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장 선거 또 '혼탁'... 선관위, 경고·檢에 수사의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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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장 선거 또 '혼탁'... 선관위, 경고·檢에 수사의뢰
  • 배소라 기자
  • 승인 2019.12.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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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회장 출마 예정인 특정 후보자 비방하는 인쇄물 돌아
수사 의뢰와 경고 각 1건씩... 인쇄물·문자메시지 배포 혐의
▲김병원(맨앞 왼쪽) 농협중앙회장을 비롯한 농협중앙회 대의원들은 28일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에 위치한 농협중앙회 본관 대강당에서 임시대의원회를 개최하여 내년 1월 31일에 실시되는 제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공명선거 실천 결의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농협중앙회
김병원 농협중앙회장(맨앞 왼쪽)을 비롯한 농협중앙회 대의원들이 공명선거 실천 결의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농협중앙회 제공

내년 1월 31일 열리는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초반부터 과열되고 있다.

예비후보 등록 전부터 선거 출마 예상자를 비난하는 인쇄물이 떠도는 등 과거의 혼탁 선거가 재현될 조짐이다.

1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선관위는 현재까지 위법 행위 2건을 적발해 1건을 수사 의뢰하고, 1건은 경고 조치했다. 유형별로는 각각 인쇄물 배포 혐의 1건과 문자 메시지 발송 혐의 1건이다.

◇예비후보자 등록 D-6... 흑색선전 난무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이달 19일부터 예비후보자 등록을 거쳐 내년 1월 17일 최종 후보자가 결정된다.

이번 선거는 1118명 조합장 중 중앙회장 투표권을 가진 293명 대의원과 현 회장까지 총 294명의 투표로 진행된다. 1차 투표에서 반수 이상 득표자가 없으면 결선투표로 당선인을 결정한다.

아직 한 달 넘게 기간이 남았지만 이미 9명가량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경기 여원구 현 양평 양서농협 조합장(현 농협중앙회이사) △이성희 전 성남 낙생농협 조합장(전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 △충남 이주선 현 아산 송악농협 조합장(현 농협중앙회이사, 5선) △충북 김병국 전 서충주농협 조합장 △전북 유남영 현 정읍농협 조합장(현 농협중앙회 금융지주이사) △전남 강성채 현 순천농협 조합장 △전남 문병완 현 보성농협 조합장 △경남 강호동 현 합천 율곡농협 조합장 △최덕규 전 합천 가야농협 조합장 등이 후보로 꼽힌다.

이 중 유남영 조합장을 둘러싼 잡음이 많다. 그는 전북지역 최다선(6선) 조합장이며 농협중앙회와 농협 금융지주 이사를 맡았다. 김병원 회장과 대학 동문(광주대학교)인 것으로 알려지며 유력 후보로 꼽힌다.

최근 유남영 조합장을 지지하는 문구가 적힌 인쇄물이 호남지역 조합장에게 유포됐다. 이를 두고 유 조합장 측은 한 매체와의 통화를 통해 "해당 인쇄물을 수거해 선관위에 제출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며 "응대를 하지 않으면 제가 보낸 걸로 인정하는 꼴이 될 것 같아 선관위에 고발했다"고 말했다.

해당 인쇄물에는 강호동(율곡농협조합장) 조합장이 비리로 인해 금융감독원 중징계가 예상돼 출마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내용도 실려 있다.
 
◇매회 선거마다 진흙탕 싸움... 김병원 현(現) 농협중앙회장도 벌금형

농민 회원 252만명을 대표해서 488조원 자산을 주무르는 농협중앙회장은 ‘농민 대통령’으로 불린다. 하지만 그 자리를 뽑는 선거는 늘 혼탁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매회 선거철마다 후보자의 흑색선전, 금품 매수설, 고소·고발 등이 난무했다.

실제로 김병원 현(現) 농협중앙회장도 선거에 출마할 당시 최덕규 전 조합장과 ‘누가 결선에 오르든 서로 밀어주자’고 공모해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병원 회장은 1심에서 당선 무효형(벌금 300만원)을 선고 받았다가, 2심에서 벌금 90만원으로 감형 받았다. 공공단체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상 관련 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돼야 당선이 무효가 된다. 김 회장은 아슬아슬하게 당선 무효를 피했다. 하지만 일부 혐의는 인정된 셈이다.

◇농협 일각 “선거 방식, 직선제로 바꿔야”

농협중앙회장은 1990년 이전까지 대통령이 임명했다가, 1990년부터 조합장이 뽑는 직선제로 바뀌었다. 당시 첫 선거부터 ‘금권선거를 조장한다’는 등 잡음이 일어났고, 선거 때마다 부정선거 시비가 불거졌다.

비리와 선거과열이 일자 2009년 이명박 정부에선 대의원 조합장만 투표하는 간선제로 선거 방식을 바꿨다. 하지만 투표권자가 294명으로 줄어들면서 이번엔 대의원 매수 문제가 불거졌다. 선거인단 절반인 150명만 자기 사람으로 만들면 쉽게 회장에 당선될 수 있어서다.

농협 일각에서는 “대의원 조합장만 투표하는 간선제에서 모든 조합장이 투표하는 직선제로 선거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농업협동조합법 제130조 제1항은 ‘회장은 총회에서 선출하되 회원인 조합의 조합원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이 조항을 ‘총회에서 회원조합장들이 직접 선출한다’라는 내용으로 바꾸는 개정안이 계류돼있다.

19일부터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농협법 개정안이 빠르게 통과되더라도 이번 선거를 직선제로 치르긴 어려워 보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지난 9일 선거 방식을 이미 간선제로 정했다"며 "이달 안에 국회에서 농협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이번 선거를 직선제로 전환할 순 없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불법선거 신고시 포상금 1억원을 주는 등 이번 선거가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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