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연(白煙)의 두얼굴①] 비염·두통에 '집단 암'까지... "수증기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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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연(白煙)의 두얼굴①] 비염·두통에 '집단 암'까지... "수증기 맞나"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9.12.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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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가좌동 주민들 "백연 심해지면 두통·비염도 심해져"
발전소 백연 뿜으면 미세먼지 최고농도 인근 섬 대비 2배
전북 '장점마을' 백연 타고 날라온 발암물질로 '집단 암' 발생
'백연' 측정법 전무... 정부 아직까지 '백연=수증기' 구시대 사고 방식
전문가 "정부-지자체, 오염 물질 상시 감시하고 투명 관리해야"

[편집자 주]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백연(白煙)’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백연은 직역을 하면 ‘하얀 연기’다. 순백의 이미지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서는 ‘정화된 연기’, ‘수증기’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백연 때문에 건강이 나빠졌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대기환경 오염원으로 지목되고 있다.

최근 지방의 한 작은 마을에서 백연 때문에 주민들이 ‘집단 암’에 걸렸다는 보도가 나오자 국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국민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집 옆에서 뿜어져 나오는 공장 굴뚝의 하얀 연기에 어떤 성분이 포함돼 있는지 알기를 원한다.

취재 결과 국민들의 이런 바람이 당장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신뢰할만한 ‘백연 측정법'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원인 중 하나로 떠오른 ‘백연’의 두 얼굴을 <시장경제>가 심층 취재했다.

사진=픽사베이
자료 사진=픽사베이 제공

인천 가좌동 목재 가공 공장 인근 아파트 입주민들은 수년전부터 주변 공장들에서 내뿜는 백연이 인근 공기질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한 입주민은 “집 근처 공장들에서 계속해서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원래는 하얀 연기인데, 가끔씩 색이 회색으로 바뀌기도 한다”며 “인근에 공장 부지가 있었던 것을 알고 있었지만 공기질이 이렇게 심할지는 몰랐다. 연기가 많이 나오는 날이면 비염이나 두통이 심해진다”고 말했다.

인천 가좌동 목재 가공 공장 인근 단지 주민들은 더 이상의 대기오염은 안 된다며 ‘석남동 물류센터 반대 연합회’라는 조직을 결성해 인천 서구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석남물류센터’ 건립을 막고 있다.

‘석남물류센터’는 서구 석남동 소재 SK인천석유화학 부지 5만5733㎡에 건축연면적 30만㎡(지하 1층 지상 7층)의 규모로 지어지는 물류센터다. 인천시는 2018년 8월 외투기업 KKR(美), SK인천석유화학, 서구청과 도시형 ‘석남물류센터’ 건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사업을 추진 중이다.

석남동과 가좌동은 이웃한 동으로 석남동에는 SK화학단지가 자리하고 있다. 이미 여러 굴뚝에서 백연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입주민들은 물류센터가 들어서면 어떤 대기오염원이 나올지 모르고, 주민 건강 위해는 물론, 이미 단지 주변으로 공장들이 충분하다며 더 이상의 환경 위해 시설 건립은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주민들의 민원이 거세지자 인천 구의회는 2019년 6월 14일 정례회를 열고 석남물류센터에 대한 구정 질의를 진행했다. 구의원들은 석남동 물류센터 건립으로 발생하는 미세먼지, 매연 및 소음 등에 대한 대책을 요구했고, 이재현 서구청장은 “물류차량은 가능한 친환경 차량으로 운행하고 부지 경계선에 방진·방음 시설을 설치하는 등 석남동 혁신 물류센터가 우려와는 다르게 긍정적 효과를 자아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건립 추진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천의 또 다른 지역에서는 발전소에서 내뿜는 ‘백연’을 초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시 의회 차원의 감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인천시의회는 지난해 초 영흥화력발전 인근 지역 환경피해를 다루면서 ‘백연’도 미세먼지 발생 원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김경선 시의원은 "영흥화력에서 하얀 연기가 나오지만 그 유해성을 측정하는 기계도 없고 측정도 못한다"며 "그 연기가 초미세먼지보다 입자가 작은 응축성 미세먼지(CPM)의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당시 김 의원이 공개한 2017년 3분기 인천보건환경연구원 영흥지역 대기오염측정 결과에 따르면 영흥화력발전 인근 미세먼지 최고농도는 ‘152㎍/㎥’로 옹진군 인근 섬의 2배 수준이었다.

(왼쪽 위)석남동 SK화학단지에 나오는 백연의 모습. 인천 서구와 SK화학이 건립 추진 중이 석남물류센터 건립을 막기 위해 가좌동 여러 단지 입주민들이 걸어 놓은 현수막의 모습. 사진=시장경제DB
(왼쪽 위)석남동 SK화학단지에 나오는 백연의 모습. 인천 서구와 SK화학이 건립 추진 중이 석남물류센터 건립을 막기 위해 가좌동 여러 단지 입주민들이 걸어 놓은 현수막의 모습. 사진=시장경제DB

경기도 하남에서는 2년전 하남열병합발전소가 가동에 들어가자 백연으로 경기도 하남 주민과 서울 강동구 주민들 사이에서 집단 민원이 발생했다. 시운전 중 백연에서 황연이 발생해 SCR(배기가스의 질소산화물을 물과 질소로 분해해 배출시키는 친환경장치) 시스템에 대한 보완조치를 취했고, 또 기준 이상의 과압 상승에 대비한 밸브를 수동 조작하는 과정에서 안전변이 작동해 소음과 진동이 20분간 발생했다는 게 주민들의 민원이었다.

운영사인 SK E&S 자회사 하남에너지 서비스는 “천연가스를 사용해 수증기를 발생시켜 발전을 하고 있다. 발전기의 열을 식히는 과정에서 냉각타워와 연돌을 통해 수증기가 방출되고 있다. 인체에는 무해하다”고 반박하면서 양측의 주장은 아직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 밖에도 전국 곳곳에서 백연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전북 익산에서는 한 비료공장에서 발생한 발암물질이 백연을 타고 마을로 흘러 들어와 주민 수십명이 집단 암에 걸려 충격을 주고 있다.

환경부는 11월 14일 전북 익산시에서 '장점마을 주민건강영향조사 최종발표회'를 가졌다. 이 발표에 따르면 2001년 (유)금강농산이라는 비료공장이 설립 된 후 2017년 12월 31일 기준으로 주민 99명 중 22명(23건, 국립암센터 등록기준)에게 암이 발생했고, 이 중 14명은 사망했다.

환경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비료회사의 연초박(담뱃잎찌거기)의 불법 유기질 비료 생산 건조공정에서 발암물질이 발생했고, 백연을 타고 마을로 흘러들어왔다.

2017년 4월 가동중단된 비료공장의 가동 당시 배출을 확인하기 위한 정제유 사용업체 및 유사공정 비료제조업체 조사와 연초박 건조공정(300℃)을 모사한 모의시험 결과, 연초박의 건조과정에서 발암물질인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와 담배특이니트로사민(TSNAs)이 배출되는 사실이 확인됐다.

(유)금강농산에서 배출된 것으로 확인된 담배특이니트로사민 중 엔엔엔(NNN) 및 엔엔케이(NNK)와 다환방향족탄화수소 중 벤조에이피렌은 국제암연구소(IARC) 1군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고, 사람에게 폐암과 피부암, 비강암, 간암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공장 가동이 중단된지 약 1년이 넘은 시점에 채취한 사업장 바닥과 벽면, 원심집진기 등 비료공장 내부를 비롯해 장점마을 주택의 침적먼지에서 발암물질로 알려진 다환방향족탄화수소와 담배특이니트로사민이 검출됐다. (유)금강농산으로부터 장점마을로 오염물질이 대기를 타고 비산됐다는 게 환경부 주장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환경부는 ‘백연’을 아직까지 대기오염원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환경부는 “하얀색 연기를 말하는 거죠? 백연은 어떻게 관리하고 어떤 식으로 측정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는 상태”라고 답했다.

현재 대기관리제도는 국립과학환경연구원이 환경부로부터 위임을 받아 전문가 위원회를 꾸려 제정하고 있다. 국립과학환경연구원 대기공학과 관계자는 “현재 대기환경법에 ‘백연’ 항목이 없기 때문에 측정을 하지도 않고 있고, 측정 기준도 없다. 하지만 최근 백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전체 대기관리 차원에서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백연에 대한 정부 인식이 ‘수증기’, ‘인체에 무해한 연기’라는 옛날 사고 방식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공장에서는 방지설비 효율을 높이고 공정에서 발생하는 가스양을 줄이는 동시에 상시로 오염물질을 감시·분석·관리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자치단체는 공단 안팎이나 주변 지역의 미세먼지와 대기오염도를 측정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들은 정부나 자치단체의 비상저감 조치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등 자체 저감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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