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재활용법 시행... 업계, '색' 빠진 페트병 마련 '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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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재활용법 시행... 업계, '색' 빠진 페트병 마련 '분주'
  • 김보라 기자
  • 승인 2019.12.26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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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어려운 유색페트병, 폴리염화비닐 포장 사용금지
맥주, 무색페트병 적용시 변질가능성 높아 교체 어려워
업계, "환경부담금,소비자 가격인상으로 전이될 수도"
사진= 롯데칠성음료
사진= 롯데칠성음료

개정된 자원재활용법(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을 하루 앞두고 주류·음료업계가 용기 교체에 분주하다.

개정 법률에 따르면 앞으로 재활용이 어려운 유색 페트(PET)병과 폴리염화비닐(PVC)로 만든 포장재는 사용할 수 없다.

환경부는 재활용 난이도에 따라 용기 재질을 '최우수·우수·보통·어려움' 4개 등급으로 세분화하고, 하위 등급 제품은 용기 겉면에 '재활용 어려움' 문구를 표시할 방침이다.

'재활용 어려움' 등급을 받으면 해당 기업은 환경 부담금을 최대 30%까지 추가 부담해야 한다. 라벨을 붙일 때도 일반 접착제 대신 쉽게 떨어지는 분리성 접착제를 사용해야 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1984년부터 사용한 칠성사이다의 초록색 페트병을 35년만에 무색 페트병으로 전면 교체한다. 이달부터 '칠성사이다' 500mL 제품을 무색 페트병으로 먼저 바꾸고, 300mL 및 1.25L, 1.5L, 1.8L 등 전 제품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미 밀키스, 마운틴듀, 트로피카나 스파클링 제품은 형광색상 페트병을 무색 페트병으로 교체 완료했다. 

코카콜라는 2025년까지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모든 자사 제품 용기를 친환경 패키지로 교체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2030년까지 모든 음료 용기를 수거·재활용하는 '지속가능한 패키지'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코카콜라는 올해 5월 스프라이트, 씨그램 등의 초록색 페트병을 무색 페트병으로 교체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브랜드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초록 페트병을 써왔지만, 앞으로는 라벨 등을 통해 정체성을 강조할 것"이라며 "무색 페트병의 경우 직사광선에 장시간 노출되면 음료 맛이 변하거나 탄산이 빠질 우려가 있어, 운반용 상자의 포장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류업계도 투명 용기로 바꾸고 있다. 롯데주류 '처음처럼'은 기존 4종(400mL, 640mL, 1000mL, 1800mL)의 초록색 페트병을 무색으로 바꿔 생산·판매에 나섰다. 하이트진로도 참이슬 페트병을 초록색에서 무색으로 바꿔 시중에 유통하고 있다. 

신세계 그룹이 인수한 제주소주는 2017년부터 '푸른밤' 소주를 무색 페트병으로 출시했다. 이는 자원재활용법 개정과는 무관하게, 기존 제품과의 차별화 및 재활용율 제고를 목적으로 시행됐다. 

다만 맥주 페트병의 경우 제품 변질 위험이 있어 업계의 고민이 깊다. 맥주의 갈색 페트병은 제품 변질을 막기 위해 삼중 구조로 제작됐다. 현재 전체 맥주 시장에서 페트병 맥주 점유율은 15%를 차지한다.

환경부는 주류업계 의견을 수용해, 갈색 페트병 대체재 관련 연구 용역을 조만간 발주할 계획이다. 연구 용역 결과 조기에 대안을 칮지 못한다면 캔이나 유리병 전환을 유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페트병 맥주 생산은 중단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맥주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맥주 페트병까지 무색 전환을 결정하면, 마땅한 대안이 없어 페트병 제품 단종까지 고려하는 상황"이라며 "페트병 맥주는 기존 병이나 캔에 비해 용량 대비 가격이 저렴해, 제품이 퇴출되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색 유리병 규제 역시 주류업계가 우려하는 현안이다. 유리병은 무색·갈색·녹색을 제외하면 재활용이 어렵다. 따라서 상당히 많은 양의 주류 제품이 '재활용 어려움' 등급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와인, 위스키 등은 유색 유리병을 사용하는 사례가 많아 규제로 인한 영향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수입 제품의 경우 국내 환경 기준에 맞춰 별도의 용기 제작이 어려운 만큼, 추가 환경부담금을 떠안아야 할 가능성도 제기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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