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초저가', 백화점 '프리미엄'에 완패... 전략 차이가 실적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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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초저가', 백화점 '프리미엄'에 완패... 전략 차이가 실적 갈랐다
  • 이준영 기자
  • 승인 2019.11.21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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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프리미엄→ 집객효과→체류시간 증가→매출증가' 공략
"유통구조상 이커머스보다 더 쌀 수 없어"... 대형마트의 패착
롯데백화점 강남점에 문열 연 하이엔트 리빙숍 '더콘란샵'을 찾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강남점에 문을 연 하이엔트 리빙숍 '더콘란샵'을 찾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 롯데백화점

올해 유통업계가 부진을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펼쳤다. 대형마트는 이커머스의 공세에 맞서 더 싼 '초저가'전략으로 대응한 반면, 백화점은 '프리미엄'전략으로 더 비싼 제품으로 맞섰다. 올해 3분기가 지난 시점에서 상반된 전략은 실적차이로 드러났다. 백화점의 완승이다.

이달 중순부터 발표된 주요 유통기업 실적에 따르면 신세계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 66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12.2%상승된 수치다. 인천터미널점이 철수하면서 전체 매출은 10.9%줄었지만 이를 감안하면 실제 매장 매출은 4.6%증가했다. 롯데백화점도 3분기 영업이익 104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6.8%늘었다. 

최근 유통업계 대부분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백화점의 선방은 눈에 띄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업계는 '프리미엄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본점·잠실·부산본점 등의 점포 1층에 명품을 전진배치하며 프리미엄에 힘을 줬다. 더 나아가 이달 15일엔 하이엔드 리빙샵 '더콘란샵'을 열며 프리미엄 리빙시장 선점에 적극 나섰다. 

신세계백화점도 남성명품관·명품편집숍 등을 확대하며 명품라인을 늘리고 있다. 이로인해 신세계의 올 3분기 명품 매출액은 지난해 대비 33%증가했다. 

이러한 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최근 소비트렌드인 욜로, 가심비 등과 맞물려 나를 위해 투자하는 소비심리와 맞닿아 있다. 더불어 명품의 신상제품은 마트, 이커머스보다 백화점에서 가장 먼저 출시된다. 명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다른 유통채널보다 백화점을 먼저 찾는 이유다.

더불어 평상시 보기 힘든 프리미엄 제품을 구경삼아 백화점에 놀러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며 자연스럽게 '집객효과'를 누렸다. 또한 집객효과로 모여든 소비자들의 '고객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해 갤러리·미술관·체험공간 등을 확대하는 전략도 함께 펼쳤다. 체류시간이 늘수록 매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공략한 것이다.

백화점의 프리미엄 전략은 패션잡화·가구 뿐만 아니라 유아동 의류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 출산율이 줄어 부진한 상황을 프리미엄 전략으로 돌파한 것이다. 

신세계백화점 올해 1~10월 아동부문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신장했다. 아이가 귀한만큼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을 주고자 하는 소비자가 증가한 탓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런 추세에 부응해 유·아동 라인업을 강화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부가부, 스토케 등 프리미엄 유모차 브랜드 매출이 지속적으로 신장해 휴대용 유모차로 유명한 '베이비젠 요요'신규매장도 오픈했다"고 말했다.

이마트를 이끌고 있는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 사진=이기륭 기자
이마트를 이끌고 있는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 사진=이기륭 기자

반면 대형마트는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마트는 올해 2분기 창사이래 첫 적자를 기록하고, 3분기에 적자는 면했지만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40%나 줄어들었다. 롯데마트 역시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61.5% 줄었다.

대형마트는 백화점과 달리 이커머스보다 더 싸게 파는 '초저가' 전략을 펼쳤다. 올해 상반기 단발성 초저가 행사에서 하반기 '상시 초저가'로 더 극단적으로 나섰지만 반등은 이루지 못했다. 

초저가 제품은 극단적인만큼 마진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대형마트들은 초저가 상품을 통한 '집객효과'를 통해 다른 상품들의 자연스런 매출 증가를 노렸지만 소비자들은 초저가 상품을 구매하고 빠져나가 버렸다. 초저가 제품 이외에 다른 제품은 이커머스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상품은 대량매입을 통해 이커머스보다 싸게 내놓을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온라인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라며 "같은 제품이라도 인건비·임대료 등의 비용이 지출 되기 때문에 남는게 없는 장사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백화점처럼 대형마트가 소비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차별점으로 이커머스와 승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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