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장 선임 초읽기... '노조 반발' 변수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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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장 선임 초읽기... '노조 반발' 변수될까
  • 배소라 기자
  • 승인 2019.12.17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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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관료 출신 반장식·윤종원·유광열 거론
'낙하산' 논란 일자 내부선 임원 후보들 급부상
▲김형선 노조위원장이 지난 9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낙하산 인사 반대를 촉구하며 1인 시위를 벌였다. 사진=배소라 기자
▲김형선 노조위원장이 지난 9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낙하산 인사 반대를 촉구하며 1인 시위를 벌였다. 사진=배소라 기자

차기 기업은행장 인선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기업은행 노동조합이 전·현직 관료 출신 낙하산 인사가 임명되면 반대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힐 방침인 만큼, 막판 변수가 생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17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이미 복수의 후보를 제청했고 청와대가 막판 검증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르면 이번주 중 기업은행장을 임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도진 현(現) 기업은행장의 임기는 오는 27일까지다.

청와대는 5~6명의 후보를 두고 차기 기업은행장 결정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전·현직 관료 출신 후보로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과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 유광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등이 거론된다.

반 전 수석은 옛 경제기획원(EPB) 출신인 정통 예산 관료다. 경북 상주 출신으로 덕수상고와 국제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행정고시 21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재정경제원 지역경제과장, 기획예산처 사회재정심의관 등을 지냈다.

반 전 수석은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변양균 라인’의 대표 인물이기도 하다. 기업은행장에 유력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변양균 라인’이란 노무현 정부 당시 기획예산처 장차관과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변양균씨와 함께 예산부서에서 함께 근무했거나 친분이 있는 관료를 뜻한다. 이들은 현재 경제부처와 청와대 경제팀 주요 포스트에서 기용돼 있다.

윤 전 수석과 유 수석부원장은 수출입은행장에 이어 기업은행장 하마평에도 올랐다. 윤 전 수석은 국제·거시경제 전문가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는 행정고시 27회에 합격해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을 거쳐 대통령비서실 경제금융비서관,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와 OECD 특명전권대사를 지냈다.

유 수석부원장은 국제금융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정통 관료다. 군산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경제기획원을 거쳐 기획재정부 국제금융협력국장,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장,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지냈다. 지난 2017년 11월 금감원 수석부원장으로 임명됐다.

기업은행 내부적으로 이들에 대한 거부감이 큰 상황이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차기 기업은행장에 관료 출신의 낙하산 인사를 임명해선 안 된다며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일주일째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노조가 관료 출신 행장 선임 움직임에 반발하는 이유는 2010년부터 세 차례 연속 내부 인물(조준희-권선주-김도진)이 행장이 되면서 ‘내부 승진’ 문화가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현재 거론되고 있는 전·현진 관료 출신 후보에 대해 “현재 후보군 모두 출신을 넘어 금융과 은행 전문성, 경영 능력, 인성과 리더십 면에서도 부적격한 인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기업은행은 국책 금융기관이지만 시중은행과 같은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며 “은행업에 대해 깊은 이해도와 명확한 목표를 가진 인물이 기업은행장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관료 출신의 낙하산 인사가 임명될 경우 기업은행 본점 앞에서 집단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노조가 낙하산 인사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이자 기업은행 전·현직 임원이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기업은행 안팎에선 문재인 정부가 외부 인사를 임명했다가 직원들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보이자 내부 인사가 급부상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기업은행과 계열사 내부에선 임상현 전무와 김영규 IBK투자증권 사장이 후보군에 올랐다.

임 전무는 충남 부여 출신으로 서대전고와 충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82년 기업은행에 입행해 뉴욕지점장, 경영전략 그룹장, 경영지원그룹장 등을 맡았다.

전북 부안 출신인 김 사장은 1979년 기업은행에 입행하면서 금융권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기업은행 인천지역본부장, 기업고객 본부 부행장 등을 지냈다.

이 외에도 시석중 IBK자산운용 사장, 이상진 전 IBK캐피탈 사장 등도 후보군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낙하산 인사가 임명될 경우 기업은행 직원들 사기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은행 내에서는 전문성 있는 내부 출신 인사의 행장 선출에 내심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며 “낙하산 인사가 오면 직원들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행장 자리를 기대할 수 없다고 느끼는 등 상대적 박탈감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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