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금 통장 들킨다"... 오픈뱅킹 보완 요구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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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금 통장 들킨다"... 오픈뱅킹 보완 요구 봇물
  • 배소라 기자
  • 승인 2019.11.20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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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오픈뱅킹 시행 이후 SNS서 '비상금 들켰다' 글 잇따라
금융편의성 보다 '나비효과'처럼 비상금 문제 이슈로 떠올라
계좌감추기 서비스, 카카오·네이버페이 등 대안으로 나와
사진=배소라 기자.
사진=배소라 기자.

# 이달 인천에 거주하는 황모씨(33)는 아내와 모바일뱅킹 앱을 열었다가 화들짝 놀랐다. 황씨가 아내 몰래 타 은행에 만들어 놓은 적금 통장 계좌가 나왔기 때문이다. 황씨는 “타 은행의 계좌가 모바일뱅킹 앱에 다 나오니 앞으로 비상금을 어디에 보관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19일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모바일뱅킹에서 배우자 몰래 만들어 놓은 비상금 통장이 들통날까 우려된다는 글들이 잇따랐다. 지난달 말 하나의 은행 어플로 다른 은행 업무까지 동시에 볼 수 있는 ‘오픈뱅킹’이 시행되면서다.

한 은행 앱만 접속하면 모든 계좌 정보가 뜨기 때문에 타행에 만들어 놓은 비상금 통장이나 마이너스 통장의 정체가 드러날 수 있다.

현재는 전국 18개 은행 중에서 10개 은행(NH농협·신한·우리·KEB하나·IBK기업·KB국민·BNK부산·제주·전북·BNK경남)이 우선적으로 오픈뱅킹 시범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다음달 18일부터는 보안점검이 완료된 핀테크 기업들도 참여해 오픈뱅킹 서비스가 전면 시행된다. 상호금융, 저축은행, 우체국과 같은 제2금융권까지 서비스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오픈뱅킹 서비스로 금융거래의 편의성은 높아졌지만, 본인만 알고 싶은 비상금 계좌가 있을 때는 오히려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금융권에선 ‘계좌감추기 서비스’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당초 보이스피싱 방지를 위해 만들어졌으나, 최근에는 예금 잔액을 노출을 방지하는 데 이용하는 추세다.

이 서비스는 인터넷뱅킹 내에서 신청할 수 있고, 입출금통장 뿐만 아니라 정기예금, 신탁, 펀드, 마이너스 통장 계좌도 등록할 수 있다.
 
다만 이 서비스로 등록한 이후에는 은행권계좌통합관리 서비스인 페이인포에서도 조회되지 않아 자칫 비상금 통장을 잊을 수 있다.

가상 계좌에 코인을 충전하듯이 이용할 수 있는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 등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예금자 보호는 안된다는 단점이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오픈뱅킹 시행 이후 '나비효과'처럼 비상금 문제가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며 “주식 계좌에 넣어놓는 방법도 있지만, 충전식 페이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가장 편리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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