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져도 남는 투자"... 미래 유니콘 키우는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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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져도 남는 투자"... 미래 유니콘 키우는 현대차
  • 양원석 기자
  • 승인 2019.11.20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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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미래 모빌리티 분야 스타트업에 잇단 투자
배달 대행 메쉬코리아, 마카롱택시 등 투자 대상 확대
스타트업계 전문가 "모빌리티 시장 선제적 투자로 봐야"
"투자 기업 대부분 영업적자... 무리한 투자" 지적도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사진=현대차 제공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사진=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가 톡톡 튀는 사업 모델을 보유한 모빌리티 분야 스타트업에 잇따라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면서 그 배경 및 성과를 놓고 벌써부터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의선 현대·기아자동차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15일 경기 화성 기술연구소에서 ‘모빌리티 통합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하면서, 국내 스타트업과의 동행을 강조했다. 이날 현대차는 국내외 모빌리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사실을 밝히면서, 최근 투자를 결정한 국내 스타트업들의 사업 내용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현대차가 투자에 나선 국내 스타트업 사업 모델은 ▲지능형 차계부 서비스(피투자기업 : 마카롱팩토리) ▲비대면 출장 세차 서비스(팀와이퍼) ▲차량 위치 데이터 기반 ‘식음료 간편 결제’ 서비스(오윈) ▲빅데이터 기반 차량 매매 중계 서비스(미스터픽) 등 다양하다. 현대차는 이들 기업 외에 배달대행 서비스 스타트업 메쉬코리아, ‘마카롱택시’ 운영사 KST모빌리티 등에도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했다. 

향후 폭발적 성장이 기대되는 ‘공유 전동킥보드’, ‘라스트 모빌리티’ 분야 스타트업들도 현대차가 주목하는 투자 후보군이다.

◆현대차 투자에 대한 스타트업 업계 반응, 대체로 우호적

현대차의 스타트업 투자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뚜렷한 간극이 존재한다. 스타트업 및 벤처캐피털 실정에 밝은 관계자들은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들은 스타트업 평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당장의 이윤 창출이 아니라, 당해 기업의 ‘성장 가능성’이라고 강조한다. ‘미래 시장 선점’이란 측면에서 현대차의 투자는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는 것이 이들의 시각이다.

반면 현대차가 투자한 기업 대부분이 신생기업으로 사업 콘텐츠가 약하고, 영업실적이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견해도 있다.

현대차의 모빌리티 관련 스타트업 투자를 비판적으로 인식하는 이들은 메쉬코리아의 경우를 그 예로 들곤 한다.

지난달 15일 경기 화성 현대자동차 기술연구소에서 ‘미래차 국가비전 선포식’이 열렸다. 행사에 참석한 정의선 현대기아차 수석부회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지난달 15일 경기 화성 현대자동차 기술연구소에서 ‘미래차 국가비전 선포식’이 열렸다. 행사에 참석한 정의선 현대기아차 수석부회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부정 평가도 존재... “현대차 무리한 투자, 피투자 기업 대부분 영업손실”

통합 물류 솔루션 ‘부름’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는 이른바 ‘배달 대행서비스’로 유명세를 탄 스타트업이다.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 등이 주문 중계서비스 기업이라면, 메쉬코리아는 이들기업과 손잡고 ‘배달’에 특화된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한다.

이 회사는 최근 2년 사이 매출을 두 배 넘게 늘렸다. 매출만 보면 급성장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그러나 눈길을 영업이익으로 돌리면 사정이 다르다. 이 회사는 최근 2년간 큰 폭의 영업손실을 냈다.

외형적 성장보다 수익성을 중시하는 기업 평가 흐름에서 볼 때, 회사의 재무제표는 우려할만하다. 그러나 스타트업 시장에 밝은 전문가들의 판단은 전혀 다르다.

국내 스타트업계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 A는 메쉬코리아의 영업손실에 대해 “회사 설립 후 7~8년이 넘도록 적자를 면치 못하는 스타트업은 상당히 많다”며 “중요한건 당장의 영업적자가 아니라 앞으로 시장을 선도할만한 역량을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차가 이 회사에 투자한 금액은 대략 240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회사의 축적된 기술 노하우를 고려할 때 지금 단계에서 무리한 투자나 실패한 투자라고 단언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실제 한국 스타트업의 전설로 통하는 ‘배달의 민족’도 불과 3년 전까지 영업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규모나 인지도 면에서 ‘배달의 민족’과 스타트업계 1, 2위를 다투는 ‘야놀자’는 지난해 겨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새벽 배송’을 앞세워 유통업계의 신흥 강자로 부상 중인 ‘마켓 컬리’도 재무제표만 본다면 적자 기업에 불과하다. 

◆“스타트업 평가 기준은 당장의 이윤 아닌 성장가능성과 확장성”

스타트업 관계자들의 반응을 종합하면 메쉬코리아의 플랫폼은 배달 대행 서비스 기업 가운데 가장 앞서 있다.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필수요소라 할 수 있는 지능형 AI 기반 기술, 고객 맞춤형 실시간 데이터 분석 기술 등에서 비교 우위에 있다는 것이 공통된 평가다. 배달 대행 플랫폼을 활용하면 전기오토바이나 전기자전거, ‘라스트 모빌리티’용 전동킥보드 등 새로운 모빌리티 분야로의 진출이 가능하다는 점도 눈여겨 봐야 한다.

A는 ‘마카롱 택시’에 대한 현대차의 투자를 “택시 업계 판도 변화를 염두에 둔 선제적 투자”라고 정의했다.

마카롱 택시는 전용 스마트폰용 앱을 통해 고객이 택시를 호출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기존 택시 앱 서비스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용자의 목적지가 드러나지 않아 승차 거부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별도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전문 기사만이 운전대를 잡을 수 있도록 한 점도 차별화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택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차량공유서비스’와 같은 리걸 리스크도 없다.

스타트업 대표와 투자자 사이 연결 업무를 맡고 있는 관계자 B는 “안정화 궤도에 들어선 중견 혹은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같은 잣대로 평가하는 건 무리”라며 ‘시각의 전환’을 주문했다.

그는 “후발주자로서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마케팅, AI나 빅데이터 기반 지능형 프로그램 개발 등은 거액의 투자를 필요로 한다”며 “스타트업은 사업 초기 적자가 불가피하기 하므로 시장 선점 내지 경쟁력 확보 가능성에 방점을 두고 옥석을 가려야 한다”고 했다.

B는 “단기간의 영업실적만 가지고 투자 성공 여부를 판단한다면 국내 스타트업 투자는 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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