일 이사회를 열고 캄보디아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 지분 70%를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는 캄보디아 1위 소액대출금융기관(MDI)이다. 시장 점유율은 41.4%에 달한다. KB국민은행은 1대 주주가 된 이후 나머지 지분 30%를 취득한다는 계획이다.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해외 진출에 소극적이었던 KB국민은행의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 인수는 업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허인 행장이 본격적인 글로벌 진출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KB국민은행 측은 이번 인수와 관련해 "글로벌 전략의 일환인 아시아 리테일 네트워크 확장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장기적으로는 캄보디아 내 선도은행으로 도약하고 이를 기반으로 동남아 지역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허인 행장은 해외 은행 인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5년 내 글로벌 비중을 최소 1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국내 리딩뱅크인 신한은행은 동남아 지역에서도 가장 많은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신남방 경제허브는 바로 베트남이다. 현지법인인 신한베트남은행은 신한은행의 국외점포 순이익 비중 중 34%를 차지한다. 신한은행은 최근 신남방 정책 기반을 미얀마와 캄보디아로 확장하는 분위기다.

신한은행은 지난 4일 미얀마에서 한국무역보험공사와 글로벌 수출금융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뿐만 아니라 같은 날 캄보디아에선 현지 전자지갑 서비스를 선보였다. 신한은행은 직접 개발한 전자지갑 솔루션을 차량 호출업체에 심어 은행 계좌를 통해 요금 결제가 이뤄지도록 했다. 신한은행은 국내에서 보여준 파격과 혁신을 신남방에서도 이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국내 금융권의 신남방 진출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사례는 KEB하나은행의 베트남 BIDV(Bank for Investment and Development of Vietnam) 지분 인수다. BIDV는 베트남 자산 규모 1위 은행이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10월 말 베트남 중앙은행 승인을 받아 BIDV가 발행한 신주 6억330만2,706주를 인수했다. 전체 지분의 15%를 취득해 2대 주주로 올라선 것이다. 이는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은행 중 최대 규모의 전략적 투자 사례로 꼽힌다. KEB하나은행은 BIDV가 보유한 1,000여개의 영업망을 활용해 금융한류를 이끌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이 신남방 진출의 거점으로 공을 들이고 있는 베트남 현지법인은 지난 3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현지법인 베트남우리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약 101억원이다. 지난해 전체 순이익 107억1,000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4분기까지 합하면 올해 순이익은 작년 수치를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앞서 손태승 행장은 베트남 외국계 은행 1등을 목표로 공격적 투자를 선언했다. 이에 우리은행은 2021년까지 20개 이상 지점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국내 영업환경이 악화되면서 벼랑 끝에 몰린 은행들의 해외진출 러시는 내년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는 "저금리로 예대 마진은 갈수록 줄고 있고 경기둔화로 기업 대출도 예전 같지 않은데 정부가 부동산 대출까지 옥죄기 시작하니 은행들은 2020년 신남방에서 격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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